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 노재웅 기자] 대학가는 현재 남학생들을 중심으로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이 들불처럼 번져있다. 적은 돈으로도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에 빠진 대학생들은 자신이 하는 행위가 불법 도박인지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한 채 매일 적게는 몇천원부터 많게는 수백만원가량까지 베팅을 하고 있다. 용돈벌이 삼아 시작했다가 수백, 수천만원의 빚을 지고 학교마저 휴학하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성행하고 있는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의 실태와 문제점을 낱낱이 취재했다.
 

전체의 11%가 도박중독 위험자, 성인 도박중독유병률(6.1%) 두 배 
인터넷·스마트폰 통해 접근 용이, 수천만원 빚지고 휴학까지 하기도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켠다. 해외축구 스코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경기결과를 확인해보니 어제 걸었던 베팅은 모두 실패다. 단발마의 탄성을 한 번 내지르고 난 뒤 이번에는 노트북을 꺼내들어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접속한다. 일반 사람들은 관심도 가지지 않을 법한 유럽 변방 국가의 프로축구 2부리그부터 박지성 선수가 뛰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까지 경기 일정을 살핀 뒤 다시 한 번 베팅을 한다. 오늘 건 돈은 총 15만원. 학교에서 가서 집에 들어올 때까지 온통 머리는 베팅을 건 축구시합의 결과에 쏠려 있다. 집에 돌아와서는 맥주 한 병을 꺼내들고 새벽에 열리는 해외축구를 관전하며 자신이 베팅한 팀을 응원하느라 날밤을 샌다.


대학생 일상 파고든 불법 스포츠 도박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에 빠진 한 대학생의 하루 일과다. 생뚱맞은 먼 얘기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결코 그렇지 않다. 이미 대학가에는 남학생들을 중심으로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이 들불처럼 번져있다. 적은 돈으로도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에 빠진 대학생들은 자신이 하는 행위가 불법 도박인지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한 채 매일 적게는 5,000원부터 많게는 50만원가량까지 베팅을 하고 있다.

한때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에 빠져 살았다고 자신을 소개한 서울 소재 4학년에 재학 중인 양모(25) 씨는 “한 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 힘든 것이 스포츠 도박”이라며 “거의 하루 종일 경기 결과만 바라보는 날도 있었고, 잠을 자다가도 절로 눈이 떠져서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날도 있었다. 처음에는 만원 정도로 시작하는 베팅액이 한 번 잃기 시작하면 어느새 40~50만원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변 남학생들도 상당수 여기에 중독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스포츠를 좋아하는 대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사설 토토를 즐긴다”고 전했다.

실제 조사 결과에서도 대학생의 도박 중독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대구가톨릭대 정신과학연구소가 전국 16개 시ㆍ도 4년제 대학 소속 남녀 학생 2,026명을 상대로 실시한 ‘도박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11%가 도박중독 위험자로 나타났다. 이는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조사한 우리나라 일반 성인의 도박 중독 유병률(6.1%)과 비교할 때 두 배에 가까운 높은 수치다.

위험 수위를 넘어선 대학생들의 도박 중독 중 일상생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앞서 소개한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이다. 국내유일 합법 스포츠 베팅사이트 스포츠토토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2007년 40건에 불과했지만 2009년 5,390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만3,750건으로 급증했다. 더구나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 불법 도박 사이트 이용은 훨씬 편해졌고 워낙 은밀하게 운영되다보니 정확한 이용자 수는 파악조차 어려울 만큼 많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상당수의 대학생들이 빠져있는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의 늪. 용돈벌이 삼아 시작했다가 수백, 수천만원의 빚을 지고 학교마저 휴학하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급속도로 대학생들 사이에서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이 성행하게 된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에 손을 대고 있는 대학생들은 모두 입을 모아 “적은 돈으로도 손쉽게 용돈벌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적은 돈’과 ‘손쉽게’가 핵심 키워드다.

경제적인 이유로 직장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박에 접근이 어려웠던 대학생들도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통해서는 얼마든지 베팅을 시도해봄직 하다. 최저 1,000원대부터 가능한 베팅액은 큰 부담 없이 도박의 경계선을 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한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 사이트 베팅 화면(위). 모바일로도 실시간 베팅이 가능하며 경기 결과 및 정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아래).

‘일확천금’ 유혹의 늪에서 ‘허우적’

게다가 현실 세계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타 도박과 달리 사설 토토 사이트는 휴대전화와 계좌번호만 있으면 누구나 인터넷에서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 또 스마트폰으로 쉽고 간편하게 베팅할 수 있어 접근성이 용이하다.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의 축구 게시판이나 팟캐스트 채팅방 등을 통해 숨겨진 불법 사이트들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도 한몫 거들고 있다. 이 사이트들은 한번 가입된 회원들을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관리, 계속해서 변경되는 주소로 접속할 수 있게끔 돕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해외에서 활약하는 국내 선수들이 늘어남에 따라서 해외축구나 야구 등의 중계가 급증, 해외 스포츠에 빠진 대학생들이 늘었다는 점도 관련이 있다. 스포츠토토와 달리 다양한 베팅 대상과 높은 환급률을 자랑하는 점도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서 빠져 나오기 힘든 이유다.

스포츠토토는 국내외 프로야구, 축구, 농구 등 일부 지정된 경기만을 베팅 대상으로 한다.  지나친 사행성을 막기 위해 경기 전에만 베팅을 허용하고 한 경기에 중복 베팅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베팅액도 한 번에 최대 1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배당금은 경기가 끝나고 2~3일 뒤 지급된다.

반면 불법 사이트는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와 유럽축구 등 전 세계 스포츠 경기에다 이종격투기와 스타크래프트리그까지 베팅이 가능하다. 24시간 실시간 베팅이 가능하고 베팅액은 무제한이며, 배당금 역시 바로바로 지급을 받는다. 스포츠토토와 비교해 환급률과 당첨 확률이 높고, 최대 22%에 달하는 배당에 따른 세금도 내지 않아도 된다.

대학생들의 삶을 갉아먹는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에 대해 전문가들은 강력한 처벌과 동시에 불법 사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사회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우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단속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적으로 불법 도박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서 베팅을 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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