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쇄신·민주화 과제

<뉴스포스트=허주렬 기자>제 18대 대통령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당선됐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으로 범보수와 범진보 진영이 총집결해 양자대결로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보수 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박근혜 후보가 갖가지 기록을 갈아치우며 대통령에 당선, ‘박근혜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보수 대 진보’ ‘2040 대 5060’의 극심한 대립,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정치쇄신과 경제민주화 등 풀어가야 할 과제도 산적해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보여줄 미래 대한민국을 <뉴스포스트>에서 전망해봤다.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당선증을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여성·부녀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첫 과반이상·역대최대 득표 
세대·이념 갈등 해소, 정치쇄신·경제민주화 등 시대정신 해결 과제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첫 부녀 대통령 탄생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또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투표율(75.8%)을 기록한 이번 대선에서 박 당선인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처음으로 과반 이상을 득표(51.55%)했으며, 역대 최대 득표(1,577만표)를 얻기도 했다. 

박근혜 당선과 세대 갈등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데에는 5060세대의 결집이 주요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9일 진행된 18대 대선 투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50대 투표율은 89.9%로 연령대별 투표율 1위를 차지했다. 60대 투표율 역시 78.8%로 2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50대의 62.5%, 60대의 72.3%가 박 후보를 지지했다. 이는 각각 37.4%와 27.5%에 그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25.1%p, 44.8%p 앞선 것이다. 반면 20대의 65.8%, 30대의 66.5%가 문 후보를 지지했지만 2030세대의 투표율은 각각 65.2%와 72.5%에 그쳤다. 이 세대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득표율은 모두 33%대였다.

이 같은 세대별 투표 참여율 차이가 박 당선인과 문 후보에 대한 지지율 차이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문 후보는 48.0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108만표 차이로 박 당선자에게 패했다. 하지만 문 후보를 지지했던 국민도 1,469만명이나 됐던 만큼 이들을 어떻게 끌어안는가가 박 당선인의 우선적 과제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이번 대선을 앞두고 보수와 진보가 극단적으로 갈라선 만큼 ‘박근혜 시대’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 대통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종료된 18대 대선 투표 개표 결과 전국 16개 시도의 선거인수를 기준으로 지역별 면적을 계산해 1위 후보의 색깔을 표현한 지도. 박근혜 당선인(붉은색)은 서울,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승리했다.<출처-다음>

이를 인식한 박 당선인도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당선 인사에서 “제가 오늘 이 영광스런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의 성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저에 대한 찬반을 떠나 국민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분열과 갈등을 빚어 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겠다”며 “모든 지역, 성별, 세대의 사람을 골고루 등용해 대한민국의 숨은 능력을 최대한 올려 국민 한분 한분의 행복과 100%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저의 꿈이자 소망”이라고 말했다. 

앞서도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국민 대통합을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와 자택을 방문하기도 했으며, 선대위에는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만들어 스스로 위원장직을 맡기도 했다. 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 한화갑 전 민주당 상임고문 등 호남지역 인사들을 끌어안았다.

또 그는 아버지 박정희 시대의 과오로 지목되는 5ㆍ16 쿠데타와 유신, 인혁당 사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국민통합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역대로 되풀이돼온 승자독식과 편 가르기의 유혹을 뿌리치고 인사 대탕평과 지역균형발전의 약속을 지킬 때 ‘박근혜 시대’는 100% 국민통합의 시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철수 현상’서 파생된 정치쇄신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등장과 함께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정치쇄신도 박 당선인이 풀어야 할 과제다. 정치쇄신은 ‘안철수 현상’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새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갈망을 해소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박 당선인도 일찍이 선대위 내부에 정치쇄신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안대희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등 대선 기간 내내 정치쇄신을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 사면권 제한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 △국회의원 정원 축소 △중앙당 공천권 축소 △국회의원 후보를 여야가 동시에 국민참여경선으로 선출 △기초자치단체장과 의원의 정당공천 폐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장기간 군사독재정치를 경험하며 민주화 이후(1987년) 시행된 5년 단임제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인 임기말 부정·부패가 거듭된 상황에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분권형 리더십도 제안했다. 더불어 박 당선인의 정치쇄신 공약에 들어가 있는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을 추진할지도 관심사다.

박 당선인이 약속한 쇄신안이 이행될 경우 우리 정치는 한층 진일보할 것으로 보인다.

