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 역임한 조세·재정 전문가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 국민연금제도 불신 해결이 우선 과제

[뉴스포스트= 이미정 기자]국민연금공단의 새로운 수장으로 최광(66)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선임됐다. 최광 신임 이사장은 지난 27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복지부는 “최 이사장이 기초연금 도입, 제3차 재정계산 등 제도개혁 추진 및 기금운용 선진화를 이끌 적임자”라면서 “경제·경영 분야의 다양한 경험과 높은 식견을 바탕으로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에 기반한 제도와 기금의 동반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민연금은 폐지서명이 일 정도로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다. 최 이사장의 우선 과제는 공단의 무너진 신뢰 회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광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조세‧재정 전문가로 해박한 경제지식을 갖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자유주의 경제학자이자 김영삼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아 복지 분야에도 조예가 깊다.

‘자유시장이론’ 대표주자 

경남 남해에서 출생한 최 이사장은 부산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위스콘신대대학원에서 공공정책학분야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메릴랜드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따냈다.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과는 부산고, 위스콘신대 동문이다. 

박사학위 취득 후엔 1979년 8월부터 2년여간 미국 와이오밍대 경제학과 조교수를 지냈다. 귀국한 후에는 KDI연구위원을 거쳐 1985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한국외국어대학 상경대 경제학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다.

외국어대 교수 시절, 30여년간 단 한 차례도 휴강을 하지 않았던 교수로 정평이 나 있었다. 287편의 논문과 저서, 552편의 언론 기고문을 내는 등 자유시장주의 이론의 대표 학자로 왕성한 학문 활동을 펼친 바 있다. 1996년에는 조세연구원장직을 맡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마지막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인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97년 8월부터 1998년 3월까지 제34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했다.

참여정부 때인, 2003년 10월부터 2004년 11월까지 약 1년간 국회 예산정책처장을 맡아 조세제도 선진화에 기여했다. 한나라당 출신이었던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당시 그를 임명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 개입’ 논란을 빚어 예산정책처장에서 1년 만에 물러나는 시련을 겪었다. 그가 2004년 9월17일 한국금융연구원의 경제토론회에 발표자중 한명으로 참석해 “참여정부의 정책은 반시장적 좌파정책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집중 공격을 받은 것이다. 

당시 열린우리당 측은 최 이사장이 행정수도 이전 비용을 부풀려 분석하고, 실무진의 서명을 조작해 한나라당 의원에게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야는 그의 면직 동의안 처리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그는 관련 의혹을 정면 부인하며,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2004년 11월 면직됐다. 

2005년부터 자유지식인선언 선임공동대표를 맡았다. 자유지식인선언 그룹은 정통 보수를 지향하는 지식인들의 단체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은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17대 대선 경선 때 방석현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박근혜 캠프의 정책 자문그룹 중 일원이라는 말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지지하는 발언을 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07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747’ 공약과 운하 공약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줄푸세’ 공약은 승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2007년 8월 22일 오전 한나라당의 ‘당이 중심이 되는 모임’이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최 이사장은 “이명박 후보의 대한민국 747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낮고, 한반도 대운하는 우리 경제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 알 수 없다”면서 “대선 이후로 유보하거나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시 박근혜 전 대표의 공약이었던 이른바 ‘줄푸세’, 즉 세금은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는 공약은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정부의 조세, 재정, 복지 등의 다양한 정책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털어놓았다. 

국민연금에 변화의 바람 부나

최 이사장이 다양한 경력으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하고 있어 취임 후 다방면에 걸쳐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복지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 이사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불신이다. 국민연금은 폐지서명운동이 일어날 정도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지난 2월 6일부터 납세자연맹은 ‘국민연금폐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 30일 기준 9만4,783명이 이 서명에 참여했다.



납세자연맹 측은 “국민연금제도는 20년 뒤 일하는 젊은이 한 명이 노인 한명을 부양해야 하는 한국의 실정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면서 “처음 가입한 사람에게만 고수익을 보장하고 가입자가 줄어들면 파산하는 ‘다단계 피라미드’와 비슷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인구고령화로 건강보험료, 세금부담도 계속 늘어나야 하는데 출산율저하, 일자리 감소, 자영업자 증가와 지하경제 비중이 높아 연금을 내야할 계층은 줄어들고 있다”며 “서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국민연금은 폐지하고 기초연금만 남겨둘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살림살이도 빠듯한 상황에서 100% 돌려받는다는 보장이 없는 국민연금을 낼 이유가 없다”면서 “차리라 돌려 달라”고 말하고 있다.

