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조성용 기자] 광주 서부경찰서는 가짜 건강기능식품을 제조·판매한 혐의(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법 위반)로 임모(81) 씨를 적발해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임씨는 2010년 4월부터 최근까지 광주시 서구 유덕동 자신의 집 마당에서 각종 야채를 물에 넣어 썩게 만든 뒤, 썩은 물에 한약재를 첨가한 비위생적 식품을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속여 각종 질병 환자들에게 판매, 4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 광주 서부경찰서는 21일 브리핑을 열고 부패한 한약재로 만든 효소를 만병통치약이라며 판매한 임모(81)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광주광역시 남구 노대동에서 피부관리실을 운영하고 있는 A씨(여·51)는 지난달 단골손님으로부터 귀를 의심할만한 얘기를 들었다.

암부터 시작해 못 고치는 병이 없고 심지어 불치병도 치료한다는 명약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단골손님은 A씨에게 “나도 신장이 안 좋았는데 그 약을 먹고 다 나았다”고 얘기해줬다. 단골손님의 귀띔에 A씨는 아토피와 천식으로 고생하는 대학생 딸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주변에서 얼핏 들었던 아토피와 천식은 양약보다는 민간요법이 치료에 훨씬 좋다는 말이 A씨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A씨는 지인 2명과 함께 같은 달 19일, 고객들에게 ‘효소 박사’, ‘효소 명인’, ‘만병통치약 제조자’로 불리는 임모씨를 찾아갔다.

임씨는 “아토피와 천식은 병도 아니다”라며 “한 달만 먹으면 금세 낫는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임씨의 말에 A씨는 바로 그 자리에서 효소로 만든 환약 25만원 가량을 각각 구입했다.

또 “고혈압과 갱년기에도 좋다”는 임씨의 말에 지인들과 자신이 복용할 환약도 함께 샀다.

A씨가 환약에 곰팡이가 끼어있는걸 보고 순간 머뭇거리자 임씨는 “미생물을 배양시킨 효소기 때문에 일반 한약재와 달리 곰팡이가 있다”면서 “이 효소 때문에 효능이 1000배 이상 높다”고 큰소리쳤다. 임씨의 말을 들은 A씨는 굳게 믿기로 하고 ‘만병통치약’을 구입했다.

이 ‘만병통치약’을 들고 피부관리실로 돌아 온 A씨는 호기심을 못 참고 1알을 바로 먹었다. 이 약을 먹고 나니 왠지 몸이 좋아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단 몇 분만에 산산조각 났다. 갑자기 속이 뒤틀리는 듯한 느낌에 화장실로 뛰어간 A씨는 구토와 설사, 탈수증상까지 보여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임씨에게 항의전화를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것은 병이 낫기 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명현(瞑眩)현상이니 병원에 절대 가지 말고 약을 더 많이 복용하라”는 것이었다.

A씨는 다음날 오전 0시15분쯤까지 자신의 피부관리실에서 끙끙대다가 결국 병원에 실려 갔다. A씨와 함께 약을 구입해 복용한 지인 2명도 같은 증상으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화가 치민 A씨는 임씨에게 부작용을 호소하며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임씨는 “특허까지 받은 약이기 때문에 그럴 리 없다”며 “다른 사람들은 문제없었는데 A씨만 특이한 거다. 괜한 트집을 잡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오히려 협박을 했다.

그러나 A씨는 이후에도 계속 혈변을 누면서 심한 복통에 시달렸고, 결국 지난 10일 임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급습한 광주 서구 유덕동 임씨의 집 마당에는 갈색 빛깔 물이 들어찬 대형 플라스틱 통 10개가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썩은 호박·수세미 등 온갖 야채가 가득했다. 임씨는 이 ‘만병통치약’을 통해 벌은 4억여원 가량을 이혼한 전처와 자녀들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외에 또 다른 피해자 이모(53·여) 씨는 경찰 조사에서 “관절염 치료를 위해 약을 사먹은 뒤부터 혈변과 온몸이 빨갛게 붓는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며 “이렇게 죽나보다 싶어 유서까지 썼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임씨의 구속 여부가 알려지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내가 임씨로부터 약을 사먹고 병을 이겨냈다”며 “왜 죄 없는 사람을 잡아가느냐”고 경찰에 항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임씨가 고령인 점을 감안해 불구속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