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기준금리가 치솟고 금융권의 자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중은행 정기예금 연 5% 시대가 열렸다.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연 5%를 넘어선 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주요 시중은행의 1년제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를 넘어서자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선 연 10%대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상품을 내놓으며 고객 몰이에 나서고 있다.  

다만 2금융권 고금리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기자본비율 등 재무건전성을 잘 따져보는 것이 좋다”며 “2금융권도 부실관리를 하고 있지만, 불안하다면 이자와 원금을 합쳐 예금자 보호가 되는 5000만 원 미만으로 가입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10% 적금 등장에 은행 오픈런까지


최근 연 10% 이자를 주는 적금(12개월)을 판매한 서울 관악신협 영업점에는 출시 당일 특판에 가입하기 위한 인파가 새벽부터 몰렸다. 창구 판매 한도는 150억 원이었으며, 온라인 판매는 예고 없이 오전 6시에 개시됐음에도 판매 시작 6분 만에 한도 350억 원이 마감됐다. 명품 구입을 위해 개점 전부터 줄을 서는 이른바 ‘오픈런’ 현상이 금융권에서도 벌어졌다. 

실제로 금리 인상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계속되면서 한 달 새 정기예·적금에 30조 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2022년 9월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9월 정기예·적금이 전월보다 30조 5000억 원 늘어 지난 8월(34조 1000억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증가폭을 나타냈다. 정기 예·적금은 새로운 통화지표가 편제된 2001년 12월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우선 18일 기준 우리은행의 '우리 WON플러스 예금'은 1년 만기 기준으로 연 5.05%의 금리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은 최대 우대금리 적용 시 1년 만기 기준 연 5.01%의 금리를, 하나은행의 '하나정기예금' 최대 5%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각 연 4.95%, 연 4.7%의 금리 예금상품을 제공하고 있어 조만간 5%대 금리 상품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잇따른 빅스텝으로 기준금리가 치솟자 주요 시중은행들까지 정기예금 상품 경쟁에 나선 것이다. 

저축은행의 예적금 상품은 이미 5%대를 넘어섰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12개월 기준 5.51%고 JT, 상상인 등에서는 연 6% 이자를 제공한다.

금융권에선 오는 24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재 3%인 기준금리가 3.25%나 3.5%로 0.25~0.5%포인트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과의 금리(4%) 차를 따라잡기 위해 이 같은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연말 지방은행과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6%, 저축은행은 7%에 도달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건전성 살펴보고, ‘예금자 보호’ 활용해야 


이들 은행에 1억 원을 맡기면 1년에 세전 500만 원 이상을 이자로 받을 수 있는 만큼 관심도 늘어났지만, 일각에선 2금융권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특히 최근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제2의 저축은행 사태로 번져 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 이용 전 재무건전성을 살펴보고 ‘예금자 보호 제도’를 활용하라고 제언한다. 은행 관계자는 “재무건전성을 잘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입 시 이자와 원금이 보호되는 5000만 원 미만으로 가입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저축은행의 건전성은 자기자본비율, 고정이하여신비율, 유동성비율, 연체율 등으로 확인 가능하다. 자본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 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 8%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유동성비율은 200% 이상이 정상이며, 연체율은 평균 3.5%를 기준으로 본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돼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쳐 1인당 5000만 원까지 보호받는다. 금융사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에 접속해 거래내역 조회, 가입 상품 정보 조회 등에서 예금 보호가 되는 상품인지 확인할 수 있다. 

예·적금 보장은 금융기관별로 산정된다. 금융 소비자가 A저축은행과 B저축은행에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 원씩 분산 가입하면, 총 1억 원을 모두 보호받게 된다. 다만 금융사는 같고 지점만 다르게 가입할 경우 보호되는 총 금액은 5000만 원 뿐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업체가 구조조정이 될 경우 원리금을 수개월 후에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영업 중단 없는 구조조정’ 시스템이 있어 지급 기간이 대폭 축소됐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말 도입된 영업 중단 없는 구조조정은 예금자 불편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대해 금요일 업무가 종료된 후 영업정지를 시행한 뒤 구조조정하고 다음 주 월요일 오전에 영업을 재개하는 방식이다.

새마을금고·신협·농협·수협과 같은 상호금융도 각 중앙회에서 자체 기금을 형성해 예금자를 보호하고 있다. 이들도 원금과 이자를 합해 1인당 최대 5000만 원을 보호해 준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상호금융권도 모두 예금자 보호가 돼 있고, 새마을금고의 경우 은행보다 먼저 예금자 보호 제도를 도입해 내부적으로는 예금자 보호에 대한 노하우를 더 갖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금자 보호 제도가 가동될 정도의 상황이면 합병이나 구조조정을 통해 우량 금고로 합병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며 “실무적으로 봤을 때는 5000만 원 이상 가입한 고객도 보호가 되지 않는 경우는 사실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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