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시국선언, 국정원·경찰·새누리당 규탄

[뉴스포스트=허주렬 기자]대학가에서 시작된 ‘국가정보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에 4일 전국 역사학자들이 동참했다. 한국역사연구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중세사학회 소속 및 서양사학회, 동양사학회 교수 225명은 이날 서울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경찰·새누리당의 불법 행위 관련자들을 규탄하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역사학자들은 “지금 우리 사회는 국민주권을 유린하고 민주국가의 법질서를 무너뜨린 불법 행위를 덮으려는 집권세력의 선동으로 상식적 판단과 이성적 사고가 실종된 듯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국민주권 유린, 국기문란 범죄에 온 국민이 나서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극히 제한된 검찰 수사만으로도, 이명박 정권 내내 국정원이 정치공작에 몰두했음이 드러났다. 급기야 대통령 선거에까지 깊이 개입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했다. 심지어 국가 최고 비밀인 ‘남북정상 대화록’까지 왜곡 편집해 새누리당과 함께 선거운동에 활용했다”며 “이는 3·15부정선거에 버금가는 범죄이며, 군사독재 시절의 중앙정보부·안기부가 공화당·민정당과 함께 민주주의를 유린하던 상황을 방불케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야당과 시민사회의 분노가 치솟자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범죄와 전혀 무관한 남북정상회담의 내용을 왜곡하여 수구언론과 함께 진실을 덮고 여론을 호도하려고 획책했다”며 “게다가 국정원이 세계 정보기관 역사상 최초로 최고급 국가기밀을 스스로 유포하는 사실상의 ‘반국가 행위’를 자행했다. 정상(正常) 국가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위를 집권당과 국정원이 서슴없이 저지른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특히 역사학자들은 “새누리당이 다수 국민과 외신들도 이해하는 순한글 문서인 남북정상 대화록의 문맥조차 제대로 독해하지 못한 채 정략과 선동의 소재로 활용한 무지와 무모함에 아연실색했다”며 “정치권은 더 이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 엉뚱한 일을 벌이지 말고 국기문란의 실체를 밝히는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런 일련의 행태에 분노할 것”이라며 “우리 역사학자들은 국민의 일원으로 저들의 책임을 묻고, 모든 실상을 역사에 분명히 기록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학자들은 △검찰이 국정원의 불법 행위를 철저히 재수사해 국정원·경찰·새누리당의 불법 행위 관련자 모두를 엄벌할 것 △새누리당은 저급한 궤변으로 혹세무민하는 선동을 즉각 멈추고, 막 시작된 국정조사를 방해하려 들지 말고 석고대죄하는 자세로 임할 것 △국가 기관에 의한 국기문란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회는 법적·제도적 개혁 및 보완책을 마련하여 민주공화국이 정상 운영되도록 할 것 △이 모든 불법과 정치공작의 근원에는 권력을 사유화해 정략적으로 이용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는 만큼, 그를 원세훈과 함께 법정에 세워야 할 것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정치공작과 주권 교란에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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