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똘똘 뭉쳐 위기 넘는다

전 세계적인 불황에 국내 자동차 시장도 직격탄
GM대우 조업중단...현대는 잔업 줄여 ‘불황 넘자’


국내 자동차 업계에 급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촉발된 실물경기의 침체가 전 세계의 자동차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면서 그 파고가 국내 시장도 덮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자동차 산업의 핵심인 미국은 두말할 나위 없고 제2의 자동차 시장인 유럽과 일본,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에서 자동차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소비자들이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자제하면서 고가의 내구재인 자동차 판매가 급감한 때문이다. <뉴스 포스트>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현황과 업계의 대응 노력을 살펴봤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고 있다. 올해 말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로 적자폭과 재고가 쌓이는 이중고에 직면하며 업계의 감산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고육책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쌍용자동차는 오는 12월 최소 2주간 평택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할 방침이다. 쌍용차의 한 관계자는 “재고물량 처리를 위해 적어도 2주 정도는 생산을 중단할 필요성이 있어 이 사안을 놓고 현재 노조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르노삼성의 경우, 생산라인 중단은 계획에 없지만 시간당 생산대수 조절을 통한 생산량 감축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앞서 GM대우는 부평ㆍ창원ㆍ군산 등 전 공장의 가동을 다음달 22일부터 내년 1월4일까지 중단하기로 했으며, 특히 부평 2공장은 다음달 1일부터 내년 1월4일까지 휴무를 실시한다. 또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잔업 및 특근 중단을 통한 감산에 착수한 상태다. 이처럼 악화일로를 거듭하자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지난 27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 건의서를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국토해양부 등 정부 관련부처에 제출했다.
협회는 우선 자동차 시장 내수 진작을 위해 ▲한·미 FTA 비준 지연에 따른 보완책 강구 ▲유류세 인하 ▲할부금융사 수요자 금융 지원 ▲경유차 환경개선부담금 폐지 등을 건의했다. 또 기업 규제개선을 위해 ▲비영업용승용차의 부가세 매입세액 불공제 개선 ▲자동차 제조공정중 생산차량에 직접 주입된 유류의 교통에너지환경세 공제 ▲수도권 저공해자동차 보급제도 중장기 개선 ▲수도권 운행차 배출가스 정밀검사기준 개선 ▲자동차 환경 및 안전기준의 국제화를 주장했다.
자동차 및 부품업계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장기 저리의 R&D·시설투자자금, 운영자금 등 지원은 물론 친환경·고효율 그린카 보급 확대를 위해 연간 2000억원 이상의 R&D 지원(10년간)을 요청했다.

협회는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으로 국내 자동차산업도 본격적인 판매 급감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면서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의 내수 진작을 통한 저성장 국면을 탈피하기 위해 이번 건의서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정부가 최소한 내수판매 촉진을 위해 ▶할부금융 유동성 지원 ▶자동차 공채 매입 폐지 등 정책적 지원도 요청한 상태다. 
이와 같이 자동차 업계의 자구책 마련에도 내년 상반기에 시장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앞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전망이다. 공장가동 중단 기간이 연장되는 것은 물론 잔업 및 특근을 중단한 일부 업체들도 생산 라인을 한시적으로 멈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성과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기아차는 최근 소하리 1공장에서 ‘카니발’과 ‘프라이드’를 함께 생산키로 노조와 합의했다. 쌍용자동차도 감산과 감원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노사가 전환 배치에 합의했다.
기아자동차 노사는 지난달 26일 내년 1월부터 대형 레저용 차량인 카니발을 생산하는 경기 광명 소하리 1공장에서 소형차인 프라이드도 조립하기로 최근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다음 달 중 소하리 1공장 생산라인에서 소형차 생산이 가능하도록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기아차 노사가 오랜 관행을 깨고 생산라인의 전환배치를 합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기아차 노사는 최근 경기 침체로 자동차 수요가 위축된 점을 감안해 보다 탄력적으로 수요 변화에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공감하고 이같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관계자는 “대형차와 소형차를 한 라인에서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는 소형차 생산에 주력하고 경기가 풀려 수요가 확대되면 대형 레저차량 생산을 늘리는 등 유연성을 제고할 수 있으며, 생산라인별 일감 불균형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쌍용차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몰고온 국내외 경영상황 악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약 350여명을 전환 배치해 탄력적으로 생산라인을 운영하는 데 노사가 합의했다. 휴업을 시행하는 정규직과 사내 협력업체 직원에 대해서 휴업기간 중 휴업급여를 지급하고, 사내 협력업체 직원이 계약 기간 중에는 직원 신분을 유지토록 해 강제 인원 정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쌍용차는 이번 달 중 전 공장 가동을 2주가량 중단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노조와 협의를 진행 중이어서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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