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노재웅 기자] 최근 개봉해 인기를 누렸던 영화 ‘회사원’ 속 주인공 지형도 과장(소지섭 분)은 평범한 금속 제조회사에 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의뢰인이 지목한 사람을 죽이는 게 그의 업무인 살인청부 회사 소속이다. 부인 청부살인 사건의 원모 씨는 현실 속 ‘지형도 과장’이었다. 그는 경기도 수원에서 심부름센터 ‘S기획’을 혼자서 운영했다.


무늬만 심부름센터, 개인 뒷조사는 물론 납치·폭행·살인까지 
최근 10년간 심부름센터 연루 살인사건 5건, 대책마련 시급


심부름센터는 ‘시키는 것은 뭐든지 합니다’라는 취지 아래 음식배달, 관공서 업무, 처방전 약 타오기 등 기본 생활업무는 물론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들까지 돕는 등 다양한 일을 해주는 곳이다. 그런데 심부름센터들이 난립하면서 개인 뒷조사는 물론 살인청부까지 저지르는 끔찍한 곳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심각하다.

현재 경찰이 파악한 전국의 심부름센터는 3000여 개. ‘기타서비스업’에 속하는 심부름센터는 허가를 받거나 자격증이 없어도 그냥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만 하면 운영이 가능하다. 이번에 덜미를 잡힌 심부름센터 사장 원씨는 강도와 강간미수 등 전과 14범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이 가운데 수백 개가 폭력조직과 연계해 빚을 대신 받아주는 해결사 노릇을 하거나 몰래카메라를 이용해 불륜현장을 뒷조사하는 ‘불법 심부름센터’라고 추정하고 있다. 극히 드물지만 납치·폭행이나 살인까지 청부를 받는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심부름센터들은 불륜 추적이나 채권추심을 위해 불법적으로 개인 정보를 얻겠다며 공무원이나 이동통신업체 직원들까지 매수하고 있다. 지난 7월 서울지방경찰청은 심부름센터 직원에게 돈을 받고 주민등록번호나 차량번호 등 개인 정보를 내준 구청 공무원과 보험 설계사 등 30여명을 적발했으며, 지난 3월엔 경찰이 이동통신사 대리점 등에 차량번호, 주민번호, 가족관계증명서 등 고객 정보를 빼달라고 한 뒤 건당 10만~15만원을 건넨 심부름센터 직원을 붙잡기도 했다.

또한 최근 10년간 심부름센터가 연루된 청부살인만 5건에 이른다. 지난 2008년 1월에는 한 20대 여성이 자신과 헤어지려는 남자친구를 죽여 달라며 심부름센터에 의뢰했다가 붙잡혔으며, 2005년 2월에는 전남 나주에서 남편의 보험금을 노리고 심부름센터에 살해를 의뢰한 주부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밖에 감춰진 사건은 더 많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심부름센터가 진정한 생활밀착형 일자리로 거듭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절실히 요구되지만 대책 마련이 쉽지만은 않다. 지난 17·18대 국회에서는 ‘민간조사업법’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처리가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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