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화제/新 ‘LG맨’ 전성시대

MB정부 들어 LG맨 들의 공직 자리 입성이 눈부시다.
새 정부의 기관장 일괄 재신임 방침에 따라 비어 있던 요직에 LG맨 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일각에선 “‘LG가 싹쓸이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다.
한 재계인사는 “삼성, 현대와 달리 LG 출신들이 정부 요직이나 공기업 수장에 진출한 사례는 드물었다.”며 LG의 최근 선전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뉴스포스트>는 이명박 정부 들어와 주요 공직에 잇따라 진출하는 LG맨 들에 대해 알아본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LG그룹 출신 인사들이 주요 공직에 진출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바야흐로 ‘LG맨’들의 전성시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공직 인사에 LG맨들의 입성이 눈부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직에 진출한 첫 번째 LG맨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다.


그는 20년 가까이 LG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5월 LG를 떠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근부회장으로 일하다 이명박 정부의 초대 지경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당시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이 전경련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어 그의 전경련 입성이 성사될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졌지만, 그는 당당히 입성했고, 새 정부 들어 장관으로 발탁됐다. 이에 한때나마 그의 입성은 준비된 것이 아니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더욱이 그가 장관으로 임명된 후 후임으로 정병철 전 LG CNS 사장이 전경련 상근부회장으로 임명되어 LG그룹 구본무 회장이 전경련에 대한 껄끄러움이 다소 해소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새 정부 들어 LG 맨들의 약진은 주요 공직 및 공기업 인사나 문화 예술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신홍순 전 LG상사 사장은 예술의 전당 신임사장으로 선출돼 LG맨 바람을 이어갔다.


신홍순 예술의 전당 이사장은 LG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한 대표적 LG맨이다. 유인촌 문화부장관과는 99년부터 연극을 함께 관람하는 등 10년 이상 교류를 가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 사장이 문화예술계의 유수한 인사를 제치고 예술의 전당 사장으로 임명된 데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2005년 코오롱 출신 김주성(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씨가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선임돼 성공한 사례에서 보듯, 예술의 전당에도 외부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구조개혁과 경영쇄신 등이 필요할 때”라며 신 사장의 영입 배경에 대해서 설명했다.


한전 역시도 LG맨 바람을 잠재우지 못했다. 한전은 지난 20일 주주총회를 열어 김쌍수 고문을 사장에 선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을 요청할 예정이다. 재공모를 통해 최종 후보로 낙점된 김 고문은 22대1의 경쟁률을 뚫었다.


지경부가 민간인 최고경영자(CEO) 출신들을 공모에 최대한 끌어들이기 위해 영입대상 리스트를 작성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김 고문의 이력서를 보고 “반드시 공모에 참여케 하라.”고 지시했다는 뒷얘기가 있다. 이 때문에 당초 고사하던 김 고문을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직접 설득했다는 말도 들린다.

 

 

이윤호, 김쌍수 등 LG 출신 요직 진출 눈에 띄어
“구설수나 잡음 없이 타 기업보다 진출 많다” 주장

 


김 고문은 1969년 LG전자에 입사한 후 40년 가까이 LG그룹에서 일한 골수 LG맨이다.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시절 ‘혁신 전도사’로 불리기도 했다.


이에 앞서 한국지역난방공사 신임사장에는 정승일 GS건설(옛 LG건설) 고문이 선임됐다. 금병주 LG상사 고문(석유공사), 윤철수 전 LG상사 부사장(코트라), 정규석 전 LG전자 사장(한전) 등 최종 관문통과에는 실패했지만 공모과정에서 경합을 이룬 이들도 많다. 이수호 전 가스공사 사장도 LG상사 부회장 출신이다.


이밖에도 주요 에너지 공기업 사장 공모과정에서도 LG맨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석유공사 사장후보에는 금병주 전 LG상사 사장이 강영훤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노연상 전 에스오일 사장과 함께 최종후보에 올랐다.

 

‘낙하산 인사’ 반발도 적지 않아


재계에서는 이처럼 LG맨들의 공직진출이 활발한 것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는다.
현 정권의 민간인 CEO 선호 경향과 상대적으로 엷은 LG의 정치색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명박 정부가 민간 기업 경영자 출신을 선호하는 데다 LG그룹이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처럼 비자금 사태 같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은 점이 반영돼 LG맨들의 공직 진출이 부쩍 늘어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LG 계열사의 한 임원은 “삼성그룹이 특검 수사를 받는 바람에 비교적 이렇다 할 구설수나 잡음이 없던 LG 출신들이 반사이익을 보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각에 대해 LG그룹 측은 “현 정부가 CEO 출신 인재를 선호하면서 나타난 현상일 뿐 그룹 차원의 정부 관계나 인사 정책이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대통령과 LG가 ‘건너 사돈’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는 이도 있다.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은 구본무 회장의 사촌동생인 구본천 LG벤처투자 사장의 장인이다.


각종 공직에서 LG맨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이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김쌍수 고문의 사장 취임이 유력시 되는 한국전력노조의 경우 성명서를 내고 “전력은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익사업으로 고유가 시대에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이윤 창출만을 중시하는 민간분야에서 아무리 뛰어난 실적을 냈더라도 이를 간과한다면 전혀 적합하지 않다”고 전했다.


한전노조 관계자는 “유력후보로 알려진 김쌍수 전 LG전자 고문의 경우 LG에 20년 가까이 몸담았던 이윤호 지경부 장관과 개인적으로도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며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이원걸 사장은 아예 탈락하고 가전 전문인 기업가가 전력 공기업의 사장 최종후보로 선정된 것 자체가 문제”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즉 ‘LG출신’ 장관이 부임하면서 산하 공기업 CEO 선출에 LG출신 경영자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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