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납치, 감금한 성폭행범… 경찰에 포위되자 '엽총 쏴 저항'

[뉴스포스트=조성용 기자] 20대 여성을 납치‧감금 및 성폭행혐의로 수배를 받아오던 40대 남성이 대낮에 차를 타고 도심 10㎞를 달리면서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붙잡혔다. 경찰은 엽총을 쏘며 저항하는 조모(무직‧47) 씨를 잡기 위해 실탄 9발과 공포탄 3발, 테이저건(전기충격기) 2발을 발사, 추격 10여분 만에 검거했다. 검거과정에서 다친 시민은 없었지만 시민들은 영화에서나 볼법한 총격전에 놀라 공포의 시간을 보냈다.

24일 오전 10시경 충남 천안시 신부동 하나아파트 인근 새마을금고 삼거리. 어디선가 갑자기 울려 퍼진 총성과 함께 순찰차와 한 흰색 렉스턴 차량이 서로 엉키면서 휴일의 평온한 도심을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충남 천안 서북경찰서 김모 경사 등 2명은 10시경 천안시 안서동의 한 분식점 앞 길 차안에서 잠복근무를 하던 중 수배 중인 흰색 렉스턴 차량을 발견했다.

▲ 24일 오전 10시께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모 아파트 인근에서 여성을 납치해 경찰수배를 받아오던 조모(47) 씨가 경찰에 엽총을 발사하며 저항하자 경찰이 총을 쏘며 검거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 차량은 지난 18일 천안시 성정동에서 20대 여성을 납치‧감금 및 성폭행을 한 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아오던 조씨가 타고 있었다. 김 경사 등은 잠복을 위해 타고 있던 차로 조씨의 승용차 앞부분을 가로막고 검거에 나섰다. 이에 조씨는 승용차의 가속페달을 급히 밟아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순찰차로 조씨 차량을 들이받았지만 도주를 막지 못했고 도심 추격전이 전개됐다.

조씨가 도주하자 마침 근처에 있던 두정2파출소 소속 김모 경장 등 2명은 경찰의 추격을 받고 있는 조씨를 발견하고 급히 뒤쫓았다. 경찰의 추격을 뿌리치려한 조씨는 120㎞가 넘는 속도로 안서동 단국대 앞을 지나 성거읍 망향의 동산까지 질주했다. 순찰차와 거리가 좁혀지자 조씨는 승용차의 방향을 돌려 다시 시내 방향으로 내달렸다.

도심에서 조씨의 질주가 위험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조씨의 승용차 타이어에 실탄 3발을 쏴 펑크를 내면서 마무리 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때부터 추격전은 이상한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도주하고 있던 조씨가 경찰에게 총을 쏘기 시작한 것.

신부동의 한 아파트 앞길까지 10㎞를 뒤쫓아 온 경찰이 조씨의 승용차를 총으로 타이어를 터트린 뒤 에워싸 검거하려 하자 차안에 숨겨뒀던 엽총으로 저항하기 시작했다.

순찰차에 갇혀 움직일 수 없게 된 조씨는 운전석 창문을 약간 내린 뒤 소지하고 있던 엽총 1발을 경찰을 향해 발사했다. 진한 윈도우 틴팅(선팅) 때문에 차량 속 범인이 잘 보이지 않자 경관 1명이 몰래 다가가 벽돌과 몽둥이 등으로 조씨의 차량 앞쪽과 뒤쪽 창문을 깨뜨렸다. 이어 경관은 차 지붕 위로 올라가 발을 구르며 조씨를 압박했다.

그러자 조씨는 차 지붕을 향해 1발을 쏘고 다시 운전석 창문으로 경찰을 향해 3발 안팎을 발사했다. 조씨가 쏜 총탄이 순찰차에 박히자 경찰은 공포탄 3발과 실탄 6발을 더 쏘며 위협했다.

조씨가 운전석 뒷자리로 옮겨 경찰의 동태를 살피는 사이 천안서북경찰서 양모 형사가 조수석 뒷문을 열고 테이저건(전기총)을 두 차례 발사했다. 전기총을 맞은 조씨가 당황한 기색을 보이자 형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조씨를 덮쳐 제압한 뒤 수갑을 채웠다. 총격전이 벌어진 지 10여분 만이었다.

한편 검거된 조씨는 지난 18일 0시26분쯤 천안시 서북구 성정동에서 우연히 알게 된 A씨(23·여)에게 “태안으로 회나 먹으러 놀러가자”고 접근해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감금한 뒤 데리고 다니면서 성폭행을 저질렀다.

이어 A씨에게 “경찰에 신고하면 총으로 너와 가족들을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조씨에게 감금돼 끌려 다니던 최씨는 지난 21일 밤 10시 50분쯤 충남 아산시 가덕펌프장 부근에서 조씨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망친 뒤 휴대전화로 지인에게 위치를 알려줬고, 지인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조씨가 보복하겠다고 협박한 데 따라 최씨 부모가 운영하는 천안시내 음식점 부근에서 잠복근무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충남 천안서북경찰서는 20대 여성을 납치·감금해 성폭행하고 추격하는 경찰에 엽총을 쏘며 저항한 혐의로 조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조씨는 지난해 수렵허가 지역이었던 충남 홍성에서 엽사 차량에 있던 엽총을 훔쳐 총알 5발 정도를 항상 넣어두고 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또 조씨의 차량 안에서 160여발의 엽총 탄알과 흉기 10여점, 연료통 등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것들 역시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조씨가 다른 범행을 저질렀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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