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파시즘>

근대 일본 군국주의, 광기에 찬 그들만의 정신주의 논리 해부

일본 군국주의의 그릇된 논리의 뿌리를 샅샅이 파헤친 걸작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던 일본 극우 인사들의 망언이 이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심지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은 부대를 연상시키는 ‘731’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박힌 전투기에 올라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사진을 찍어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공분을 사기도 했다.

도대체 그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런 발언들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 것일까. 일본 군국주의의 뒤틀린 망령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저자는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 칭다오 전투 승리에서 2차 대전의 패망까지, 일본 육군의 전쟁 철학과 사상의 원류를 파헤치면서 근대 일본 군국주의의 초상을 집요하게 추적했다.

제국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20세기 초, 일본 군부는 1차 대전을 전선에서 직접 견학하거나 전쟁 사례를 연구하면서 앞으로의 전쟁이 물량전, 과학전, 총력전이라는 형태를 띤 근대전으로 변모하며, 그에 따라 일본 군대 역시 근대화되어야 함을 깨닫고 전율한다. 그리고 유럽이나 러시아, 미국 등 세계열강(가진 나라)들을 상대로 일본(갖지 못한 나라)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특히 근대 일본을 대표하는 군인사상가로 꼽을 수 있는 세 사람, 즉 군부 내 ‘황도파’의 대표격인 오바타 도시로, ‘통제파’의 일원이자 만주사변의 주모자인 이시와라 간지, 그리고 무한대의 정신주의를 주장한 총력전의 신봉자 나카시바 스에즈미 등의 궤적을 따라 그들의 주장을 담은 ‘섬멸전’, ‘통수강령’, ‘전투강요’, ‘전쟁유형사론’ 등 주요 저서를 분석해 그들이 군과 국민들에게 주입시킨 광기의 정신주의 뿌리를 파헤친다.

더불어 극우의 논리에 동원된 병법서와 당시 일본의 우파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저서를 광범위하게 분석, 인용하면서 2차 대전 당시 일본군 병사들의 일종의 ‘복음’이었던 ‘천황 폐하 만세’의 음험한 본질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다.

이렇듯 이 책은 근대 일본이라는 정치적 환경이 낳은 참으로 특이한 사상의 의미를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현실감 있게 다가오도록 설득력 있게 풀어간다. 근대 일본 군부를 지배했던 단어인 ‘진예’는 물론, ‘시라스’와 ‘우시하쿠’, ‘마코토’와 ‘마고코로’ 등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당시 일본 군부의 생각을 읽는 데에 중요한 키워드를 발굴, 제시한 점도 흥미롭다.

근대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착각과 그것이 빚은 비참한 종말의 시작과 끝을 살펴봄으로써 역사를 깊이 알고자 하는 독자들은 물론, 군 관계자나 사상사 연구자, 전략연구자, 오피니언 리더들의 전략적인 사고에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정리 허주렬 기자 joneson@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