[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최창섭 교수] 요즈음 우리나라는 한마디로 데모공화국이 되어버리다시피 했다. 주말 광화문에 으레 모였다 하면 1백만, 이젠 2백만이란다. 한편 경찰 추산은 26만 정도에, 미국 위성파악 수치는 11만 몇 천으로 집계하고 있다. 여기에서 과연 정답은 어느 것일까?속칭 ‘입빨 세고 목소리 크고 입심 센 놈이’ 이긴다고 하듯 우리는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따질 여력도 없이 ‘백만’이라는 숫자에 압도되고 만다. 각급 언론도 몇 십만 보다 ‘백만’이라는 숫자가 던져주는 충격효과에 맛이 들린 듯하다. 알고도 모르는 듯 하는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필자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공무상 서울로 오가는 열차에 오른다. 아침 열차나 전동차 안에는 많은 통학생들이 타고 있다. 이들 손에는 저마다 무기라도 되는 양 스마트폰을 움켜쥐고 있다. 나는 평생을 교단을 비롯하여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한 배운 경험자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학생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버릇이 있다.일종의 직업의식이랄까. 아무튼 나는 그들이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이 무엇인가 살펴보곤 한다. 그 살풍경을 이렇게 언론에 까발리면 오늘 저녁 밥상머리에서 현명하신 학부모님은 숟가락 팽개치
안타깝게도 서진은 부분기억상실증이었다. 딱 그 부분이 사라지고 없었다. 1980년 그 겨울의 그 시점. 혹독한 고문에 1980년 그 겨울의 한 부분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니 그날 밤, 눈 쌓인 어둠을 뚫고 득달같이 달려온 군홧발에 그 어떤 반격도 못 한 채 서울로 압송되었다는 사실도 서진은 가족을 통해서야 알게 된 것이었고 단편적이나마 소녀의 영상을 떠올리게 된 것도 어머니가 보여준 붉은 머플러 덕분이었다.“니가 그날 이것을 그놈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얼마나 발버둥을 쳤는지 올이 다 풀려나갔지 뭐냐, 그러니까 이것을 보면 네가
[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 조선시대를 관통하는 정치 키워드는 당파(黨派)싸움과 붕당(朋黨)정치가 아닐까 싶다.훈구파(勳舊派)란 이름은 선양(禪讓) 형식을 빌려 정권을 잡은 세조 이래 집권 정치세력을 지칭하기 위해 붙여진 것으로 성종대 후반 이후 등장한 신진 정치세력인 사림파(士林派)와 대비되는 용어로 쓰였다.이들은 한명회(韓明澮) · 권람(權擥) · 정인지(鄭麟趾) · 신숙주(申叔舟) · 홍윤성(洪允成) · 정창손(鄭昌孫) · 조석문(曺錫文) · 최항(崔恒) · 김국광(金國光) · 구치관(具致寬) 등 세조의 측근들로서 세조대 이후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 = 김산 한의학박사] 뼈에 대해서 좀 더 흥미롭고 것이 많다. 뼈는 딱딱 할까? 부드러울까? 정답은 딱딱하면서도 부드럽다는 것이다. 또한 뼈는 움직이는 것일까? 고정된 것일까? 죽음이란 가장 쉽게 말하면 숨지지 않는 것, 더욱더 쉽게 말하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뜻한다.불교에서는 지수화풍의 4대요소가 각각의 인연에 의해서 한곳에 모인 상태를 삶이라고 하고인연이 없어져서 흩어진 상태를 죽음이라고 말한다. 즉 움직이면 모이고 멈추면 흩어진다. 이 두 가지는 모순처럼 보이지만 우리들의 몸속에서 매일 매일 일어나고 있
51980년 그해 봄, 서진의 마지막 학기였다. 그 마지막 학기를 두고 서울은 대학마다 휴교령이 떨어져 귀신이라도 출몰할 것처럼 을씨년스러웠다. 계절은 봄이라 꽃들이 다투듯 피어나 매일같이 터지는 최류탄을 잘도 견디어냈다. 하지만 그것을 봄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학생들은 매일같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서진은 그들을 선동하는 요주의 인물로 쫓기는 신세였다. 경영학과 김 선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가 광주의 자신의 외가로 피신을 제의했을 때 서진은 막다른 골목이었다. 아니, 그를 따라나선 광주는 오히려 더 참혹한 역사의
[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 전국민적인 관심사였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를 기록, 결국 가결로 귀결되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결서가 청와대와 헌법재판소에 전달되면 대통령 권한 행사는 그 즉시 정지되게 돼 박 대통령은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하게 된다.이제 시선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쏠리게 됐다. 하지만 헌재의 판결에 관계없이 정치권은 대선정국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이미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한 박대통령에 대한 퇴진 주장과 조기 대선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와 상실감은 국민모두가 같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러므로 광화문이나 마을 앞 군중이 모이는 곳으로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다. 호소하고 땅을 치고 이게 나라인가 울고 싶은 게 지금 우리의 마음이다.그러나 지금 울지도 못하고 광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상심하는 국민이 몇십 배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군중대회를 열고 있는 주최측에서는 여기에 참여한 사람 숫자만 가지고 대통령 하야를, 탄핵을 주장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어른인 우리가 세상의 소금이 되지 못하고 자기 책임을
