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농경 국가였던 우리나라는 공업 국가가 되며 도시화를 겪었다. 도시화는 옛것을 그냥 허물고 새것을 급히 세우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사라져가는 것이 도시에는 많다. 한때는 소중한 보금자리나 일터였던 곳이, 혹은 피와 땀이 담긴 곳들이 개발을 명목으로 묻히거나 버려졌다. 는 언젠가 누군가는 그리워하고 궁금해할 지금은 사라지거나 희미해진 그 흔적들을 답사하고 기록해 나갈 예정이다. -편집자주-[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얼마 전 한 기사에 댓글이 달렸다. “일산호수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호수공원이지 최대 호수공원은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한 업계에서 30년 가까이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분야가 만약 음악 산업이라면. 음악 산업은 지난 1990년대부터 큰 변화를 겪어 왔다. 가장 큰 변화는 오래도록 음악을 담아온 매체였던 LP가 사라지고 CD로 대체된 것이었다. CD 또한 전성기를 몇 년 누리지 못하고 디지털 음원에 그 자리를 내줬다. 자연스럽게 음악 산업의 플레이어들이 교체되었다.이런 변화를 지난 30년 가까이 몸소 체험한 인물이 있다. 해외 대형 음반사의 한국 법인에서 8년을, 그리고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20년을. 칠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일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신도시다. 정부는 1989년 서울의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고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성남시 분당동 일대 540만평’, ‘고양군 일산읍 일대 460만평’ 규모의 주택도시 건설을 결정했다. 분당과 일산은 서울에서 가까웠지만 외딴 시골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분당은 서울 방향 경부고속도로 거의 끝자락에 있는 비닐하우스 많은 농촌 마을이었고, 일산은 휴전선과 가까운 일선 마을이었다. 일산은 특히 1980년대에 서울에서 시위가 벌어지면 경찰이 체포한 가담자들을 경찰 버스, 일명 닭장차에
[뉴스포스트=강은지 기자] 연극 ‘이를 탐한 대가’와 국내 최초 1인 검무극 ‘거기, 누구’가 관객들을 찾는다. 인공지능 프레임으로 인간성 고찰한 ‘이를 탐한 대가’지난 27일 막을 올린 연극 ‘이를 탐한 대가’는 밀폐된 방 안에 갇힌 두 존재가 주어진 시간 내에 누가 인공지능인지 가려내는 실험에 관한 이야기다. 관객은 실제로 주어진 1시간 동안 현장에서 배우들과 함께 추적해나가며 극에 몰입하게 된다. ‘인간적인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더 나아가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라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뉴스포스트=강은지 기자] 동리목월기념사업회는 '2021 동리목월문학상' 수상자로 박솔뫼 소설가와 조용미 시인이 선정됐다고 28일 밝혔다. 수상작은 박솔뫼 소설가의 「미래 산책 연습」과 조용미 시인의 「당신의 아름다움」이다.동리목월문학상은 경주 출신 소설가 김동리, 시인 박목월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상금은 우리나라 문학상 중 최대규모인 각 6천만원이다.동리문학상 수상자 박솔뫼 소설가는 광주 출신으로 2009년 자음과 모음 신인문학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김승옥문학상,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등을 수상한 바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기자가 어릴 때 살던 아파트는 한때 피아노 교습소였다. 1970년대 후반 강남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던 무렵이었다. 이웃집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던 누나는 아예 집에다 교습소를 차렸다. 아파트 단지 상가에 아직 피아노 학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빠 복덕방 해요.” “아냐, 부동산소개 사무소 하시잖아.”누나가 새로 등록한 자매에게 부모님이 뭐하시는지 물어본 모양이었다. 동생의 대답에 언니가 야무지게 바로잡은 장면이 인상 깊은 기억으로 남았다. 왜 인상에 남았냐 하면 1970년대만 해도 집 거래는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아파트를 한번 떠 올려보자. 어떤 이미지가 떠 오르는가. 녹지로 둘러싸인 단지 안에 높이 솟은 아파트 건물들. 단지 외곽에는 편의점과 식당, 병원과 피트니스 센터 등 아파트 주민을 위한 편의 시설이 가득한 상가들. 