납세자연맹의 국민연금 폐지 주장에 직장인들은 크게 동요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인수위원회 기간 동안 현재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주기 위해 국민연금기금을 쓰겠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직장인들의 반발이 컸던 터라 파문이 크게 일었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이유는 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의 적립금은 2043년 적립금 2,464조원을 정점으로 급속히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가입자 2,000만명에 기금 40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적게 내고 많이 받는다’는 원리만 고집한 나머지 후세대가 감당하기 힘든 구조로 만들어졌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오고 있다.

도입 당시 3%였던 보험료율은 9%로 상향조정됐고 두 차례의 연금개혁을 진행하면서 소득 대체율은 70%에서 40%까지 낮춰져 현재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연금공단의 방만한 경영은 가입자들의 불만을 키웠다. 국민연금의 현재 기금규모는 수익금까지 합쳐 490조원에 이른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연기금이다. 이런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금운용의 수익률은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감사원으로부터 방만한 운영실태와 부실투자에 대한 지적을 받으면서 국민연금은 다시 한 번 가입자들의 실망을 샀다. 

지난 1월 감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업무부실로 지난 2010~2011년까지 2년간 약 5,348억원의 연금보험료를 과소 징수했으며, 사모펀드 예상 투자수익률을 임의로 부풀려 2,200억원을 투자하는 등 부실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투자 지분의 주가가 급락하는데도 손 절매 시기를 놓쳐 손해를 보는 등 위험 관리에도 소홀했다. 이 때문에 2011년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은 전년 대비 7.92%포인트 하락한 2.32%에 그쳤다.

최 이사장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안타까워하면서 최우선 과제로 신뢰회복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지난 27일 취임사에서 “공단을 둘러싼 대내외적 불확실성과 변화의 위기 상황에서 ‘세렝게티 동물들의 생존전략’과 ‘나이키의 변화’처럼, 공단도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국민에게 사랑받는 조직으로 인정받기 위해 ‘제2의 건단(建團)’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공단이 세계 최고의 연금복지서비스 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 ‘고객(국민)중심’, ‘원칙중심’, ‘현장중심’ 이라는 3가지 경영방침을 설정하여 매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들이 납부한 연금의 사용과 운영에 있어 낭비와 비효율이 있어서는 절대 안된다”며, “각자의 위치에서 명품 서비스 제공을 통해 더 큰 고객만족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최 이사장은 “가능한 많은 국민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의 포괄성, 적절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적절성, 제도가 안전하고 지속적으로 갈 수 있는 지속성이 중요하다”며 “특히 사적연금의 경우 이를 감독하기 위한 체계도 잘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연금 지급 보장에 대해서는 “공단이 어찌할 방법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입법부를 찾아가 낮은 자세로 호소하겠다”고 밝혔고, 기금운용과 관련해서도 “수익성과 공익적 성격을 잃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최광 이사장이 이끄는 국민연금공단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조직 물갈이? >


국민연금공단이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로 잘 알려진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400조원 이상의 적립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런 엄청난 적립금을 바탕으로 국민연금공단은 국내에서는 ‘주식시장의 큰손’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민연금의 중기 자산배분 계획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10%룰을 완화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맞춰 주식투자 비중을 늘릴지지가 주된 관심사다. 최 이사장이 오면서 기금운용의 독립성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금운용을 총괄하는 최고투자책임자(CIO)가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을 총괄하는 이찬우 CIO는 오는 10월 임기가 끝난다.

투자전문지인 프라이빗 에쿼티 인터내셔널은 지난달 28일 “최광 이사장이 최고투자책임자(CIO)의 교체를 포함한 새로운 운용팀 구성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부 간부급 인사이동을 통해 조직에 쇄신의 바람이 불수도 있지만 기금운용패턴에는 큰 변과가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프로필 최광>
출생 1947년 9월 1일
학력 위스콘신 대학교 대학원
소속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경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국회예산정책처 처장
     제34대 보건복지부 장관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