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여행, 화폐 … 자유로울 때 가장 멋진 것들


- 세월 담은 화폐 모으며 추억에 잠겨
- 국가의 얼굴 화폐 모으는 ‘황제의 취미’
    

 

 

무언가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단추, 아기 신발, 책.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머리카락을 모으기도 한다.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화폐’ 모으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각각 세월의 흔적들을 머금고 있는 화폐와 그 화폐를 모아 앨범에 차곡차곡 정리하는 사람들, 어쩌면 그들은 그 앨범을 보며 지나간 세월을 회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화폐 수집가들이 모인 곳은 다음 카페 <화폐 수집-여행과 자유(http://cafe.daum.net/song9662)> (이하 화여자).
‘모은다’는 것은 성격상 대체적으로 혼자 하지만, 함께 하면 기쁨이 적어도 2배 이상 커진다는 게 옛 조상들의 지론. 카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카페 회원들이 나누는 기쁨은, 자신들이 느낀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기쁨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대한 상식도 쌓인다는데… 어떻게 된 영문일까?

 

 

 

화폐를 ‘예술 작품’으로 여기는 사람들

 

보통 사람들에게 ‘화폐’가 단순히 배불리 먹고 호화롭게 살기 위한 물질적 의미로서의 개념이라면, 카페 <화여자> 회원들에게 ‘화폐’는 거의 ‘예술 작품’이다. 그러니까 그들에게 ‘화폐’는 피카소나 고흐, 미켈란젤로의 그림과 비슷한 정도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2000년 12월 개설한 후, 현재 8,500여 명 정도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카페 <화여자>. 이곳을 운영하는 사람은 송경섭 씨다. 그는 “화폐는 한 국가의 얼굴입니다.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집대성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폐 수집은 취미 중에서도 ‘황제’ 취미죠”라고 말하며, 화폐에 대한 사랑을 과시했다.
9년간 카페를 운영하면서, 이름 때문에 웃지 못 할 오해를 산적도 있었다고 한다. 편의상 카페 이름을 <화여자>라고 줄여서 부르는데, 한번은 그 이름 그대로 카페 회원들에게 우편물을 보낸 적이 있었다고. 그런데 그중 한 회원이 음란물을 다루는 곳에서 보낸 우편인 줄 알고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수집 + 화폐학 공부 = 일석이조!!

 

무엇보다 <화여자>가 특별한 점은 화폐학과 관련한 칼럼이 많다는 것, 그리고 정모 등 오프라인 모임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원들 간 친목이 돈독해 지는 것은 물론, 지식이나 상식까지 쌓는 건 당연지사!
칼럼을 올리는 게시판은 총 10여 개로, 각각 그 칼럼을 작성하는 회원들의 닉네임을 따서 이름을 만들었다. 그래서 ‘패랭이꽃님 칼럼’ ‘떠돌이님 칼럼’ ‘한그림자님 칼럼’ ‘송골매님 칼럼’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음악관련 화폐, 베트남?캄보디아 화폐, 일본 화폐, 조류관련 화폐 등 각각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칼럼을 작성하고 있다.
카페 <화여자>를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정기모임’에 대해서 이런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만나면 뭐해?” 하지만 동호회의 진정한 매력은 ‘통한다’는 데에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동호회에서 이루어지는 ‘정모’ 또한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공통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아주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 그렇게 수다를 떨다 보면 이유 없이 즐거워진다는 것이다.
이들이 소통하는 온라인 공간에서 유일하게 ‘화폐 아닌 것’에 목적을 둔 게시판 ‘오늘의 소사’에서는, 그날그날 이슈가 되는 사회문제나 정치문제 등에 대한 기사가 꾸준히 업데이트 된다.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보교환과 물물교환이 이루어지고, 사회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판매’가 아니라 ‘물물교환’이라는 것. 가격차이가 크지 않은 이상, 절대로 사거나 팔지 않는 다는 게 원칙이다.
‘오늘의 소사’ 게시판은 4년 전, 제일은행 지점장으로 일하던 회원이 시작했다고 한다. 닉네임이 ‘한글도스님’이었던 그가 ‘봉사활동 생활화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화폐 모으는 과정을 중시하는 진정한 ‘수집가’들

 

그러나 이 같은 소소한 즐거움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잇는 가장 큰 공감대는 ‘화폐’ 그 자체가 가져다 주는 오묘한 매력에 있다.
운영자 송경섭 씨는 여행사 가이드로 일하면서 동전을 모았다. 그 후 해외 출장이 있을 때마다 미사용 지폐와 주화를 중심으로 모으게 되었다고, 화폐 수집을 시작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수집가’에게는 화폐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지만, 어떤 과정으로 자신의 손에 넣었는지에 따라 중요함의 까다로운 순위가 매겨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송경섭 씨뿐 아니라 모든 회원들은 아무리 적은 금액의 화폐라고 해도, 또는 보기 흔한 화폐라고 해도 홀대하는 법이 없다.
개인 대 개인으로 경쟁하기보다 ‘함께’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진정한 ‘수집가’들의 모임 <화여자>는 ‘다음 우수카페 TOP 100’에 선정, 중국?홍콩?싱가폴 등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발행하고 있는 여행전문 잡지 <뚜르뜨몽드>에 소개 됐을 뿐 아니라 가두신문 에서도 소개되는 등 인정을 받고 있다. 이처럼 정통 화폐수집 모임으로서 본질을 잃지 않으며 소소한 재밋거리들을 덧붙여 나가는 것이 <화여자>를 찾는 이들의 이유일 것이다.

자유로울 때 진정 멋진 것들

이쯤 되면 카페 이름에 의문을 품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화폐수집’과 ‘여행과 자유’라는 의미를 아우르고 있는 <화여자>를 두고 화폐에 대한 이야기만 했으니 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송경섭 씨는 화폐수집과 여행은 함께 가야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생과 여행 그리고 화폐수집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가 자유로움 속에서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 가장 멋지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화폐는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카페 <화여자>는 ‘화폐 수집의 길라잡이’가 되는 게 목표라고 한다.
그를 위해 8월에는 화폐전시회를, 12월에는 화폐특강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화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함께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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