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징계 앞두고 속 앓는 SKT

 

하나로텔레콤(대표 조신)이 SK텔레콤(대표 김신배)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인수 직후 터져 나온 ‘고객정보 유출 파문’으로 곤혹을 겪더니, 이번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징계 수위를 놓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자칫 ‘영업정지’라도 맞게 되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목적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SKT는 난국 돌파의 해결책으로 ‘정공법’을 택했다. 하나로텔레콤의 대주주였던 ‘뉴브리지-AIG 컨소시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전 대주주였던 ‘뉴브리지-AIG 컨소시엄’이 이미 해산됐기 때문이다.

1조원을 들여가며 야심차게 인수했던 하나로텔레콤. 그러나 하나로텔레콤은 정작 SKT의 계륵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통해 ‘유․무선 통신강자’라는 시너지를 펼치려던 SKT가 되레 하나로텔레콤으로 인해 발목을 잡혔다. ‘고객정보 유출 파문’으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기 때문이다.

당초 SKT는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면서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었다.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통해 ‘무선(SKT)+유선(하나로텔레콤)+방송(하나TV)+포털(SK컴즈)’을 잇는 유무선 통신라인을 강화해 국내 최고의 통신제국을 세울 계획이었다.

그러나 SKT의 이 같은 계획은 흔들리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인수 직후 ‘고객정보 유출 파문’이 일면서 하나로텔레콤 뿐 아니라 SKT의 신뢰 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소재 놓고 ‘법정 공방’


SKT는 난국돌파를 위해 소송을 택했다. 2일 하나로텔레콤의 전 대주주인 뉴브리지-AIG 컨소시엄을 상대로 손해를 보상받기 위해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를 신청한 것.

 

이와 관련 SKT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체결한 하나로텔레콤 인수 계약 당시 고객정보 유출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수사내용을 알려주지 않아, 인수 이후 큰 손해를 입었다”면서 “이는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SKT는 뉴브리지-AIG 컨소시엄이 거래했던 UBS증권 계좌에 아직 현금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고 이 계좌에 대해 압류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SKT의 소송에 대해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고객정보를 활용한 텔레마케팅이 거의 모든 통신업체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통신업체 임원은 “고객정보를 마케팅에 이용하는 것은 거의 모든 통신업체들의 관행”이라면서 “SKT 역시 OK캐쉬백을 통해 텔레마케팅을 하면서 하나로텔레콤의 고객정보 유출을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통신업계는 SKT의 소송제기를 ‘책임 떠넘기기’로 보고 있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하나로텔레콤은 현재 고객정보 유출 파문으로 인해 순가입자가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락한 고객신뢰 회복을 위해 SKT가 소송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송’을 통해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전 대주주에게 떠넘기면서, 하나로텔레콤의 고객정보 사건과의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뉴브리지-AIG’에 소송 제기, 실효성은 없어

                                           ‘영업정지’ 징계 시 하나로 인수 의미 없어져

 

 

증권계는 SKT의 소송제기에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 증권계 관계자는 “고객정보 유출 문제는 SKT가 하나로텔레콤 인수 계약 당시 실사과정에서 이미 밝혔어야 하는 문제”라며 “인수 계약 이후 외국계 펀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아무런 실익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뉴브리지-AIG 컨소시엄이 해산했기 때문에 손해배상 소송이 받아들여진다 해도 배상 주체가 사라졌기 때문에 별다른 이익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외국계 자금에 대한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SKT의 글로벌 이미지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뉴브리지와 AIG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습은 자칫 SKT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계 자본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할 여지가 있다”면서 “소버린에 이어 뉴브리지와 AIG 등 글로벌 자본과의 계속된 마찰은 결코 SKT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실제 SK그룹에 투자하고 있는 씨티은행(SK텔레콤 지분 29.96% 보유)과 템플턴자산운용(SK에너지 지분 7.26%) 등은 이번 하나로텔레콤 관련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T는 이 같은 업계의 우려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다. SKT 관계자는 “뉴브리지-AIG 컨소시엄이 우리에게 고지를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을 뿐, 다른 의미는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방통위 징계 놓고 ‘눈치보기’


그러나 SKT의 가장 큰 고민은 고개정보 유출로 인한 신뢰도 추락이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징계조치가 바로 ‘발등의 불’이다. 1조원을 지불하면서 인수했던 하나로텔레콤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면서 정작 써먹지도 못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6일부터 16일까지 조사를 벌여온 방통위측은 하나로텔레콤에 대해 일단 중징계할 방침이다. 형사고발은 물론이고, 영업정지 3개월에 과태료까지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T는 방통위의 징계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방통위 결정에 따라 하나로텔레콤의 시너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하나로텔레콤에 영업정지 3개월이라는 최악의 징계를 내릴 경우, SKT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의미가 무색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수 위주의 통신산업의 특성상, 초기 가입자들을 잡지 못하면 시장주도권을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SKT의 한 관계자는 “결합상품은 이미 만들어 논 상태지만 방통위의 징계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품 출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방통위의 선처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통해 ‘통신강자’를 넘어 통신제국을 꿈꿨던 SKT. 하지만 SKT의 현실은 그 ‘강자’ 자리마저 내줘야할 상황에 몰리고 있다. 진퇴양난에 빠진 SKT는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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