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였다. ‘꺄꺄꺄꺄꺄꺄...’나무위에 앉은 짝을 알아보기라도 한 듯 새장안의 수컷이 목이 찢어지게 울었다. 헌데 놀랍게도 수컷의 울음에 반갑게 반응한 건 남편이었다.그가 카나리아의 울음을 듣자마자 부리나케 집안으로 뛰어 들어왔던 것이다. 그리고 다짜고짜 카나리아의 가느다란 발목을 실로 묶어 밖으로 내왔다. 그러고는 그것을 포플러 나뭇가지 위에 걸어놓고 흐뭇한 표정으로 봐라보았다. 그러나 발목이 묶인 수컷은 더 이상 울지 않았다.포플러나무 위에 앉아있던 카나리아도 남편의 속셈을 알아챘는지 망설이지도 않고 훌쩍 날아가 버렸다. 그날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떼법’이란 용어가 유행한 지 꽤 오래되었다. 법질서를 무너뜨리고 사람을 동원하여 법을 무시하는 행위를 우리는 떼법이라 한다. 민주사회에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고 배웠다. 필자 또한 그것을 40년이 넘는 세월 속에 강조하면서 살았다.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이에 저항하던 습관이 그대로 유지되어 지금까지 떼법으로 사회를 지배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슬픈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법을 준수하지 않고 아예 깔아뭉개는 습관을 이제라도 걷어내야 한다.필자가 살고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박종민] 폭우가 한바탕 쏟아져 내린 날 오후, 강변 강가에 있는 산언덕에 절친한 친구 다섯이 만나 앉아 있습니다, 강엔 강 가득 강물이 흘러갑니다.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다보며 다섯 친구가 각양각색으로 자기를 들여다봅니다. 얼굴도 표정도 각기각색(各其各色)입니다.누구는 찌푸리고 누구는 미소 짓고 누구는 가슴에 손을 얹고 묵상에 젖어 있습니다. 같은 또래 같은 남성, 서로 다른 성씨 서로 달리 자란 환경, 친하디 친한 친구일 뿐이지 각자 가정 형편과 배운 학교교육도 다릅니다. 어릴 적 소꿉친구가 자라서 중 장년이
그날아침, 베란다 천정위에 매달아 놓은 새집에서 카나리아가 울었다. ‘뾰르르릉 뾰뾰뾰,,,,’ 남편의 새였다. 처음 새를 키우겠다고 한 것도 남편이고 새장이며 새의 종을 자신이 원하는 종으로 선택한 것도 남편이니 당연 새는 남편의 것이었다.물론 남편의 것은 카나리아만 있는 게 아니었다. 시크리트, 수족관 속의 열대어 말이다. 그리고 남편의 거실, 남편의 방, 남편의 통장, 남편의 부엌, 남편의 욕실 남편의 tv...우는 소리가 기가 막히게 매력적이라는 카나리아는 사다 놓은 한 이틀만 울음소리를 냈을 뿐 3년째가 되도록 울지 않았다.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사전을 펼쳐보면, 제국, 대국, 소국 등 다양한 낱말 단어가 열거 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는 이 지상에 이런 나라는 있을 수 있다는 것인데 실은 이 땅에 이런 나라는 없다.아니, 옛날에는 있었다고 역사는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 보면 제국이란 나라는 인간의 껍질을 벗겨가는 잔인한 무리이다. 이게 제국주의자들의 만행이 성을 쌓고 땅굴을 파게 만들고 수로와 노역으로 그들만의 제국을 이룩해나갔다.만인의 제국이 아니었다. 자기들만의 잔치였고 자랑이었으며 전쟁에서는 반드시 피압박 민족을 총알받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구월환] 남북한 간에는 6.25 이후에도 전쟁이 날 뻔했던 사건이 여러 차례 있었다. 1968년 1.21사태가 대표적이다. 그때 청와대습격을 위해 편성된 31명의 특공대원 중 하나로 내려왔다가 체포된 김신조는 침투목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정희의 목을 따러왔수다”라고 거침없이 말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이들은 청와대 바로 뒷길에서 경찰에 막혀 미수에 그쳤는데 만약 성공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의문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분석이 나온 바가 없다. 이들의 습격으로 대통령과 그 가족이 죽었다면 이는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장마가 가고 이제 풀 세상이다. 선조의 묘를 산에 마련한 후손들이 묘지 제초작업을 하는 계절이 들이닥쳤다. 하지만 서투른 예초기 사용으로 숱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말벌에 쏘여 생명을 잃는 경우도 해마다 반복된다.이는 대체로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겪는 불행이다. 그러므로 예초기 사용법은 물론, 제초지역을 살펴 말벌이 있는지 없는지 정밀 조사도 필요하다. 이런 사전조사와 주의 없이 예초기를 어깨에 멘다는 것은 실수를 연발 할 수밖에 없다. 준비와 훈련이 없는 병사가 전사하는 것과 같은 당연한
