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존재감 실종’ 막전막후

<뉴스포스트=허주렬 기자>야권후보단일화 이슈에 가려 대선정국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 정치권의 오래된 격언 중 “자기 ‘부고’ 기사를 제외하고는 좋은 기사든 나쁜 기사든 언론에 나가는 것이 이득이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최근 이슈 선점은커녕 ‘단일화 네거티브’ 공세에 치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존재감이 생명인 정치에서 존재감이 사라진 박 후보의 현 상황과 ‘박근혜 존재감 부활’을 위한 새누리당의 고심을 취재했다.

박근혜 후보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교육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불붙은 야권단일화 이슈에 ‘박근혜 존재감 실종’, 새누리 ‘단일화 네거티브’ 치중
-새누리 내부선 ‘박근혜 존재감 부활’ 고심, 러닝메이트 지명·의원직 사퇴 등 고려

“추태와 혼란의 야권단일화 정말 징그럽다.”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한 말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전날 열렸던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TV토론에 대해 “단일화 한다고 난리를 쳐서 토론회를 했는데 맹탈 질문에 허탕 답변하고, 참 준비가 안 됐구나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평가절하 했다. 심지어 이날 토론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대통령 후보다운 자질과 경륜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논평을 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새누리당 지도부, 대변인들의 ‘단일화 김빼기’ 작전은 대선이 하루하루 다가오며 더욱 심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단일화 네거티브 목매는 새누리

새누리당이 연일 내놓은 논평과 기자회견, 지도부·선대위 회의는 야권단일화를 비판하는데 집중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야권단일화에 대한 반응을 내놓는 것 외에는 언론에 나올 일이 없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집권여당이자 원내 과반 이상을 차지한 제1당의 대선 후보가 자체적으로 선거판을 이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박근혜 후보가 대선정국 막판 중도 지향의 당초 전략을 포기하고 보수집결 전략으로 회기해 변화의 이미지를 주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 캠프 관계자는 “단일화 이슈가 대선정국을 뒤덮은 상황에서 이대로 가는 방법밖에 없다”며 “박 후보의 지역 방문 등 유세에서도 단일화 관련 언급이 없으면 이슈꺼리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일화 이슈에 끌려갈 수밖에 없음을 당내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에는 정책행보를 통한 진정성으로 승부를 보겠다던 박근혜 후보도 단일화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2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야권단일화 협상과 관련해 “단일화에 매몰돼 정책·인물 검증이 실종되다시피 했다. 이는 정치쇄신이 아니라 정치 후퇴”라며 “앞으로 이런 단일화 이벤트는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야권 후보에 대한 공세와 더불어 여성대통령 리더십을 강조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정치에서) 남성 위주의 권력투쟁을 쭉 봐 왔는데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민생을 챙기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라며 “여성 대통령은 권력투쟁보다 국민의 삶에 집중하게 된다. 통합을 이뤄나가며 민생을 섬세하게 살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단일화에 대한 대응전략과 관련해 “특별히 기발한 대응 전략이라는 것은 없다. 어떤 정치 공학도 진심을 넘어설 수는 없다”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서 민생을 안정시키는 등 진정한 변화를 누가 가져올 수 있는지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네거티브와 정면 돌파 행보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 박근혜 존재감 부활에 사활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야권단일화 이후가 더 고민”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단일후보가 결정된 이후 나타날 ‘시너지’ 효과에 대비해 박 후보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단일화 이후가 더 중요하다”며 “야권은 누가 후보가 되든 두 후보가 돌아다닐 텐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내에서는 박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호남총리’를 선 지명하는 것과 의원직 사퇴,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선대위 합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조해진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23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호남총리론과 관련해 “호남이 야권의 본산인데 그 지역의 인사에게 총리를 맡기는 것은 지역균형발전이나 국민통합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며 “새누리당내에서도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에 대해서는 “아직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지만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해진 대변인은 이회창 전 대표의 합류설에 대해서 “긍정적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규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23일 박 후보의 비례대표 의원직 사퇴설에 대해 “국회의원 신분을 벗는다는 것은 5선 의원인 박 후보가 익숙한 옷을 벗는 것으로 새로운 일에 대한 각오와 다짐, 결의를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인기 있는 유명인사와 함께 유세에 나서거나 박 후보 측근 인사들이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는 선언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선대위 한 관계자는 거론된 방안들에 대해 “단일화 이슈를 잠재울 ‘폭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박 후보는 지금 (정책 등에 대해) 진심으로 호소하면 이길 수 있다고 한다”며 “단일화 이슈에 대응할 각종 전략을 박 후보에게 보고해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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