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탕진하고도 못 떠나는 사람들
전 재산 탕진하고도 못 떠나는 사람들
  • 인상준 기자
  • 승인 2008.11.09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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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강원랜드 카지노 노숙자들

최근 사행성 산업이 경기 침체 속에서도 호황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도박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자살하거나 노숙자로 전락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 주변에는 노숙자들이 즐비하고 자살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은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 때문에 사행산업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상태”라며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뉴스포스트>에서는 도박중독에 빠져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와 문제점에 대해 알아봤다.

 

 


서울 영등포에서 자영업을 하던 A(39, 남)씨는 강원랜드 근처에서 노숙을 한다. 노숙한지 2년 째. 강원도의 매서운 겨울을 2번이나 경험했지만 매년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한때 월 매출 1천만원을 올리는 잘나가는 사장님 소리를 들었지만 옛날 얘기다. 가게는 이미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간지 오래고 부인과 네 살 난 딸아이는 친정집에 들어가 있다. 단란한 가정을 망친 것은 강원랜드 출입에서 비롯됐다.

 

 

 

 

호기심에 시작했다가 중독자 되기 일쑤
        작년 강원랜드 부근 변사자 29명 발생

 

 

 


A씨는 “3년 전 호기심에 강원랜드에 간 것이 화근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블랙잭은 그에게 최고의 게임이었다. 게임 방법도 쉬울뿐더러 셈이 빠른 그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게임이었다.
그날 A씨는 30만원을 가지고 350만원을 손에 쥐었다. 실로 엄청난 수익이었다. A씨에게 강원랜드 카지노는 어떤 재테크보다 뛰어난 수익률을 가져다 줄 것처럼 보였다.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강원랜드 카지노를 들락거렸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자 A씨는 피폐해져 갔다. 3개월 동안 6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날려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미 도박 중독에 빠진 A씨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엔 타고 다니는 중형차를 전당포에 맡겼다. 전당포는 A씨에게 7백만원을 건넸다. 그 돈을 가지고 다시 카지노를 찾았다. 6시간 만에 ‘올인’ 됐다.


주변 지인들에게 전화를 해 수십에서 수백 만 원을 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나절이면 금세 돈을 다 잃고 말았다. 3일째 밥도 먹지 않고 카지노에만 매달렸다. 4일째 되던 날 새벽 여관방에 들어가면서 A씨는 자신의 초췌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A씨는 “이상했다. 돈을 잃자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여기저기 돈을 꾼 다음 카지노에 모두 쏟아 부었다. 조금만 더 하면 대박이 터질 것 같은데 하는 마음에 카지노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4일째 되던 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A씨의 도박 중독은 끝이 아니었다. 빈털터리로 서울에 올라 온 A씨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내와 딸은 이미 친정으로 간 상태였다. 주변 사람들과 채권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 돈을 갚으라고 닦달 했다.


부모님 집과 친척집을 전전하면서 막일을 하며 돈을 모았다. 일정한 돈이 모아지면 또 다시 청량리로 향했다. 카지노에 가기 위해서였다.


A씨는 “귀신에 씐 것 같았다. 돈만 모으면 무조건 카지노로 향했다. 갈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항상 이번엔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절대 카지노를 벗어 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빌린 돈까지 다 합쳐 20억 원 정도를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잃었다.


현재 A씨는 카지노 노숙자 신세다. 게임을 하는 손님들 뒤에 서서 훈수를 두면 팁을 받는다. 또는 ARS 입장 예약 제도를 통해 입장권 순번을 팔기도 한다. 매일 아침 입장 순번을 정하기 때문에 앞 번호일수록 많은 돈을 받는다. 몇 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돈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순번을 넘기는 것이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A씨는 자신과 같은 카지노 노숙자들 3명과 쪽방을 빌려 생활하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무기력한 삶에 자살의 유혹을 느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죽음이라는 큰 벽에 자신의 몸을 던져버릴 용기가 부족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A씨는 “주변에 있는 노숙자들은 한 때는 잘 나가는 사장님 소리를 듣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도 나처럼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예전의 돈을 되찾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여성 노숙자도 많아