신도림역 개찰구를 빠져 나오자마자 잔뜩 흐려있던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굵은 빗방울이 아스팔트 위에 떨어지자 도로에서는 뜨겁게 달구어진 프라이팬위에 파장처럼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센터는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 다행이었다. 지하 쇼핑상가를 지나지 않는다면 아침 산책삼아 걷기에 딱 알맞은 거리. 그렇지만 쏟아지는 비를 맞고 걸을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다. 상가의 편의점에 들러 접히는 우산하나를 샀다.그리고 쇼윈도에 진열된 반라의 마네킹들을 훑으며 문득 캐리어에 든 날개옷을 생각해 냈다. 그러자 갑자기 기분이
[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2차, 3차 산업혁명을 거쳐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4차 산업혁명의 주창자이자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 3개 분야의 융합된 기술들이 경제체제와 사회구조를 급격히 변화시키는 기술혁명으로 정의된다.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 단말, 빅데이터, 딥러닝, 드론, 자율주행차 등의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의 결합으로 기존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지난 6월 25일 저녁때였다. 어미 닭이 난데없이 알을 품으려고 둥지에 두문불출하고 앉아 있었다. ‘어머나, 이를 어쩐담?’. 더위에 토종닭 두 마리가 알을 낳다가 중단한지 오래였다.닭들도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지면 수면이 모자라서 알을 낳지 못한다. 그런 터에 모아 둔 달걀도 없었다. 아내에게 나 모르게 달걀 모아둔 게 없느냐고 물었다.“있긴 있는데 냉장고에 다섯 개가…….”냉장고 야채 서랍 안에 비닐 봉투로 둘러싸여 있는 달걀 다섯 개를 꺼냈다. 병아리로 부화되면 다행이고
[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 원자력발전소는 소속 국가의 철저한 관리 감독하에 있다. 사고가 발행하면 대형 참사를 일으킬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국가차원에서 관리를 하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규모에 따라 1등급에서 7등급으로 나누어진다.사건 규모에 따라 가장 낮은 1등급(anomaly)부터 심각한 사고인 7등급(major accident, 대형사고)으로 분류된다. 이는 1986년에 발생한 체르노빌 4호기 사고로 인해 사건규모의 구분에 대한 국제적 기준 수립의 필요성에 국제사회가 공감했기 때문이다.이른바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國際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구월환] 북한 핵문제에 관한 한 우리는 지금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신세다. 양철지붕은 시간이 갈수록 뜨거워진다. 지붕 아래를 쳐다보니 너무 아찔해서 뛰어내릴 수도 없다. 고양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맨다. 북핵을 머리위에 이고 살자니 무섭고 북핵을 제거하자니 그것은 더 무섭다. 문재인 정부는 대화를 강조하지만 그건 대증요법이다. 치료제가 아니라 진통완화제 같은 것이다. 그것마저도 상대가 받아들일 때 효과가 있다. 상대는 그런 투약마저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또 대화는 교류로 이어지고 교류는 지원으로
[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 최근 극장가에 ‘옥자’란 영화가 많은 화제를 몰고 왔다. ‘옥자’는 국내 영화관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멀티플렉스로부터 상영을 거부당했다. 기존 영화들은 극장 개봉 이후 3주 동안 '홀드백(hold back)'기간을 거친 후 TV나 인터넷 등을 통해 방영하는 것이 관례이다시피 했다.그런데 '옥자'는 극장과 인터넷에서 동시에 개봉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상영을 거부당했다. 이에 따라 ‘옥자’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볼 수 없으며 독립, 예술
