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가치 높은 ‘일반 동산문화재’ 유명 경매사이트 통해 버젓이 거래
거래내역 수천 건에 달해… 경찰, 문화재 밀반출 강력 대응 의지 천명

[뉴스포스트=권정두 기자] 조선 중기 화가 이명욱의 ‘8폭 산수화’, 조선 중기 문인 이이의 ‘격몽요결’ 간행본, 조선 중기 문인 박세채의 ‘염락풍아’ 필사본(인쇄를 하지 않고 손으로 글을 써서 만든 서적), 조선 후기 당시(당나라의 시) 필사본 ‘시선집’…. 모두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다. 국보 1호 숭례문처럼 유명한 문화재는 아니지만 역사적·학술적으로 충분히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문화재를 우리 땅에서 우리 손으로 보존하며 후손들에게 물려줘야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돈에 눈이 먼 일부 몰지각한 이들은 이를 해외로 빼돌리기에 급급했다.

흔히 문화재는 잘 보존해서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도리라고 말한다. 문화재 보호·관리를 담당하는 문화재청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부 돈에 눈이 먼 이들에게 문화재는 그저 ‘돈벌이’ 수단이었다.

역사적·학술적으로 가치가 높은 문화재를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통해 판매하고, 이를 해외로 밀반출 시킨 양심 없는 ‘장사꾼’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유명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이베이(E-bay)’를 통해 문화재를 판매하다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의혹만 무성했던 것이 실체로 드러난 것이다.

이들이 판매·밀반출한 문화재는 ‘일반 동산문화재’다. 이는 국가가 관리하는 국보나 보물, 시·도 지정 문화재 등을 제외한 나머지 중에 이동이 가능한 문화재를 의미한다. 일반 동산문화재는 제작된 지 50년 이상인 것으로, 문화재청이 감정을 통해 판별한다. 개인이 갖고 있는 문화재는 대부분 이러한 일반 동산문화재다.

일반 동산문화재는, 국보에 비교할 순 없지만 충분히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잠재적인 가치가 높은 문화재가 많다. 때문에 이러한 일반 동산문화재를 수출하거나 무단으로 반출하는 것은 법적으로 엄격하게 금지돼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문화재를 판매·밀반출해 엄청난 수입을 올렸다. 그것도 음성적인 곳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경매사이트에서 버젓이 문화재를 판매했다.

특별한 직업이 없이 지내던 장모(26) 씨는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이베이에서 한국 연예인 사진 등을 팔며 생활비를 벌어왔다. 한국에서는 구하기 쉽지만 해외에서는 찾기 힘든 물건을 판매해 차익을 얻은 것이다. 그러다 팔만한 다른 물건을 물색하던 장씨는 골동품의 가격이 많이 나가는 것을 보고 문화재 판매에 뛰어들게 됐다.

수익은 짭짤했다. 장씨는 2011년 10월, 한국 골동품을 판매해 무려 10배의 차익을 챙겼다. 이후 장씨는 본격적으로 문화재 판매에 나섰다. 장씨는 인사동 등지에서 문화재를 직접 구입한 뒤 사진을 찍어 이베이에 등록시키고 경매를 진행했다.

문화재를 구입하지 않고 경매에 등록시키기도 했다. 인터넷 골동품 판매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만 이베이에 등록시킨 것이다. 이후 경매가 진행되고 판매가 완료되면 지급받은 돈으로 해당 문화재를 구입해 발송했다. 손 안대고 코푼 격이다.

물건을 보낼 땐 기록이 남지 않아 추적이 어려운 국제 소형등기를 이용했다. 통관요원이 문화재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을 리 만무했고, 일반 동산문화재는 문화재청에서 목록으로 정리해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밀반출은 수월하게 이뤄졌다.

장씨를 비롯한 4명은 이런 방식으로 고서적, 도자기류 등의 문화재를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로 밀반출해 많은 이익을 챙겼다. 2009년 8월부터 현재까지 이들이 밀반출한 것으로 확인된 문화재는 159점이다.

특히 장씨 등 2명은 경매사이트를 통해 총 3,469점의 물품을 거래하는 등 대량의 문화재 반출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사이트는 출품목록에 대한 사진자료가 90일 이상 보존되지 않아 문화재 여부에 대한 확인이 어렵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베이(E-bay)’를 통해 일반 동산문화재를 국외에 밀반출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장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으며, 이들이 빼돌린 문화재 중 86점을 회수했다.

경찰은 국내 문화재가 국외로 밀반출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해 끝까지 추적할 방침이며, 특히 밀반출된 문화재는 반드시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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