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 초토화, 소도시 성업 실상

전국적으로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단속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풍선효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지역 성매매 여성들이 수도권 일대와 지방 소도시로 옮겨가면서 풍선현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 특히 일부 역 주변 숙박업소 등지에서는 노골적인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일부 가출 청소년들의 경우 숙박업소에서 기거를 하면서 방세 대신 성매매로 대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함께 음성적 성매매의 경우 더욱 주택가 등지로 숨어들어가면서 단속의 눈길을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매매특별법 4년을 맞이해 변종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현장을 집중 취재했다.

 

 


방세 없어 성매매 한 10대들


지난 23일 수원역 일대 숙박업소 업주들이 가출 청소년들을 고용해 성매매를 강요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곳에는 10대 가출 청소년들이 월세 형식으로 숙식하며 지낸다. 그러다 방세를 내지 못하게 되자 업주가 청소년에게 방세 대신 성매매를 해서 방세를 내라고 한 것.


특히 13세 밖에 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까지 성매매 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여기엔 주변 노점상인들도 한몫을 했다. 혼자 술을 마시는 손님들에게 은밀히 10대 청소년들과 성매매를 권유했다. 한마디로 바람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가출 청소년은 “2년 전 가출해서 처음 성관계를 맺은 것이 숙박업소 주인이 제안한 성매매였다. 당시 방세를 내지 못해 여기저기 돈을 구하고 있었는데 숙박업소 주인이 먼저 성매매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부모와 싸운 후 1년째 가출 중이라는 H(16,여)양은 처음엔 찜질방을 전전하면서 살았다. 그러다 유흥업소에서 돈을 벌면서 살 곳을 마련하기 위해 알아보던 중 역 주변 여관에서 월세로 살기로 한다. 그러다 남자친구를 사귀기 시작하면서 동거를 시작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일도 하지 않은 채 매일 술만 마시며 친구들과 놀러 다니기만 했다.


그러면서 월세를 내지 못한 H양은 숙박업소 주인의 성매매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이후 H양은 유흥업소에 나가지 않고 성매매를 하기 시작했다.


H양은 “당장 돈이 필요하고 여관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성매매 할 수밖에 없었다. 여관에서 기거하는 또래 친구들 중에도 성매매를 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첩보를 입수한 수원 서부경찰서는 단속을 벌여 여관에서 이뤄지고 있는 성매매 호객꾼을 검거했다. 25일 서부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성매매 단속을 벌이고 있는 사복 경찰에게 접근해 여관에서의 성매매를 제의한 배 모(51,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배씨는 수원역 일대 여관 밀집지역에서 성매매 단속을 나온 경찰을 손님으로 착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대 가출 소녀들 월세 때문에 성매매 강요
       단속으로 인해 주택가로 숨어 들어간 여성들

 

 

 

 

경찰 관계자는 “역 주변 숙박업소에서 성매매를 해온 것은 예전부터 공공연한 사실이었지만 이번처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해온 것 최근에서야 알았다. 일시적인 단속 보다는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역 주변의 집창촌들이 집중 단속을 당하자 대부분의 성매매 업소들이 문을 닫고 있다. 일부 업소들은 창문을 가리고 비밀 문을 통해 단골을 받기고 하지만 예전처럼 드러내놓고 영업을 할 수 없어 매출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태다.


한 집창촌 업주는 “집창촌이 모두 없어질 거라는 생각은 정부에서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하다 단속이 뜸해지면 다시 영업을 시작하는 게 이곳의 생리다. 성매매업소를 단기적으로 줄일 수는 있어도 아예 없애기는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한 성매매 여성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은 집을 구해 프리로 뛰고 있다. 차라리 그게 속편하다는 것이 이곳 여성들의 생각이다. 여기서 알고 지내는 단골들만 잘 관리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역 주변 성매매 행태


이렇듯 역 주변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던 집창촌이 집중단속으로 인해 영업에 손실을 입자 성매매 여성들이 인근 지역이나 단속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더욱 숨어들어가고 있다. 지방의 경우 이런 상황은 더욱 두드러진다. A지역도 마찬가지다.


지난 26일 밤 12시. A역 광장을 벗어나 시내로 나가는 길목엔 중년의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일부 여성들은 아예 간이의자까지 가져다 지나가는 남성들에게 성매매를 권유했다.


그중 한쪽 편에 서 있는 한 여성이 눈에 띄었다. 다른 중년의 호객꾼들과는 달리 나이가 젊어 보였다. 그 여성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목 맨 마지막에 서 있으면서 주변 여성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중년여성들의 성매매 권유를 뿌리치고(?) 그 여성 곁에 다가가자 그때서야 “쉬었다 가세요”라며 기자에게 성매매를 제의했다.


젊은 사람들 좀 있느냐고 묻자  “물론이에요. 모두 20대 후반이니까 한번 들렸다 가요”라며 기자를 재촉했다.


