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통행료 부당징수’ 논란

[뉴스포스트= 정소현 기자]“경부·경인고속도로, 통행료 안 내도 됐었다?!”
한국도로공사가 운전자들로부터 ‘내지 않아도 되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부당하게 징수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법상 고속도로 건설에 투입된 도로설계비와 도로공사비 등 건설유지비총액 이상으로 통행료를 징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도로공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통행료를 계속 징수해왔다는 것이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도로공사가 고속도로 이용 운전자들에게 부당하게 징수한 돈은 무려 3조1,475억원으로 알려진다. 도로공사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이를 바로잡기 위한 유료도로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여서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국도로공사가 운전자들로부터 ‘내지 않아도 되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부당하게 징수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문병호 의원(민주통합당·인천 부평갑)은 한국도로공사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도로공사가 고속도로를 이용한 국민들에게 3조1,475억원의 통행료를 더 징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8일 밝혔다.

문병호 의원 “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법안 발의”

문 의원 측에 따르면 현행 유료도로법(제16조 3항)은 고속도로 건설에 투입된 도로설계비·도로공사비·토지보상비 그리고 유지관리에 필요한 비용의 총액(건설유지비총액) 이상으로 통행료를 징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유료도로법 시행령(제10조)에서는 통행료 징수기간을 30년 이내로 하도록 규정돼 있다. 쉽게 말해 원칙상 운전자가 내지 않아도 되는 오래된 고속도로 노선의 통행료를 도로공사가 규정을 악용해 편의적으로 더 받아왔다는 게 문 의원의 주장인 것이다.

문 의원에 따르면 현재 통행료를 징수해서는 안되는 ‘건설유지비총액 초과 도로’는 ▲경부선(서울-부산) ▲경인선(서울-인천) ▲울산선(울산) ▲남해 제2지선(김해~부산) 등 4개 노선이 꼽혔다. 도로공사는 이곳에서 지난 3년간 2조2,930억원의 통행료를 더 징수했다.

또 징수기간이 30년을 넘어 통행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아직도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는 곳은 ▲호남선(전남 순천-충남 논산) ▲호남선 지선(충남 논산-계룡) ▲남해 제1지선(경남 함안-창원) ▲중부내륙 지선(대구) 등으로, 도로공사는 지난 3년간 8,544억원의 통행료를 운전자에게 더 부담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문 의원은 도로공사의 이같은 통행료 부당징수가 ‘통합채산제’를 악용한 탓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통합채산제는 전국의 고속도로를 한 노선으로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통합채산제에 따르면, 일부 고속도로의 통행료 총액이 건설·유지비 총액을 넘거나 개통한 지 30년이 지났더라도 전체 고속도로에 대해 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게 된다.

문 의원은 “현행 유료도로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도로공사는 전국의 모든 고속도로를 하나로 간주하는 ‘통합채산제’를 악용해 해당 노선의 통행료를 계속 징수했다”면서 “통합채산제는 도로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신설 도로의 통행료 급등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인데도, 도로공사가 이를 악용해 무제한으로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은 큰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통합채산제’ 때문에 증설되는 노선을 포함한 전국 고속도로가 하나로 인식돼 통행료 징수가 끝나는 연한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문 의원은 또 “경인고속도로의 경우 출·퇴근 시간대에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모해 사실상 고속도로 기능을 상실했는데도, 도로공사는 통행료 폐지는커녕 지난해 11월에 오히려 12.5%(800원→900원)나 통행료를 인상했다”며 “더는 도로공사가 통합채산제를 악용해 고속도로 이용자를 봉으로 취급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이런 문제를 수정하기 위해 ‘유료도로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안에는 ‘건설유지비총액의 200%를 초과할 경우 통합채산제 대상에서 제외해 통행료를 폐지하고, 통행료 징수기간을 30년 이내로 규정한 시행령의 강제성을 높이기 위해 징수기간을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토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우선 경인고속도로, 울산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 등 3개 노선의 통행료가 완전히 폐지된다.

한편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와 관련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도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새누리당 홍일표(남구갑) 의원은 최근 경인고속도로 통행료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유료도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 계류중에 있다.

도로공사 측 입장은  “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못해”

“전국 고속도로 하나로 보는 ‘통합채산제’ 적법”


문병호 의원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국토해양부와 도로공사 측은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유료도로법에 ‘통합채산제’라는 예외규정이 있기 때문에 전혀 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유료도로법 제18조는 일정한 경우 둘 이상의 유료 도로를 하나의 유료 도로로 보고 통행료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로공사 측은 8일 해명자료에서 “통합채산제의 목적은 지역간ㆍ세대간 통행료의 형평성과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고속도로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유료도로법에 따라 시행되는 제도”라면서 “통합채산제를 시행하지 않으면 먼저 건설된 노선의 통행료는 감면되나 나중에 건설된 노선은 통행료가 높아지게 되어 불균형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도로공사 측은 통합채산제를 운영하지 않으면 전체 고속도로를 유지·관리하고 노선을 추가 건설하기 위한 재원 조달에도 문제가 생긴다고도 덧붙였다.

국토부 역시 경부선·경인선 등 개통된 지 30년이 넘은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폐지하면 현재 통행료 수입의 절반 이상이 감소해 도로 유지와 투자에 지장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법원도 2005년 현행 방식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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