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적 운영방식 · 창의적 예술기획으로 ‘ESG 가치를 구현’
기업과 예술의 파트너십을 통해 '사회적 공유가치'를 창출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인권 문화커뮤니케이터] 예술은 한마디로 인간을 ‘오직 즐겁게 해주는'(merely to entertain) 데 있다. 예술이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이었다면 아예 예술은 지금 같은 가치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로이 아자크는 ‘예술이란 외적인 모양새가 아니라 내면의 마음을  다듬어내는 연마제’라 했다. 이런 예술이 실제 행위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복합목적공간(아트센터)이 필요하다. 그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한 개인의 차원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이익의 사회 환원이라는 사회적 책임(CSR)의 일환으로 문화예술공간을 건립하기도 한다. 나아가 요즘은 문화예술이 복지개념으로 인식되면서 기업과 예술의 파트너십을 통해 사회적 공유가치창출(CSV)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규모를 갖춘 복합기능의 문화예술공간은 수익성에 민감한 민간 분야에서 건립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재원으로 건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니면 기업에서 공연장을 건축해 지자체에 기부채납 하는 사례도 있다.

그런데 건축물에 소요되는 재원보다도 예술의 목적공간을 운영하고 첨단 무대장비를 지속 관리하는 데 필요한 총합 예산 규모도 간과할 수 없다. 그래서 문화예술공간은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투입해 건설하고 운용하는 공공재산의 성격을 띠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과 지자체가 유기적인 협력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 있다. GS칼텍스재단이 건립해 초기 운영기반을 정착시킨 후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고 나서 다시 전문수탁 방식으로 지속 운영되고 있는 여수 ‘예울마루’다.

예울마루는 규모를 갖춘 아트센터로서는 유일하게 기업과 지자체의 협업 체계 바탕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기업과 지자체가 일정 부문의 예산을 분담해 운영비를 조달하고, 경영은 전적으로 민간의 전문가들이 자율성을 갖고 수행한다. 

지자체가 갈수록 증가하는 운영비 감당에 한계가 있을 수 있어 기업이 좀 더 많은 비율로 부담해 충당함으로써 아트센터의 지속가능 성장을 담보할 수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지자체가 아트센터의 적정 운영비를 모두 책정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예울마루처럼 기업 기준에서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때문에 유능한 인재를 발굴해 낼 수가 있다. 조직의 운영풍토에 관료적인 색채가 없어 구성원들이 직무에 '몰입'(flow)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가능하다. 이런 요소는 특히 창의적인 환경을 필요로 하는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핵심적인 역량이 된다.

2019년 개관한 예술의섬 장도가 내려다 보이는 GS칼텍스재단 예울마루의 야경이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같기도 하다.  (사진=예울마루)
2019년 개관한 예술의섬 장도가 내려다 보이는 GS칼텍스재단 예울마루의 야경이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같기도 하다.  (사진=예울마루)

2012년 개관해 현재 예술의 섬 장도까지 21만 평 규모의 대규모 문화예술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예울마루가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친환경 주제로 ‘G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천혜의 자연공간 속에 위치한 예울마루는 개관 후 10년간 공연, 전시, 교육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그동안 약 108만 명의 이용객, 2019년 개관한 예술의 섬 장도는 약 102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2022년 6월 기준)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로써 문화예술 불모지로 여겨졌던 여수시에 남해안을 대표하는 문화예술 랜드마크가 됐다.

운영구조가 독특한 예울마루는 예술성 짙은 문화사업으로 정평을 얻고 있다. 개관 때부터 ‘초대권’을 발행하지 않는 정책으로 건강한 공연관람문화를 정착시켰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산업 기반 정주여건을 바탕으로 유료객석점유율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예울마루는 유수 예술가들이 공연과 전시를 하고 싶어 하는 선호 아트센터로 부각됐다. 그러면서 시민의 문화향유권 증대는 물론 지역의 ‘장소성’(場所性 · Sense of Place)을 끌어 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GS칼텍스재단 예울마루의  야경이 아름답다.
여수의 '장소성'을 끌어올린 GS칼텍스재단 예울마루의  야경이 더없이 아름답다.  (사진=예울마루)

장소성은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특징을 갖는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이 어우러져 형성되는 공간에 대한 사회적 의식으로 시대와 사회 변화에 따라 변하는 ‘총체적 의미’로 정의된다. 이런 의미에서 예울마루가 문화예술을 매개로 여수의 장소성을 견인하는 데 기여했다. 

장소성은 지역 고유의 특성과 차별성을 바탕으로 지역 경쟁력의 원천이 되기 때문에 외부 방문객을 유인하는 촉매로 작용한다. 특히 문화예술공간과 함께 자연경관을 이용(leveraging)해  새로 조성된 예술의 섬 장도는 장소성을 더욱 강화시켜 예울마루의, 나아가 여수의 차별화 전략이 되고 있다.  

이처럼 예울마루는 지역에서 문화예술이 감당해야할 역할과 사명, 그리고 책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아트센터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수익성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문화예술이 왜 필요한지를 입증하는 선진형 운영 패러다임을 보여준 것이다. 지금까지 10년의 성상을 통해 금자탑을 쌓은 만큼 다가올 미래 또 어떤 모습으로 도약할지가 기대된다.

어찌 보면 GS칼텍스재단의 예울마루는 지금 글로벌 스탠더드가 된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ESG 가치를 예술경영을 통해 구현해 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비바(viva) 예울마루!’를 외치며 개관 10주년을 축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이인권 칼럼니스트는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와 문화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와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역임과 ‘예술경영리더십’ ‘문화예술리더론'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예술공연 매니지먼트’등 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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