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부처’ 미래과학부 장관에 정보통신분야 전문가, 카이스트 교수 내정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 미래연구원 출신, ICT·과학 융합 리더십 관건

[뉴스포스트= 이미정 기자] 김종훈 전 벨연구소 사장의 자진 사퇴로 공석이 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최문기(62) 한국과학기술원(KIST) 경영학과 교수가 내정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ICT), 방송, 연구ㆍ개발(R&D)을 책임지는 핵심 부처다. 새 정부의 조직개편에 따라 신설됐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는 ICT와 과학기술계에 두루 정통한 이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 공약을 진두지휘할 인물로 낙점됐다고 알려진다. 일단 안팎의 반응은 이중국적 논란 등을 일으킨 김종훈 전 후보자와 비교하면 무난한 인선이라는 평이다. 그러나 현장 경험이나 부처 간의 조율 등의 행정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뉴스포스트>에서 최 내정자를 면밀히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4일 미래창조과학부(미래과학부) 장관에 최문기(61) 카이스트 경영과학과 교수를 내정했다. 신설 부서인 미래과학부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업무를 총망라해 미래의 성장동력을 책임지는 부서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인선 배경에 대해 “최 내정자가의 전문성을 중시했다”며 “경력을 보면 인선배경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정보통신분야 연구원과
교수로 오랫동안 활동

최문기 미래부과학부 장관 내정자는 정보통신분야에 정통한 학자이자 엔지니어로 통한다. 1951년 경북 영덕에서 태어난 최 내정자는 경북고와 서울대 응용수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원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8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책임연구원으로 입사해 이곳에서 20여년간 근무했다.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통신시스템연구단장, 광대역통신연구부 부장, 초고속정보통신본부장, 인터넷 기술연구부장 등을 지냈고, 유선통신기술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CDMA(코드분할다중접속)와 와이브로(WiBro·휴대인터넷) 기술의 기초가 되는 TDX(전전자교환기) 등의 개발에 공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이름으로 낸 국내외 특허는 36건에 이른다. 

최 내정자는 1999년 한국정보통신대(ICU) 개교와 함께 ICU 경영학부 교수로 변신해 강단에 섰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ETRI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원장 재직 시절엔 세계 최초로 무선 전송기술인 와이브로 에볼루션 개발하고, 와이브로 기술 상용화에 공을 세웠다는 평을 받았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엔 ‘과학기술훈장 혁신장’의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IT비전 2020 수립, 감성로봇 개발 등 IT 융합기술연구에도 기여했다는 평도 있다.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한 점도 높이 평가받는다. 그는 중소기업에 연구자들을 파견, 기술사업화를 지원하는 중소기업 현장 인력파견제를 도입했다. 연구원에 중소기업 인큐베이션 기능을 하는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를 유치하기도 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11월까지 3년 임기를 꼬박 채우고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 정부 산하 32개 출연 연구기관 관장들이 정부의 사표 요구에 줄줄이 옷을 벗었다는 점에서 그의 자리보전은 주목을 끌기도 했다.

최 내정자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연구대학으로 구성돼 발족한 ‘4대강 기술지원단’을 이끌며 이명박 정부와도 좋은 인연을 이어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도 한국통신학회 부회장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비상임이사,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한 경력도 있다. ICT계와 과학계에 두루두루 인맥이 넓은 것으로 알려진다.

성향은 합리적이고 점잖은 성품으로 알려졌다. 2m에 가까운 장신의 그는 ‘점잖은 신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인사도 학벌이나 내부 인맥을 가리지 않고 중용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최 내정자에 대해 ETRI 관계자는 “너무 우직하고 너무 열심히 하셔서 밑에서 모시기 쉽지 않았다”며 “보통 사람보다 머리 회전이 반 바퀴 이상 빨라 툭툭 메시지를 던지시고 한달 쯤 뒤에 확인하셔서 힘들었다”고 답했다. 일단 목표를 정하면 어떻게 해서든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스타일로 잘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인연은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미래연구원)의 초대 발기인에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박 대통령의 당선 공약인 ‘창조경제’ 구상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주로 최 내정자에게 신기술의 산업화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고 전해진다.

▲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지난 14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구성동 KAIST 본관에서 강성모 카이스트 총장을 만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발길을 돌리고 있다.


당시 미래연구원 멤버로 활동했던 이들은 이병기 서울대 교수(전 방통위 상임위원), 김진영 KAIST 교수, 인하대 김대호 교수 등이 있다.

또한 그는 지난 대선기간 박 대통령의 선거공약을 책임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산하 방송통신추진단 추진위원으로 활동하며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구상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ETRI 표준연구센터장 출신인 함진호 청와대 방송통신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도 절친한 사이다. 

