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발 유동성 위기 후폭풍
신동빈 회장, 사재 11억 원 투입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 지원도
이달 말 예정 정기 인사 미뤄져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롯데그룹이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롯데건설의 자금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롯데건설을 향한 계열사들의 전방위 지원도 모자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까지 수혈에 나섰다. 당초 이달 예정이었던 그룹 정기 임원 인사는 다음달로 미뤄진 상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롯데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롯데 제공)

신동빈 회장까지 나서서 자금 수혈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19일 유상증자 실시에 따른 최대주주의 주식보유 현황이 변동됐다고 지난 22일 공시했다.

공시 내용에 따르면 신 회장은 롯데건설 보통주 9772주를 11억7254만 원에 취득했다. 이번 유상증자 참여로 신회장이 보유한 롯데건설 주식은 18만8660만주에서 19만8432주로 늘었다. 지분율은 0.59%로 동일하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롯데 계열사도 동참했다. 롯데케미칼은 보통주 72만9874주(875억7758만 원)를 사들였고, 호텔롯데과 롯데홀딩스도 각각 보통주 71만7859주(861억3590만 원), 2만7894주(33억4700만 원)를 취득했다. 해외법인 롯데홀딩스는 2만7894주(33억4700만 원)를 매입했다.

신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들이 롯데건설 자금수혈에 총 동원된 까닭은 최근 롯데건설이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중순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고 같은달 롯데케미칼에서 5000억 원을 빌렸다. 이달 들어서는 롯데정밀화학(3000억 원)과 롯데홈쇼핑(1000억 원)에서도 수혈받았다. 또한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에서 3500억원을 차입했는데, 롯데건설이 돈을 갚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롯데물산과 자금 보충 약정을 맺었다. 자금보충약정은 회사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다른 회사가 돈을 빌려주거나 출자하기로 하는 약정을 가리킨다.

부동산 담보 대출도 받았다. 이달 초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사옥을 담보로 일본계 미즈호은행에서 3000억 원대 대출을 받았다.

신용도 ‘빨간불’

그러자 시장에서는 롯데건설에서 촉발된 자금난이 그룹 전반으로 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달 들어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케미칼, 롯데지주 등 롯데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에서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며 자금 소요가 많이 확대됐는데 롯데지주에서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 지원을 해주고 있다"며 "이로 인해 롯데지주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증가하는 등 자체 재무 부담이 확대되고 있어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기인사 미뤄져…롯데건설은 교체

하지만 롯데그룹은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에 대해 ‘일시적 자금 경색’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지난 21일 유상증자 컨퍼런스콜에서 "롯데건설이 보유한 사업장은 대부분 우량한 사업이지만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일시적인 자금 경색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롯데건설 리스크가 상당한 수준으로 해소됐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 이달 진행 예정이었던 롯데그룹 정기인사도 다음 달로 미뤄졌다.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설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정기인사를 앞두고 롯데건설 대표는 교체됐다. 하석주 대표이사가 임기를 4개월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것. 최근 불거진 유동성 위기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롯데건설은 이날 이사회를 통해 박현철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한편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롯데 주요 계열사 대표는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을 비롯해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황영근 롯데하이마트 대표, 이갑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대표, 최경호 코리아세븐 대표, 이영구 롯데제과 대표,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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