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는 효성으로 왔는데…사정칼끝은 참여정부 인사들?

효성그룹 안팎으로 의혹제기...수사는 글쎄

 


지난 1월 국가청렴위원회(현 국민권익위원회)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효성그룹직원이라고 밝힌 이 남자는 효성그룹이 지난 2000년 쯤 일본 현지 법인이 수입 부품의 납품 단가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수백억 원을 횡령해 그대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전했다.
제보와 함께 관련 서류를 넘겨받은 국가청렴위는 자체 조사 결과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 2월 검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지만 왠일인지 검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효성그룹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인 조석래 전경련회장이 총수를 맡고 있는 그룹. 따라서 검찰이 대통령 사돈 관계를 의식해 제대로 수사를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효성건설 직원 비리가 터져 주목을 끈다.



최근 검찰이 지난 1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사 의뢰한 효성그룹의 ‘수백억’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무혐의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금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문무일) 측 관계자는 “납품단가를 비싸게 부풀렸다는 것이 어떤 법률에 위반되는지 확실치 않고, 관련된 자금이 모두 회계처리 돼 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검찰 측이 혐의점을 찾기 힘들다고 밝힌 부문은 지난 2000년 ‘효성 재팬’이 연루된 사안에 국한됐다.
오히려 효성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이던 검찰이 참여정부 시기 효성건설 임직원들의 자금 흐름을 집중적으로 캐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2002~2007년 기간 동안 효성건설이 전국의 대형 공사를 진행하며 인건비나 하도급 대금을 과다 청구하는 방식으로 1백억 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또 다른 의혹에 수사의 초점을 옮겨가는 분위기다.
검찰은 효성건설 자금 담당 임원 안 모씨의 계좌 추적을 진행하면서 2002~2007년 기간의 자금 입출금 내역을 집중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 회사 자금 및 경리 담당 직원들과 전국 대형공사 현장소장 등 20여명의 계좌에 대해서도 같은 기간 동안의 자금 입출금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 기간은 참여정부 5년과 대부분 겹친다. 검찰의 다음 수사 단계는 자금의 사용처가 어디인가, 자금이 정ㆍ관계 로비에 흘러들었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 작업이 될 전망이다. 과거 대기업 비자금 수사의 종착역이 정ㆍ관계 로비여부에 귀결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측 가능한 수순이다.
이러한 검찰의 수사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사돈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만한 사안은 빠지고 상대적으로 만만한(?) 참여정부 시기로 초점이 옮아갈 공산이 커졌다. 결국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재 점화될 공산이 커졌다.
 한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지난 8일 광주 전남지역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검찰이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것에 대해 "비자금은 없다"고 잘라 말하며 관련 혐의 내역을 일체 부인했다.
 효성건설 역시 보도 자료에서 "1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은 사실 무근"이라며  "민원처리용, 산재환자 위로금 등 업무와 관련된 용도로 사용한 일부 자금을 자금담당 임원의 실명 통장으로 관리해 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실 효성그룹은 올 들어 계속해서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영선(민주당) 의원이 육군 등이 추진하고 있는 마일즈(MILESㆍ다중 통합 레이저 교전 장치) 장비 사업과 관련, 특혜 의혹을 제기했었다. 박 의원은 군사법원에 대한 법제사법위 국감에서 "정부가 지원한 마일즈 장비 사업의 특허권자가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막내동서인 주관엽 씨의 처 송진주 씨로 돼 있다"며 "이는 대통령의 사돈 집안 사람이 특허권을 소유한 것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룹 안팎의 상황이 이러함에도 조석래 회장의 향후 입장이 곤란해지거나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내년 2월로 다가온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임기도 지난 2년간 조석래 회장의 광폭 활동을 감안하면 연임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들려온다. 한 인사는 “조 회장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발 벗고 나서는 등 의욕적으로 활동해 재계안팎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평이 많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 검찰의 효성 비자금 수사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앞서 말 한데로 조 회장은 최근 수사와 관련해 “그런 일 없다”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검찰의 수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은 분명하다.
효성그룹의 윤리강령에는 ‘국가정책을 존중하고 제반 법규와 사회 윤리규범을 준수한다’라고 적혀있다. 또 ‘고객으로부터의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는 말도 있다. 요즘 효성그룹에서 불거지는 이런 저런 사건들을 보면 이 문구를 국민들이 얼마나 수긍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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