김종훈 전 미래과학부 장관 후보자와의 인연도 있다. 최 내정자가 2008년 ETRI 원장으로 있을 당시 김 전 후보자의 벨연구소와 차세대 어드밴스드 광통신 장비와 무선 기술의 공동 연구를 추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김종훈 전 후보자가 그를 박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추천했다는 말도 있다.

학자스타일, 행정 능력 의문 
컨트롤 타워 능력 관건

최 후보자의 내정에 대해 ICT와 과학기술 업계는 무난하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설정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상근 부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 내정자는 통신전문가일뿐 아니라 정부출연연구원 원장을 지낸 점을 볼때 ‘과학기술과 ICT 융합’이라는 미래부의 미션을 훌륭하게 수행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목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사무총장도 “ICT 뿐 아니라 미래연구소나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에서 일한 경력도 있어 과학기술도 아는 분”이라며 “완전히 균형잡힌 인물은 아니지만 양 쪽 모두 어느 정도 아는 ‘차선책’으로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과학기술계 일각에서는 또 다시 통신전문가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자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김종훈 전 후보자에 이어 계속해서 장관 후보자를 내지 못해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학기술부 출신 한 공무원은 “대통령이 여러 차례 과학기술이 국정 중심에 서야한다고 강조한데 비해 장관 후보자는 ICT 출신이 계속 등용되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미래과학부는 여러 부처에서 흩어진 과학기술과 ICT 기능을 통합한 부처다. 미래과학부가 각 부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만큼 최 내정자는 여러 부처의 정책을 조율하고 융합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산업 현장 경험과 행정 능력이 부재한 점을 문제 삼았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지난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박근혜 정부는 미래과학부를 신성장동력, 미래 먹거리 창출, 혁신과 일 의 에너지를 모아내는 곳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학자 출신으로 대학 교수 경력 외에 별다른 전문성과 현장 경험이 없는 최문기 교수가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조직법 협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래과학부라는 정부조직은 없다”며 “그런데도 만들어지지 않은 정부조직의 장관 후보자를 다시 발표하는 것에서 청와대의 묘한 고집스러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비박계'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미래과학부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방송까지 융합해 산업으로 진행하는 부서다. 이런 조직을 이끌 행정력도 있어야 하는데 어떨지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렇게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최 내정자는 지난 14일 다수의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각오를 밝혔다.

최 내정자는 “과학기술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해 산업과 연결하고 일자리를 만들라는 게 대통령의 의지라고 생각한다”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 과학기술과 ICT 융합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융합의 대상을 콘텐츠와 문화예술, 인문사회학으로까지 확대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겠다”며 “개방형 혁신, 기업가 정신, 상호협력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과연 최 내정자가 새 정부의 ‘공룡부처’ 불리는 미래과학부의 수장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문기 내정자, 부동산 투기 의혹>

" 전국 13곳에 땅 보유 ,'땅부자'"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에 둘러싸였다.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이와 관련해 집중 질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보도에 따르면 최 내정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때인 2010년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13억5,961만원을 신고했다.

최 내정자는 20년간 연구소가 대전에서 생활했다. 그런데 다수의 보도에 따르면 최 내정자는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전국에 13필지의 땅과 아파트와 상가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특히 연고가 없는 경기 평택시 월곡동 일대에 목장(244㎡)과 논(335㎡), 밭(3건, 8672㎡)을 집중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대 부동산은 2002년 남동생·여동생과 함께 매입해 지분의 3분의 1씩을 공유하고 있다. 최 내정자 등 3남매가 각각 대전, 서울 강남, 경기 과천 등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농지법은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를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투기 의혹도 피어오르고 있다. 당시 평택 지역은 서해안 개발과 미군기지 이전에 영향을 받아 투기 열풍이 불었던 곳이다. 이에 당국은 이곳을 지난 2002년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대전이 연고지인 최 내정자가 서울에 아파트와 상가를 갖고 있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 내정자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7억3,600만원 상당의 1채(73.36㎡)를 보유했다. 최 내정자는 이 아파트의 값을 당시 7억3,600만원으로 신고했으나, 이 아파트의 임대보증금은 1억6,500만원에 그쳐 저렴하게 임대한 배경에 의문이 일고 있다. 그는 7억원 남짓의 노원구 월계동 상가도 보유하고 있다.

최 내정자의 부인은 울산 울주군과 경북 경주시에 임야와 하천, 묘지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에 대해 최 내정자는 “언론을 통해 공개된 부동산 중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도 있었고, 대부분 부동산은 상속 받아 형제들이 공동 소유하고 있다”며 “난 부동산 투기라는 것을 모르고 일만 열심히 했다”고 해명했다. <정>

<최문기 프로필 >
출생 1951년 4월 7일
소속 카이스트 (교수)
학력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대학원 박사
경력 2009.03~ 카이스트 경영과학과 교수
     2008.12~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 회장
     2006.11~2009.11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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