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김황식·이혜훈 자천타천 거론, 이외 잠재적 후보군도 수두룩
‘박원순 대세론’ 깰 확실한 대항마 없어… ‘박원순 때리기’ 가속화

[뉴스포스트=허주렬 기자]내년 6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새누리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직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재선 의지를 밝힌 박원순 서울시장에 맞설 인물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 잠재적 후보군은 많지만 이혜훈 최고위원 외에 선뜻 나서겠다는 이가 없는 것도 확실한 카드가 없는 새누리당의 인물난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우선 ‘박원순 때리기’를 통해 박 시장의 이미지와 지지율에 흠집을 내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마저도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박원순 대항마’에 대한 새누리당의 고심을 <뉴스포스트>에서 들여다봤다.

▲ 박원순 서울시장.

내년 6.4 지방선거가 6개월 이상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여야는 선거준비에 분주한 모양새다. 박근혜 정권 중간평가의 성격과 함께 1년째 이어온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정국과 맞물려 정권의 명운을 건 일대 승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적할 수 있는 적임자 찾기에 고심하고 있고, 민주당은 ‘신 야권연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벌써부터 시작된 지방선거 정국

박 시장 측에 따르면 자체적 서울시정 지지도 조사에서 박 시장의 지지도는 항상 55~60%를 기록해왔다. 통상 지방자치단체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갖고 재선 도전에 나설 경우 선거 1년 전 지지도가 실제 재선에서 받는 득표율과 비슷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실제로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현재 박 시장이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앞서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 지난해 총·대선과 올해 재·보궐선거에서 연전연승한 새누리당에서 아직 박 시장과 겨룰 후보의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것도 ‘박원순 대세론’이 굳건하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새누리당 입장에선 서울시장을 그냥 내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소통령’이라고도 불리는 서울시장의 상징성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장은 지자체장 가운데 가장 특별한 존재로 다른 광역단체장은 차관급이지만, 서울시장은 장관급의 대우를 받는다. 또 서울시장은 정부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 예산편성과 일부 세금 조달 등 독자적으로 행정명령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뿐만 아니라 지자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국무회의에도 참석할 수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 등 모든 분야가 수도에 집중된 현 대한민국 상황에서 서울시가 차지하는 비중과 상징성은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이유로 서울시장 선거는 지방선거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이러한 이유로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새누리당의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일단 ‘박원순 때리기’를 통한 흠집 내기를 이어가며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후보군을 압축해 갈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잠재적 후보군 수두룩

거론되는 후보군은 수두룩하다. 우선 대선 주자급인 정몽준 의원과 최근 독일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당사자들은 “출마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당 차원의 요청이 거세지고, 승산 가능성이 보일 경우 언제든 출마 의사를 밝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나경원·원희룡·홍정욱 전 의원과 충북도지사 출신의 정우택 최고위원, 이혜훈 최고위원, 3선 출신의 권영세 주중 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국세청 산하 세무조사감독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대희 전 대법관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하마평에 오르는 이들이 10명에 이를 정도로 잠재적 후보군은 많은 셈이다. 그러나 이들 중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이는 이혜훈 최고위원이 유일하다. 박 시장을 꺾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잠재적 후보군들도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이름은 거론되지만 불출마 의사를 강하게 밝힌 후보들도 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최근 “서울시장 선거에 관심이 없다”고 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불출마를 명확히 한 상태다. 나경원·원희룡 전 의원 역시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은 이들 후보군을 이달 말 1차로 압축한 뒤 내년 2월내에는 정책능력, 이미지 등에 대한 여론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지방선거에서는 정당보다 정책 분야도 표심에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2차 여론조사를 통해 다시 한 번 적합도를 살펴볼 예정”이라며 “여론조사 결과를 봐야 어떤 후보를 내세우고 어떤 방식의 선거 전략을 만들지에 대한 대략적 방향이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최고위원.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에선 ‘박원순 대항마’로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총리가 본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재 유일하게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이는 이혜훈 최고위원 뿐이다.