시대적 화두 경제민주화

정치쇄신과 더불어 시대정신으로 부상한 경제민주화도 박 당선인이 풀어야할 과제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효율성을 강조한 반면, 공정성은 상대적으로 간과해왔다. 그 과정에서 대기업집단 오너일가의 사익추구행위, 대기업의 중소기업간 거래에 있어서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 담합을 통한 경제력 남용 행위 등 시장의 불공정성이 만연했다.

이러한 불공정한 경제 질서를 개혁해 공정한 시장경제질서 확립과 서민,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등 경제적 약자 보호를 통한 경제민주화 실현은 시대적 요구다. 이를 인지한 박 당선인은 지난 4·11총선 직전 경제민주화 전도사인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영입해 중책을 맡겨왔다. 대선 국면에서는 김 전 수석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임명해 정책을 담당하도록 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경제 불황으로 인해 향후 우리도 저성장 시대 진입이 우려되고 있는 만큼 ‘성장’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당선인의 경제관련 공약집을 보면 ‘경제적 약자에게 확실하게 도움 드리는 경제민주화 추진’, ‘대기업 집단의 장점은 살리고, 잘못된 점은 반드시 바로잡기’, ‘기업지배구조개선 개선’ 등 다소 모호한 표현으로 작성된 부분들이 많다.

따라서 박 당선인의 경제정책은 경제민주화와 성장의 조화를 모색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박 당선인은 경제민주화를 국정 3대 과제로 제시하는 한편 지난 18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5년 내 코스피 3,000시대를 꼭 열겠다. 돈이 돌고 주식시장이 활황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공약과 관련해 김종인 위원장이 제시한 안에서 완화된 대규모기업집단의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하되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제시한 것도 성장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 불신’ 깰 사법개혁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도 박 당선인이 풀어야할 과제다. 현 정권 내내 ‘정치 검찰’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아온 검찰은 최근에는 금품수수, 성추문, 지도부 간 갈등까지 노출하며 스스로 개혁의 대상임을 자초했다.

이와 관련한 박 당선인의 사법개혁 정책은 우선 국민적 불신이 증폭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확보하고 기소독점 등의 권한을 대폭 축소·제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체적으로 박 당선인의 검찰 개혁안은 크게 △검찰 권한 축소·통제 △검찰 인사제도 개혁 △비리·부적격 검사 퇴출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요약된다.

검찰권 축소·통제를 위한 대표적 방안으로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들 수 있다. 박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겠다. 서울중앙지검 등 일선 검찰청의 특별수사부서에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중수부 폐지 후 고위공직자와 판·검사,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수사하기 위한 기구로는 상설특검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그는 검찰시민위원회를 강화해 주요 사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인신구속 기준과 기소 여부를 시민의 시각에서 심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동안 기소독점권으로 인해 비판의 대상이 됐던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제어한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

검찰의 독립성·중립성 확보 방안으로는 검찰총장 임명을 검찰청법에 따라 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인물로 임명하고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임명하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도 박 당선인의 사법개혁 구상에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해 박 당선인은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축소해 현장수사가 필요한 사건을 포함한 상당 부분에서 경찰의 자율적 수사 기능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목표로 우선은 경찰 수사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수사권 배분을 추진해나가겠다는 설명이다.

민생과 복지문제 해결

일자리 등 민생 문제와 복지문제도 당면한 과제다. 박 당선자는 선거유세에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던 현 정부도 양적인 성장을 중시하는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해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민생을 최우선시 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 정부와의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성장보다는 복지·분배를 강조한 ‘중산층 70% 재건 프로젝트’와 ‘경제민주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당선인의 복지정책은 대체로 ‘맞춤형 복지’를 통한 선별적 취약계층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기초노령연금과 5세 이하 아동 무상보육은 전 계층에 대해 실시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보편적 복지’의 색채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처럼 집권 초반에는 개혁적 모습을 보이다 다시 보수 색채를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당선인이 제시한 이런 개혁방안들은 대부분 여야 정치권의 합의 속에 국회를 통해 추진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 승리와 선진통일당과의 합당으로 현재 국회 총 재적 수 300석 중 154석을 확보하고 있어 공약 추진과 관련한 안정적인 국정 운영도 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박 당선인의 강력한 실천의지가 미래 대한민국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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