원래 이곳의 여관바리는 유명한 터라 비슷한 것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이 여성은 여관촌을 벗어나 주택가로 이끌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디까지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여성은 “조금만 가면 되요. 여관이 아닌 원룸이라서요. 다 왔어요.”라며 기자를 안심시켰다.


워낙 사회가 흉흉한 터라 자칫 퍽치기나 강도를 당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주택가에 위치한 원룸촌이 눈에 보이자 조금씩 안심이 됐다. 여성이 “여기에요”라며 앞장섰고 3층짜리 원룸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자 여성들이 TV를 보고 있었다.


기자가 들어가자 인사를 하더니 모두 밖으로 나갔다. 집안은 여느 가정집처럼 꾸며져 있었다. 침대와 간이 의자, 아기자기한 인형들까지, 겉으로 보기엔 일반적인 여성이 사는 집이었다.


삐끼를 하던 여성은 올해 28살의 권미은(가명)씨였다. 권 씨는 들어오자마자 화장실을 안내해 주며 씻으라고 말했다.


술을 과하게 마셔서 2차는 힘들고 얘기나 나누자고 말했다. 그러자 권 씨는 “오빠 혹시 기자 아냐? 요즘 기자들 이런 곳 취재 많이 온다고 하던데. 솔직히 말해”라며 추궁했다.


결국 기자임을 밝힌 뒤 취재를 정식으로 요청했다. 권 씨는 처음엔 싫다고 하더니 차라리 허탕치는 것 보단 낫겠다는 심정이 강했는지 화대를 주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화대가 얼마냐고 묻자 “숏 타임은 4만원, 긴 밤은 15만원”이라고 말했다.


결국 1시간 정도 취재를 요청하고 4만원의 현금을 주기로 했다.


권 씨는 A지역 집창촌에 있다가 이곳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성매매를 한지는 6년 정도 됐다고 한다.
권 씨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공장에 다니다 유흥가에 나가게 됐다. 그곳에서 빚만 잔뜩 지고 집창촌으로 오게 됐다. 처음엔 군산에서 일을 하다 이쪽으로 오게 됐다. 그런데 최근 성매매 단속이 심해져 같이 일하던 친구들과 프리로 일을 한다.”고 말했다.


권 씨는 집창촌에 있으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아 빚을 갚아서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다른 여성들은 빚 때문에 지방의 또 다른 집창촌으로 옮겨 가게 됐다.


권 씨는 “그래도 빚을 다 청산하고 나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다른 업주들의 경우 집창촌 여성들에게 많은 빚을 지게 하고 돈을 착취하기도 하는데 내가 있던 곳은 그나마 양심적이었다.”며 빚을 청산한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권 씨는 결국 단속을 피해 주택가에 있는 원룸을 빌려 마음에 맡는 동료들 2명과 동업을 하게 됐다. 이곳은 한마디로 성매매를 위한 장소였던 것이다. 권 씨와 나머지 동료들은 근처 주택가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손님이 겹치거나 하면 미리 얘기가 돼 있는 여관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지금의 성매매 단속에 대해 권 씨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 없는 단속에 대해선 불만을 표출했다.


“성매매가 나쁘다는 생각엔 나도 공감한다. 나도 이쪽 일을 배우지 않았다면 지금보다는 떳떳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단속에 대해 불만은 없다. 그러나 단속 이후가 문제다. 단속을 했으면 집창촌 여성들이 다시 되돌아오지 않도록 다른 일을 배울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현재 그런 대책이나 대안이 있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 무작정 단속을 해서 집창촌을 없앤다고 해도 성매매 자체를 근절 시킬 수는 없다. 우리처럼 음지속에서 활동하는 여성들만 키울 뿐이다.”

 

 


<박스기사>

특별법 시행 4년, 남긴 것은 변종 성매매?


‘성매매특별법’ 시행 4주년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성매매 단속을 피해 변종된 형태의 성매매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고, 청소년 노인의 성매매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임두성 의원은 최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성매매 집결지, 풍속영업소 현황’ 등을 통해 드러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성매매 집결지 수는 2006년 1,097개에서 2007년 995개, 2008년 9월 현재 935개로 줄었으며 성매매 여성 수도 2006년 2,663명에서 2008년 9월 현재 2,282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변종 풍속영업소의 경우 반대로 증가했다.  2006년 8,714개였던 것이 2007년 갑자기 늘어 31,601개, 올해 8월 현재 32,950개로 급격히 증가했다.


또한 사이버 성매매 문제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의 ‘불건전만남 유도신고센터 신고접수 현황’을 살펴보면 2006년 2,648건이었던 것이 지난해에는 12,264건이나 증가했다. 올해 6월까지 접수된 건수는 1,903건으로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이버상의 익명성 때문에 더욱 문제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임 의원은 “여성부, 법무부, 교과부, 보건복지가족부 등 관련 부처가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해야 성매매 방지를 할 수 있다. 특히 건전한 성문화의식을 사회에 정착시키고 인간 존엄성을 알리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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