20분쯤을 더 달려 M은 차를 세웠다. 해안가를 벗어나 완만한 곡선의 산 중턱이었다. 성모원의 낮은 담장 너머로 샛노란 해바라기들이 태양에 구애라도 하듯 해를 향해 바짝 목을 세우고 있었다.선경은 애써 그것들을 피해 멀리 시선을 두었다. 보나의 손을 잡아 차에서 내리던 M이 잠깐 둘러보기만 하라는 말에도 선경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M의 손에 이끌려가던 두 아이 역시 몇 번이나 선경을 돌아보았지만, 선경은 질끈 눈을 감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누군가가 문을 열어놓은 모양이었다. 바이올린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요란하다는 것은 제대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필자는 귀향자가 아니라 17년차 귀촌 농민이다. 그러나 하는 일에 따라 직업도 아니, 명칭도 몇 개 가지고 있다. 그러니 암튼 반거충이 농민이랄 수 있다. 글을 쓰니 작가이다.그리고 신문에 논설을 쓰는 일이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생긴다. 그러니 자칭 타칭 논설위원이다. 거기에다 박물관 운영자이니 박물관장이다. 그러니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일에 이쪽저쪽에서 하게 되고 한편으로 객관적이지 않겠는가 하는 은근한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농민으로서 이번 가뭄은 70평생 처음이다. 물이 부족하니 농민의 가슴이
[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 국력을 평가하는 요소로는 한 나라가 지닌 정치, 경제, 문화, 군사력을 들 수 있는데 역사적으로 국력을 평가하는 잣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중 변하지 않는 요소가 바로 경제력과 군사력이다.아무리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하더라도 군사력이 약하면 이웃나라의 침입을 받아 멸망의 길을 걸었다. 15세기 대항해시대 이후로는 군사력과 더불어 경제력이 국력을 뒷받침하는 핵심요소로 떠올랐다. 서구열강이 경제력 강화를 위해 식민지 건설에 열을 올린 이유다.이러한 국력을 기초로 우리는 약소국과 강대국을 구분한다.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사람 사는 세상의 가치관은 윤리적 측면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다행이다. 어버이를 존중하고 자녀를 사랑하고 이웃을 소중하게 대하는 이른바 공동체를 사는 우리의 규범은 그대로 이어져 전해지고 있다. 이른바 이런 행위를 우리는 미풍양속이라 부른다. 이는 자연의 법칙이란 생각이 든다.얼마 전에 감자를 캤다. 금년은 필자가 평생 처음 보는 가뭄이다. 비가 언제 내렸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이런 가뭄에 감자를 캐다가 깜짝 놀란 사건이 하나 있다. 가뭄에 감자 뿌리까지 말라 비틀어져 줄기가 처참할 정도로
[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일으킨 명분은 조선 국왕의 입조(入朝)와 정명가도(征明假道)의 거부였다. 당시 히데요시는 혼란기의 일본열도를 수습하고 전국시대(戰國時代)를 통일, 봉건적인 지배권을 강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하지만 오랜 기간의 싸움에서 얻은 제후(諸侯)들의 강력한 세력을 어떻게 무력화시키느냐가 문제였다. 제후들의 강력한 무력은 전국시대를 통일하는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일통 이후 그 무력은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때문에 히데요시는 제후들의 무력을 없애 국내의 안전을 도모하고 신흥
어느덧 태양은 하늘 한가운데를 벗어나 긴 그림자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M은 핸들을 시내에서 외곽으로 돌려 30번 도로를 향했다. 바다가 보이는 해안도로였다. 7월 초순의 태양, 장마 끝에 나오는 태양에 차 안은 몹시도 후텁지근했다.그것에 M이 운전석의 창을 열어 열기를 덜어냈다. 하지만 오히려 열린 창 안으로 찝찌름한 갯내가 훅, 밀려들어 M은 다시 황급히 창을 올려 에어컨의 버튼을 두 단계나 내려 눌렀다.그러면서도 M은 침묵이었다. 선경 역시 그런 M을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슬쩍 뒷좌석의 아이들을 돌아다봤다. 방금까지도 호들갑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재인] 필자가 운영하는 박물관 뜨락에 스물 세 개의 맷돌이 놓여 있다. 잔디밭을 가로지르는데 발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깔아놓은 판석이다. 돌이 자연인데다가 적어도 맷돌 나이가 100년 정도 되었을 테니 추사 김정희 선생의 칠언시처럼 「유아고기독서(唯我古器讀書)」로서 안성맞춤이다.그런데 이 맷돌을 구입한 데에는 사연이 있다. 뜨락에 구절초가 하얗게 얼굴을 내미는 늦가을이었다. 지나가던 50대 사내가 내게 말을 걸었다.“문인인장박물관이면 문인들의 육필이 있을 것 같은데 혹시 이런 맷돌과 교환하여 잔디밭에 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