이런 모습들이 떠 올려지지 않는가.단지형 아파트와 거리형 아파트우리나라 아파트 대부분은 단지 안에 있다. 1970년대 중반 강남 일대, 그리고 이촌동과 잠실 등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이 그 시초였다. 재개발이나 신도시 개발은 단지형 아파트 건축을 추구한다.아파트 단지는 주변과 구분하고 외부인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기자는 분당에 산다. 친교를 나누는 자리에 가면 어디에 사는지 물을 때가 있다. 분당에 산다고 대답하면 상대방은 이렇게 되묻곤 한다.“어느 아파트에 사세요?” 기자는 분당에 살지만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 빌라라고도 하는 공동주택에 산다. 분당에는 아파트 단지만 있는 게 아니라 단독주택 단지와 빌라 단지도 있다.아파트 아닌 분당의 주택기자는 아파트에서 오래 살았다. 1976년 12월부터 2019년 8월까지, 강남에서 시작해 목동을 거쳐 분당의 아파트에서 살았다. 10살 무렵부터 살았으니 55년 인생의 많은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외국 생활을 오래 하다 얼마 전 분당에 정착한 지인이 있다. 그는 분당이 처음 개발된 즈음에도 몇 년간 분당에서 살았었다. 당시나 지금이나 분당은 강남과 가장 가까운 신도시라는 지위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재건축을 요구하거나 엘리베이터 등 시설 공사 안내 플래카드가 붙은 아파트 단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건물이 낡은 것보다 아파트 단지와 길가의 나무들이 높이 자란 걸 보니 그 세월을 느끼게 됩니다.”오랜만에 분당으로 온 지인은 세월의 흐름을 훌쩍 자란 나무의 키에서 느꼈다. 분당에서 계속 살아온 사람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서울역은 서울의 관문(關門)이었다. 관문은 국경이나 경계에 설치하는 문을 의미하지만 어떤 곳을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만 하는 중요한 길목을 의미하기도 한다. 첫 문장에서 관문은 서울역이 서울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임을 의미한다.물론 지금은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서울로 올 수 있다. 서울이 동서남북으로 넓어진 지금은 강북 한가운데에 있는 서울역이 아니더라도 이용할 거점이 많다. 하지만 자동차나 비행기가 대중화되기 전의 서울역은 서울에 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곳이었다.서울역은 고향으로
[뉴스포스트=강은지 기자] 세대공감 연극 ‘봇물은 터졌는디’가 오는 29일부터 내달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 대학로 소재 ‘아름다운 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연극 ‘봇물은 터졌는디’는 고(故) 천승세 작가의 30분 단막 희곡 ‘봇물은 터졌어라우’를 90분 동안 2막 9장의 장막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중년과 말년에 이르는 등장인물들의 서사를 통해 시대와 환경의 한계를 넘어선 남녀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세대공감 연극 ‘봇물은 터졌는디’는 이명희, 정영신, 김영인, 손선근, 지성근, 이현주, 최진명, 최상태, 이종성,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미국인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가 한국에서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이었다. 똑같은 모습의 고층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 그 주변으로는 각종 편의시설이 몰려있는 모습, 그처럼 밀도 높은 곳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이 이방인인 그의 눈에는 신기하게 보였다고 한다.그런데 그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아파트’라는 단어였다고. 처음에 그는 아파트를 다분히 한국스러운 주거 공간을 뜻하는 한국어로 생각했고, 원래 단어인 ‘아파트먼트(Apa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지난 1일 월드컵대교가 개통됐다. 한강의 31번째 교량으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영등포구 양평동을 연결한다. 왕복 6차로 길이 1980m인 월드컵대교는 교각 사이가 넓어 큰 배가 지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리 중앙에는 약 100m 높이의 주탑도 있는데 한강 교량 중 가장 높다. 월드컵대교는 개통되기 전부터 유명세를 치렀다. 