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지난 8일부터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차량 침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대형 5개 보험사의 침수 피해 신고를 취합한 결과 이달 10일 기준 6천여 대에 달하는 차량이 침수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차량 침수 피해가 속출하자 침수 중고차들이 향후 시장으로 나올지 모른다는 우려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상에서는 침수 차량 환불에 대한 각종 정보들이 공유되고 있다. 그중에는 ‘중고차 구매 시 침수 여부를 몰랐다면 판매업체로부터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해당 내용이 사실일까.

지난 12일 오후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수도권 침수차량들이 모여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2일 오후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수도권 침수차량들이 모여있다. (사진=뉴시스

자동차관리법, 몰랐으면 전액 환불 가능

현행 자동차관리법 제58조에 따르면 자동차 매매업자는 매매 예약을 맺을 때 자동차의 주행거리, 사고 또는 침수 사실이 서면에 고지된 내용과 다를 경우 매수인은 차량 인도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매매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매매 계약을 해지하면 매수인은 해당 자동차를 즉시 매매업자에게 반환해야 하고, 매매업자는 자동차 반환과 동시해 이미 지급받은 매매금액을 매수인에게 반환해야 한다.

직영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K Car)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자동차관리법 제58조의6을 보면 침수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판매할 경우 매매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는 전액 환불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침수 사실을 알고 구매했으면 환불 대상이 아닐 건데, 속여서 팔았을 경우에는 전액 환불을 하는 거다”라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품목별 피해구제 사례 Q&A를 통해 “중고자동차 매매사업자는 판매 전 자동차관리법에 나와 있는 성능점검기록부 양식에 의거해 자동차의 상태를 표시한 내용을 고지 및 서면 교부하도록 돼 있다”며 “침수 사실을 고지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에 따라 구입가 환급 또는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 사고·침수 사실 미고지시 보상기간은 자동차관리법상 성능점검기록부 보관기관인 1년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침수 차량 전액 환불이 현행법으로 보장된 까닭에 중고차 업체들은 환불 외에도 추가 보상을 공약해 소비자들의 우려에 대응하고 있다. 케이카는 침수차로 판명될 시 전액 환불하고 추가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고, 직영 중고차업체 오토플러스도 차량에 대해 가격을 전액 환불하고 추가 보상 등을 지급할 방침이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일대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뒤집힌 차량이 방치돼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일대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뒤집힌 차량이 방치돼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침수차 전액 환불, 현실은?

하지만 일정 기한이 지나면 침수 중고차를 전액 환불 받는 과정은 녹록지 않다. 구매자가 업체를 상대로 법적 대응까지 가야 할 수 있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액 환불이 가능할 수도 있고,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법적으로 어느 정도가 침수 차량이냐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소비자가 볼 때는 침수지만, 판매자는 ‘빗 물 조금 들어온 정도’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차가 물에 풍덩 빠졌으면 말할 필요도 법적으로 환불받을 수 있겠지만, 정확한 침수 기준이 없어 시비가 클 수밖에 없다”며 “만약 법적 대응으로 간다면 전문가인 판매업자와 비전문가인 소비자 사이에서 정보의 비대칭 구조가 발생한다. 무조건 소비자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법적으로 구제받을 순 있다고 해도 법은 너무 먼 곳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5월 중고 수입차를 구매한 A모 씨는 “구매 차량이 보험상 ‘전손’ 차량임에도 성능점검기록부에 ‘사고·침수 경력이 없다’고 기재됐다”며 매매업체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의정부지방법원은 “사고·침수 경력이 없다고 기재한 것은 잘못됐지만, 상태점검기록부에 수리내역과 양도증명서에 전손차량임을 기재했다”며 “사고·침수 유무 부분이 잘못됐다는 점만으로 매매업체가 A씨를 기망했다고 볼 수 없다”고 업체 측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015년 8월 의정부지법의 판결은 달랐다. 침수 사실을 전혀 몰랐던 중고차 구매자 B모 씨가 매매업자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재판부는 “전액 환불을 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B씨의 차량은 과거 폭우로 완전 침수돼 전손 처리됐는데, 매매업자는 B씨에게 구매 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2012년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왔다. 침수 여부를 몰랐던 차량 구매자가 판매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구매자의 손을 들어줬다. 중고차 매매 계약은 취소하고, 판매자가 구매자에 매매대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체로 법원의 판단은 판매자 측의 명백한 과실이 있을 경우 전액 환불이 가능했다.

결론적으로 중고차 구매자가 보호받기 위해서는 명확한 법적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침수 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수치가 언급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임 대표는 “구매 시 특약 조양에 ‘침수 추정 내지 의심 차량일 경우 교환·환불에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다’라는 식의 문구를 써놓는 게 좋다”고 전했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현행법은 소비자가 차량의 침수 여부를 알지 못하고 구매했을 경우 전액 환불받을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침수 기준과 미비와 기한 등의 한계가 있다.

[참고자료]

이틀간 폭우에 차량 6천여대 침수…외제차만 1천900여대(연합뉴스)

케이카(K Car) 홈페이지

오토플러스 홈페이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케이카 관계자 인터뷰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 인터뷰

대한민국 법원 대국민서비스

대한민국 법원 대국민서비스

의정부지방법원 판결서 인터넷열람

한국소비자원 품목별 피해구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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