▶김황식·정몽준 기대감↑

일각에선 민주당의 지지율이 낮은 상태에 머물고 있는 데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독자세력화 행보에 따른 야권의 분열 가능성을 감안해 오차 범위 내로 접전을 벌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 지고 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 “많은 당원들이 김황식 전 총리를 공천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하고 있다”며 “김 전 총리가 총리직을 성공적으로 했고, 강직한 이미지와 호남출신 등의 이유로 당원들이 필승카드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홍 사무총장은 “아직 공식적으로 당에서 김 전 총리에게 (서울시장 출마) 요청을 드린 적은 없다”며 “그리고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출마 안 하신다는 얘기를 중간에 계신 분들이 하신다고 간접적으로 들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박 시장의 지난 2년간 시정운영 능력은 거의 낙제점이 아닌가 싶다. 60점 미만”이라며 “지금은 현역 프리미엄으로 난공불락처럼 보일 수 있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도가 많이 흔들리고 있고, 앞으로 선거가 6~7개월 남아 있기에 큰 의미가 없다”고 박 시장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홍 사무총장의 ‘박 시장 지지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발언의 근거는 정치컨설팅 전문업체 ‘윈지코리아컨설팅’의 11월 12일 여론조사 결과로 보인다. 윈지코리아는 이날 조사 결과에 대해 “현재는 박원순 시장이 정몽준 의원을 5.6%p 앞서고 있으나 예상 투표율 변화에 따른 시뮬레이션 결과 투표율 56%에서 당락이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 업체는 ‘박원순 대 정몽준’ 가상대결에서 현재 박 시장 지지도는 47.6%, 정 의원 지지도는 42.0%지만, 투표율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는 투표율이 55%일 경우 정 의원이 50.1% 대 박 시장 49.9%로 오차범위내에서 정 의원이 승리한다고 예상했다.(조사대상 - 서울 거주 유권자 1,000명, 조사방식 - 유무선 ARS 조사,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4.14%) 또 투표율이 내려갈수록 격차는 더 커진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 투표율은 53.9%다.

그러나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의미 있는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윈지코리아의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당 안팎의 출마 요구가 높아지자 서울시장 출마에 부정적이었던 정 의원도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변수 ‘안철수 신당’

새누리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사이 야권의 최대 변수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행보다. 신당 창당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안 의원 측은 전국 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내년 지방선거에서 독자후보를 낼 뜻을 이미 밝혔다.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보수층이 결집한 상황에서, 야권의 분열은 어려운 선거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형 선거를 앞두고 야권은 늘 연대를 모색해왔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현재도 ‘범야권 연석회의’가 출범하며 그런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안 의원이 ‘안철수 신당’을 출범시키고 독자후보를 낼 경우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야권표는 분산이 불가피하고, 그럴 경우 야권의 패배는 필연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지난 2011년 10월 재보선에서 안 의원이 ‘아름다운 양보’로 박 시장의 힘을 실어줘 당선에 기여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연대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지방선거는 정당 보다 인물, 정책 등 개인의 역량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아 인재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안철수 신당에서 서울시장감의 인재를 영입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안 의원이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아름다운 단일화를 통해서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데 일조를 한 경험이 있으므로 야권 분열은 곧 필패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신당의 단기적 이익보다는 야권 전체의 승리를 위해서 합리적 판단을 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 지난 19일 국회(정기회) 본회의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대정부질문에 나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남 구룡마을 개발 방식과 관련해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비판하고 있다.

▶여, ‘박원순 흠집내기’ 가속화

선거 대비에 착수한 새누리당은 일단 ‘안철수 신당’이 윤곽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박원순 흠집 내기’를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강남 구룡마을의 개발 방식이 특정 토지주들에게 특혜를 위한 방식으로 불법 변경됐다며 박 시장을 정조준 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구룡마을에 44%의 땅을 가진 대토지주가 전임 시장의 수용 방식으로는 1,000여억원의 보상비를 받을 뿐이지만, 박 시장의 9% 환지방식(보상비 대신 개발권을 주는 것)으로는 4,000억원 이상의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하며 “박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욕심 때문에 보상비 대신 땅을 주는 환지방식의 개발로 땅 투기꾼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한 “박 시장이 사업 시행 방식 변경 과정에서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 전략은 ‘박원순 지키기’ 및 ‘무시하기’로 보인다.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의 통화에서 “객관적 데이터가 말해주듯 아직까지는 박원순 시장이 시민들의 지지를 전폭적으로 받고 있다”며 “새누리당이 무차별적 융단 폭격으로 박 시장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지만 우리는 새누리당의 이런 플레이에 결코 응답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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