[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 부끄러운 표현이지만 한국의 자본주의를 천민자본주의라고 일컫는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내면에는 천민자본주의가 작용했다는 것인데 가난을 탈출하여 잘살아보고자 민주주의와 인간존엄의 가치 등을 희생하여 얻어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처음 사용한 이 천민자본주의는 오늘날 건전한 자본주의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폐쇄적이고 퇴폐적인 자본주의 문화를 만드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현상이나 그러한 제도적 상황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즉, 천민자본주의가 물질이나 이기심에 집착한 나머지 공정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최창섭 교수] 荀子(순자)라는 책에서 수소이재주, 역소이복주(水(則)所以載舟, 亦(則)所以覆舟)라 갈파했듯이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나 배를 뒤엎기도 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언론은 우리 사회를 단합과 발전을 향한 힘을 규합시키기도 하나 동시에 사회를 뒤엎을 수도 있는 괴력을 가진 존재이다. ‘누가-어떻게-왜’라는 명제에 따라 위험천만한 강력한 분열과 파괴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바른 언론’의 길은 바로 현실 상황에 대한 철저한 ‘사회감시기능' 실현여부를 점검하는 파수꾼(watch dog)역할에서부터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 = 김산 한의학박사] 필자가 한의학을 공부한지는 30년이 되었다. 강산이 3번 바뀌는 동안 한의학을 연구하면서 느낀 것은 모든 병은 뼈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모든 병의 시작과 끝인 뼈를 모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그렇다면 뼈란 무엇인가? 우리는 병원에 다니면서 x-ray,mri,ct등 각종 검사를 하다보면 의사에게 “x-ray, ct, mri등에서 보니 뼈는 괜찮으십니다. 그러니 안심하셔도 됩니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런데 말이야 몸이 왜 이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 = 정길호]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는 최근 정치적 상황은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기업은 길을 잃어 투자를 꺼리고 있으며 국민경제는 부유층이 아닌 서민들부터 고달픈 생활을 지속해야 할 것 같다.세계 경제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2000년에는 세계인구의 4%인 미국이 세계 경제 활동의 3분의1을 차지했다. 이제는 경제의 중심축이 빠르게 신흥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의 제조업 국가다. 향후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신흥국은 성장할 것이다.한국 경제가 이에 대응하고 생존하려면 최첨단 기술력 확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전득주 숭실대 명예교수] 필자는 오늘의 최순실 사태로 빚어진 총체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차제에 1987년의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본다. 헌법 개정에는 국가형태와 정부형태, 비민주적인 정당정치와 의회정치, 불합리한 선거제도와 정치자금법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회정치지도자를 포함한 온 국민의 의식개혁을 다루어야 한다.민주의식을 가진 자가 그 제도도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듯이 의식개혁 없는 제도개혁은 아무 의미가 없다. 때문에 우리의 정치문화와 정치현실에 맞고 한국의 선진민주화에도 부응하는 정치사회적인 제도
사내들이 소리 없이 창문 아래를 지나는 동안 연은 낮에 서진과의 일을 생각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얀 눈사람이 되어 호탕하게 웃던 서진의 얼굴이 자꾸만 눈앞에 그려져 잠은 아예 저만치였다. 햇살 좋은 날의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런 것처럼 가슴이 붕붕 차올랐다. 허리를 압박하던 생리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초경과 함께 찾아온 서진. 얼굴에 와 닿던 그의 감촉이 생리혈을 처음 보던 새벽녘처럼 아찔하기조차 했다.뭔가 운명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와 겨우 1시간 남짓 동행했을 뿐인데. 아, 그를 또다시 볼 수 있을까? 연은 그를 다시 볼
2뒷마당을 벗어나 산길로 접어드는 동안 눈발은 조금씩 가늘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바람은 한낮보다 거칠어져 나무를 베어낸 빈 공간에서는 부옇게 눈보라가 일었다. 멀리로 골이 사라진 크고 낮은 산들이 광대한 설원으로 다가섰다. 서진의 말대로 자칫하면 외지인이 길 잃기에 십상이었다. 연은 말 없는 눈빛으로 서진을 안내했다. 그런 틈에도 산새들은 잠자리를 찾느라 나뭇가지를 포로롱 오르내리며 부산스러웠다.산 아래에서는 때 이른 저녁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도 보였다. 연은 그 모습에 문득 동생 찬이를 생각했다. ‘녀석이 종일 집을 비워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