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 본지 인터뷰

조준웅 특검팀은 장장 99일 동안 삼성 관련 의혹을 파헤쳤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기소라는 외양은 갖췄지만 일각에선 ‘삼성 면죄부 특검’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10월 29일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며 삼성 특검을 이끌어냈다. 특검의 수사 발표 후 김 변호사는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여러 가지 못단 밝힌 심경을 토로했다. 김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온갖 수사가 내 흠집을 잡는데만 초점이 맞춰졌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특히 그는 조준웅 특검과 삼성과 빅딜(Great Deal) 의혹을 제기하며 재차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수사 결과에 참담한 심정”
삼성 비자금 의혹으로 시작된 조 특검의 삼성 관련 수사는 이건희 회장 등 고위인사 10여명을 배임 및 횡령,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아들 이재용 상무에게 경영권 승계를 위한 에버랜드 전환사태 헐값 발행에 이 회장과 삼성 구조본이 개입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제기한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는 조 특검은 성격 규명에 실패하고 조세 포탈혐의만 적용했다. 특히 1199개의 차명계좌를 발견해 4조5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찾아냈지만 모두 이 회장의 차명 재산이라고 발표했다.
김 변호사가 “비자금을 찾아내라고 했더니 이건희 숨은 재산을 찾아줬다”고 비아냥거린 이유다. 그밖에 2002년 대선 자금 수사,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은 고발을 하지 않거나 전원 무혐의 처리했다.

 

“비자금 수사는 안하고 내 흠집 찾는데 주력” 토로
법원의 정의로운 심판 기대…언론에 대한 애증 교차


특히 김 변호사가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다고 지목한 김성호 국정원장,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 임채진 검찰총장, 이귀남 대구고검장, 이종백 전 청렴위원장 등은 소환조사 없이 모두 ‘무혐의’처리했다.
조 특검의 수사 결과에 실망한 탓인지 김 변호사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김 변호사는 전인터뷰 내내 ‘조소’와 ‘허탈’ 그리고 실낱같은 ‘희망’에 울고 웃었다.
조 특검의 수사 발표에 대해 그는 “참 가관이다”고 한 마디로 정의했다. 그는 “수사 결과를 듣고 하도 답답해서 직접 거리로 나가 국민들에게 물어봤다”며 “정말로 수사 결과를 믿느냐고 물었는데 믿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고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또 김 변호사는 “삼성 비자금 의혹 수사는 안하고 온갖 수사가 내 흠집을 잡는 데만 주력했다”고 비판했다.
그것도 잠시, 앞으로 삼성 임원을 비롯해 김 변호사가 떡값 인사로 지목한 인사들로부터 줄고발을 당할 수 있다는 얘기에 허탈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미 중앙일보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그는 “앞으로 피곤할 것이다. 여기저기서 고소. 고발이 올 건데  아직 뚜렷한 대책은 없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힘들 것이고 제가 일방적으로 당할 것이다. 그대로 받아들이겠다”고 체념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건희 회장 법정 구속될 수도”
한편 그는 조 특검에 대해서 인간적인 소회를 밝혔다. 김 변호사는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 얼굴이 맑지 않더라”며 “이렇게까지…왜 그럴까 이해가 안간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특검 수사 중간 중간에 (삼성과) ‘빅딜’이 있었다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너무 무리하게 수사했다”고 의혹 어린 시선을 보냈다.
또한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 김 변호사는 법정 구속을 시켜야 한다는데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삼성 이 회장도 상상을 했겠느냐”며 “나 같은 사람한테 이렇게까지 될 줄이야 상상도 못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평소 같으면 눌러버리면 끝날 줄 알았을 것”이라며 “다시 법정에 서야 하고 혹시라도 가능성은 낮지만 법정 구속도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기대했다. 그는 삼성에 유리한 특검의 수사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이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 특검을 통해 얻은 것은 ‘사람’이라고 밝혔다. 예상 밖의 답변이었다.
그는 “좋은 사람 많이 얻었다. 옛날 친구는 다 잃었지만 정말 바르게 사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 평생 같이 갈 사람들을 얻었다”고 자신 있게 답변했다.
또 그는 “나는 생업이나 돈을 잃었으나 가족들한테 내 위치를 찾았다”며 “개인적으로 잃은 게 많지 않다”고 얘기했다.
그는 만약이라는 단어를 붙였지만 삼성에서 계속 녹을 먹고 있었다면 더 이상 사람답게 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가족 얘기를 하며 자주 ‘허허’ 웃었다.
김 변호사는 가족들한테 “많이 힘들어했고 아직도 힘들어 한다. 한편으로는 나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것도 있다”고 했다.

 “앞으로 언론의 역할 중요”
인터뷰 내내 다소 지친 듯한 목소리였으나 유일하게 생기를 띤 대목은 언론에 대해 언급할 때였다.
그 누구보다 짧은 시간에 그리고 다량으로 언론과 접촉을 한 그다. 그는 언론에 대해 회의적이다가도 희망적으로 바뀌었다. 그만큼 믿지 못하겠지만 또 믿을 구석이 언론밖에 없다는 그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은 특검에 임할 때부터 한국의 주류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는 오만함 때문에 자신했다”며 “주류든 비주류든 언론이 하루 이틀 떠들다가 말 것이고 그대로 묻혀갈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야 할 소리가 많고 꼭 할 말도 남아 있다. 당분간 내가 받을 것은 받겠다.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더 이상 인터뷰에 응하고 싶지 않다는 말도 했다. 삼성 특검을 거치면서 언론에 대한 애증이 묻어나는 대목이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