지난 7월 BTS가 미국 방송에 출연해 히트곡인 ‘버터(Butter)’ 라이브 공연을 펼쳤는데 그 배경이 월드컵대교였다. BTS는 어두운 밤 화려한 조명이 비치는 다리 위에서 춤추고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서울극장이 8월 31일 상영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다. 서울극장은 1978년 개관해 42년 넘게 종로3가 극장가를 지켰던 곳이다. 지금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극장 체인을 운영하지만 예전에는 영화제작사나 영화 배급사 혹은 흥행업자 같은 개별 사업자들이 극장을 운영했다. 서울극장도 영화제작사인 ‘합동영화주식회사’가 운영했다.서울극장은 한때 개봉 영화 흥행의 향방을 점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넷플릭스 등 OTT가 제공하는 콘텐츠로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코로나19로 대중의 발길은 더욱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남산에서 강북 도심을 둘러보면 시선을 멈칫하게 하는 풍경이 있다. 일명 ‘세운상가군’이다. 종로부터 남산 입구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이어진 건물군을 말한다.서울 강북 도심의 주 도로는 동서 방향으로 흐른다. 종로, 을지로, 퇴계로처럼. 강북 도심도 이 흐름에 맞춰 형성되었다. 하지만 ‘세운상가군’은 남북으로 길게 이어졌다. 거의 1km에 달한다. 하늘에서 내려본다면 서울 도심을 좌우로 가로막는 장벽으로 보일 수도 있다. 세운상가군은 주요 도로를 경계로 건축된 4개의 건물군을 일컫는다. 그런데 각 건물을 겉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우리에게 명동은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중장년 이후 세대들에게는 ‘서울의 중심’이라는 의미로, 그 아래 세대들에게는 한때 ‘화려했던 거리’로 뇌리에 박혔을 것이다. 그리고 외국인들에게는 서울에 오면 꼭 들려야 하는 ‘관광 코스’로 알려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명동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땅값을 자랑하는 최고의 상권임에도 불 꺼진 상점들이 많다. 명동은 지금 ‘임대중’이다. 전문가들의 견해처럼 만약 주변국과의 마찰이 없었다면, 만약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었다면 명동은 여전히
[뉴스포스트=강은지 기자] 흘려보낸 일상의 소중함을 몰랐던 이들을 위한 신간이 나왔다.이종욱의 신간 ‘나는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다’(투데이펍 출간)는 무의미였던 지난 시간들이 다시끔 소소한 삶의 행복으로 채워주는 책이다. 오늘도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이들, 취미를 가질 여유조차 없는 이들, 반복되는 일상에 마음이 건조해지는 이들을 위한 신간이다.저자는 대한항공 홍보실에서 기자와 소통하기 위해 글을 쓰며 30년을 지내온 홍보전문가다. 그는 마치 비행기가 저 멀리 푸르른 하늘에 긴꼬리를 남기는 것처럼 특별해진
[뉴스포스트 = 강대호 기자] 도시의 여름은 뜨겁다. 태양은 바닥을 달구고 빌딩 숲은 공기 순환을 방해한다. 여기에 정체한 차량과 에어컨 실외기가 내뿜는 열기가 도시를 더 뜨겁게 만든다. 그늘에 들어가더라도 무덥기는 마찬가지다.마침 쏟아진 소나기가 공기를 식힐까 했지만 더욱 습해질 따름이다. 어쩌면 마스크를 껴야 하는 현실이 이 여름을 더 힘들게 하는지도 모른다.혹자는 말한다. 지금은 에어컨을 갖춘 곳이 많아 예전보다 견디기 쉽다고. 반면 선풍기만으로 여름을 나는 취약 계층도 많다. 사실 한때 선풍기는 중산층 이상만 누릴 수 있는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이 희스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겨울밤 쩡하니 익은 동치밋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토속 방언이 마치 살아 있는 듯 춤추는 이 작품은 민족시인 ‘백석(白石)’의 시(詩) 의 한 대목이다. 평안도 정주 출신의 백석은 겨울철 아랫목에 앉아 동치미 국물에 육수를 섞어 꿩고기 고명을 얹은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한강의 옛 사진을 검색하는데 흥미로운 사진이 눈에 띄었다. 드넓은 백사장과 줄 맞춰 세운 천막들, 그리고 물놀이 즐기는 사람들. 얼핏 보았을 때는 어느 해수욕장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사진 설명을 보니 1960년대 서울 한강의 광나루 유원지였다.한강이 지금의 모습으로 된 건 1980년대의 ‘한강종합개발사업’ 덕분이다. 그전의 한강은 강수량이 조절하는 자연 그대로의 굴곡으로 흘렀고, 상류로부터 흘러내려 온 퇴적물과 모래가 쌓여 백사장이 된 곳이 많았다. 각종 행사 장소로 쓰일 정도로 넓은 곳도 있었다.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