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인의 승리로 끝난 지도 보름 가까이 지났지만 세대 간 갈등과 후유증은 여전하다.

[뉴스포스트=노재웅 기자] 치열했던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인의 승리로 마무리 된 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그사이 쏟아진 선거 분석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키워드는 단연 ‘갈등’이었다. 이념 갈등부터 동서 지역 갈등, 계층 갈등 등 선거판을 둘러싼 무수히 많은 갈등들. 그중에서도 이번 대선 최대 이슈는 바로 ‘세대 갈등’이었다. 이번 선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다뤄지지 않던 갈등의 분류다. 이른바 2030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부모, 혹은 조부모뻘 되는 중·장년 층 세대에게 반기를 들고 일어난 것. 심각한 수준의 ‘대선 후유증’을 앓고 있는 청년 세대들의 표출된 불만은 무엇이며, 논란의 중점은 어떤 것인지 <뉴스포스트>에서 진단해봤다.
 

노인 무임승차 반대론 대두, 급기야 기초노령연금제 폐지 주장까지
‘대선 후유증’ 심각 수준, 지역구도 옅어진 반면 세대 간 구도 심화

제18대 대선으로 새롭게 드러난 세대 간 갈등이 표면화 되고 있다. 노년층의 복지정책을 비난하는 청원이 인터넷 상에 쏟아지고 열화와 같은 동조를 얻기 시작하면서 선거가 끝난 후에도 ‘세대 갈등’은 오히려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다.
 

세대 대결 ‘문재인 패배’
2030세대 박탈감 ‘폭발’

대선 다음날이었던 지난해 12월 20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아이디 ‘좋은일만생긴다’라는 누리꾼이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을 올린 작성자는 “우리나라 노인분들께서 가지고 계신 ‘복지’에 대한 개념이란 빨갱이와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가뜩이나 재정이 악화되어가는 지하철공사에서 노인 무임승차를 전면 폐지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주장했다.

장년층 이상 세대가 박 당선인에게 몰표를 던진 만큼 야당이 주장해온 보편적 복지가 아닌 새누리당의 선별적 복지 정책을 따라야 한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청원은 당초 서명목표치인 8,888명을 넘어서 12월 28일 기준으로 1만306명을 기록했다. 앞서 2,000명부터 시작한 서명목표치는 3,000, 5,000, 7,000명의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면서 몇 차례 연장 진행됐다.

작성자의 의견에 힘을 보태는 댓글도 상당했다.

한 누리꾼은 “아무 일 없이 지하철 종점에서 종점을 찍고, 별 의미 없이 타고 다니시는 거 민폐다.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공짜라는 의식 팽배하다”고 동조의 뜻을 전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지하철 적자가 매해 9,000억이다. 택배업 하겠다고 공짜로 지하철 타고 다니신다면서요? 무분별한 복지 반대하신다면서요. 그 뜻 존중합니다”라고 비꼬듯 지적했다.

이밖에도 "늙은 것들이 물려준 건 부정한 나라, 정의가 사라진 나라. 빈부격차만 물려준 XX들", "비싼 세금낸 거 그들에게 퍼줄 이유 없다. 문재인 뽑았다고 어른들은 우리보고 빨갱이라 한다" 등의 감정적인 댓글들이 속출했다.

반응이 뜨거워지자 작성자는 며칠 뒤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나라에 애국보수(참 쓰면서도 마음 아파오는군요)가 하루이틀사이 많아졌다는 걸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면서 “아직까지 허한 가슴이 달래지진 않았지만 어떻게든 희망을 느껴보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현상은 해당 게시물에서만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론에 이어 기초노령연금제 폐지, 70세 이상 투표권 폐지 등이 잇따라 청원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글들은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패배에 따른 젊은 세대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투표권 폐지 청원 게시물에는 "19세 이하 연령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은 이유는 정책에 대한 사리판단 능력 등이 주된 요인"이라면서 "70세 이상 노인들은 잘 걷지도 못하고 말도 못 알아들으면서 아들에게 업혀오거나 부축을 받으면서 와서 선거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의 주장이 포함돼있었다. 

대선 과정에서도 영향력이 대단했던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서도 젊은 세대들의 ‘감정적 폭발’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2030세대면서도 박 당선인을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친구 끊기’를 했다는 인증 글들이 쇄도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세대갈등 극복 ‘국민 대통합’
박근혜 정부의 첫 번째 과제

‘세대 갈등’과 관련 연예인들의 SNS 발언도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슈퍼모델 출신 탤런트 이선진(38)은 12월 2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50~60대 분들이 뽑아줬다고 해서 노인 무임승차 폐지 서명운동을 한다는 기사를 봤다"며 "진보란 게 뭔지 아는 젊은이들의 발상인지 외국에 소문날까봐 부끄럽고 무섭다"는 글을 올렸다.

이선진은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 정치 인생에 그 시대를 겪었던 세대 분들이 그분을 존경한다는데 책으로만 배우고 입으로만 전해들은 세대들이 왜 그리 그분을 욕하는 건지"라고 덧붙였다.

이선진의 이러한 발언은 앞서 20대 진보 성향 배우 유아인(26)이 언급한 "어린놈이, 딴따라 주제에, 유신을 살아보지 않았으니 알리가 없고, 체험하지 않았으니 언급할 자격 없고 냉정할 수 있는 이유는 상처받지 않았기 때문이란 억측은 그만큼 당신에게 논리가 없다는 인증이다"라는 글과 대조를 이루는 것이었다.

이선진의 트위터 글은 박 당선인의 부친인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뉘앙스를 풍기는 동시에 젊은 세대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처럼 비춰지며 수많은 2030세대들의 반발을 샀다.

이선진은 논란이 커지자 "전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그저 어른들에 대한 노후복지 폐지에 대해 논한다는 기사를 보며 보수에 대한 젊은 우리 생각이 잘못된 것일 수 있으니 조금은 깊이 생각해보자는 의미였다"고 해명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처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대선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그간 갈등의 주요인이었던 이념 갈등과 동서 지역 갈등 등은 상대적으로 옅어진 반면 세대 간 구도는 심화됐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투료 현황을 따져보면 그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박 당선인과 문 전 후보는 각각 서로의 전통적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과 영남지역에서 두 자리 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대선 지역별 득표율과 비교했을 때 지역 간 구도가 상당히 옅어졌음을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세대별 득표율은 이전보다 구분이 더욱 명확해졌다.

2030세대 3명 중 2명은 문 전 후보를 찍었으며, 3분의 1만이 박 당선인을 지지했다. 이는 과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른바 ‘노풍’ 신드롬이 일었던 2002년 대선과 비교해서도 2030세대의 진보 후보 지지율이 6%포인트 이상 오른 수준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90%에 육박하는 투표율을 기록한 50대의 경우 약 63% 가량이 박 당선인에게 표를 던졌다. 2030세대와 정확히 반대되는 지지 형태를 보인 것이다.

이처럼 수면 위로 올라온 2030세대와 5060세대 간의 갈등을 두고 전문가들은 적절한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동시에 더불어 차기 정권의 첫 번째 숙제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선 결과를 떠나 연금, 복지 등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 지속,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이를 해결할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요구되는 상황이 됐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세대 갈등’은 박 당선인이 그토록 천명했던 ‘국민 대통합’에 중대한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시선은 이제 박근혜 차기 정부의 움직임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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