강원랜드 노숙자에는 남성들만 있지는 않다. 강원랜드 출입자들 중 상당수는 여성 중독자들이다. B(43, 여)씨는 평범한 주부였다. 여느 주부들처럼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재테크에 열중하던 B씨는 강원랜드에서 돈을 많이 땄다는 주변 사람들 얘기를 듣고 이곳을 찾았다. 처음 몇 번은 괜찮은 벌이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수중에 있는 돈을 몽땅 잃었다. 일주일 만에 2천만원을 탕진한 B씨는 결국 살던 집을 담보로 사채를 써 또 다시 카지노에서 모두 탕진하게 됐다. 그녀가 1년 사이 강원랜드에 헌납(?)한 돈은 무려 2억여 원이 넘는다. 현재 남편에게 이혼을 당한 B씨는 이곳에서 앵벌이로 살아가고 있다.

 

 

 

 

 


B씨는 “이곳에 있는 여성들 중 상당수는 나처럼 앵벌이를 통해 살아가고 있다. 처음엔 관할 파출소에 찾아가 차비를 얻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구걸하기도 했다. 일부지만 어떤 여성들은 성매매를 통해 돈을 벌기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B씨는 돌아갈 곳이 있지만 이곳에서 돈을 벌기 전에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비록 앵벌이 신세지만 절대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고 말한다.


B씨는 “대박을 쫓는 것이 아니다. 어떡하든 예전처럼 돌아가기 위해선 최소한 잃은 돈을 복구해야 한다. 그때까지 여기서 뼈를 묻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A씨와 B씨는 도박에 빠져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그 언저리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돈을 모두 탕진한 직후엔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카지노 노숙자 2,000명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에 따르면 강원랜드 개장 이후 정선지역에서 발생한 자살자가 25명이며 실제는 더욱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관광산업 발전의 일환으로 정부와 강원도의 주도하에 탄생한 강원랜드가 심각한 사회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의원에 따르면 카지노 관련 자살자, 노숙자 및 사기, 절도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방치하면 제2, 3의 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살자들의 경우는 사유가 도박 빚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경우만을 통계로 잡았기 때문에 실제 자살자는 더 많을 것이라는게 임 의원의 주장이다.


실제 정선 경찰서 모 지구대에 따르면 “2007년 주소지가 타 지역인 변사자가 29명 있었다. 모두 카지노 관련 자살자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노숙자도 현재 2000여명으로 서울의 노숙자 수 3000명에 육박해 있어 각종 범죄 유혹에 노출돼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이들 노숙자들은 강원랜드 주변에서 좌석매매나 대리게임을 통해 하루를 생활하고 있고 돈이 떨어지면 찜질방이나 월세방을 빌려 5~6명이 함께 기거하며 생활하고 있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여성 노숙자들이 인근 룸살롱이나 다방 등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이중 일부는 공공연하게 성매매를 자행하고 있으며 심지어 강원랜드 입장료 5000원만 줘도 쉽게 성매매를 하는 여자들도 있다고 임 의원은 밝혔다.


지역 주민들은 강원랜드에 대한 의견이 양쪽으로 엇갈린 상황이다. 일부 주민들은 “강원랜드만이 살길”이라며 카지노 반대 단체들의 활동을 비판하면서 공갈,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반면 카지노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카지노는 인간성을 말살하는 사업”이라며 카지노 자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강원랜드 인근 지역에 있는 무등록 전당포도 문제점을 낳고 있다. 강원랜드 카지노 이용객들이 돈을 모두 잃었을 때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바로 전당포이다. 현재 카지노 인근지역에 영업 중인 등록 전당포는 76곳.

 

 

 

 

 


하지만 무등록 전당포는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2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무등록 전당포의 경우 90% 이상이 자동차를 매물로 잡히다 보니 대포차가 양산되고 있는 상태다. 결국 또 다른 범죄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하다.


임 의원은 “강원랜드가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자금세탁과 비리의 온상지로 거론되고 있다. 또한 도박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늘어 패가 망신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2차 범죄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는 카지노 노숙자들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임 의원은 카지노 노숙자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도박의 폐해성에 대해 정부기관이 나서서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강원랜드가 본래의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새로운 대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라며 관계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인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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