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통하는 북한의 신마피아 전략

위조지폐, 마약 밀매 통한 외화벌이에서 탈피 경향
‘국경 없는 조폭 맥마피아’ 저자 “北은 초범죄국가”

 


 
최근 세계 마피아 조직의 분포 및 범죄 행태를 조명한 미샤 글레니의 저서 <국경없는 조폭 맥마피아>가 화제다. 무너진 국가체제를 악용해 무한대의 이익을 벌어들이는 국제 범죄조직의 놀라운 번식력을 유명 다국적 패스트푸드 체인 업체인 ‘맥도널드’에 빗대어 ‘맥마피아’로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글레니가 지적하고 있는 초국가적 성향과 불법 자금의 이동 경로를 보고 있노라면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쳐왔던 북한의 범국가적인(?) 범죄 행태가 궁금해진다. 일단 2005년 이후 북한의 이 같은 행태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정부의 규제가 북한의 ‘돈벌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북한이 처해 있는 상황을 <뉴스포스트>가 분석해 보았다.

 

 

 

2007년 미국 의회조사국이 발표한 ‘북한의 범죄활동 보고서’는 북한 정부가 그 동안 광범위한 국제 범죄 활동에 연루돼 왔음을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북한이 마약, 위조지폐, 가짜담배, 의약품, 보험사기 등 광범위한 범죄 활동에 직접 가담하거나 지원해 왔으며 이를 통해 북한이 거둬들였던 수익은 연간 5~15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이 같은 내용은 2005년 동결된 북한의 마카오델타아시아(BDA)자금 해제를 포함해 핵 문제, 기타 외교적 문제를 논의선상에 끌어내기 위해 가졌던 2.13 합의 이후 북한의 불법 활동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작성된 것이다.
앞서 미국은 2005년 자국 화폐 위조 상황을 점검하던 중 북한이 마카오델타아시아 은행을 통해 각종 불법 거래를 행해 왔다는 정황을 포착하게 된다. 99년 12월 20일 이전까지 포루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는 94년에도 외교관 신분증을 소지하고 마카오 은행에 25만 달러를 예금하려던 북한 무역업자들을 적발한 바 있으나 이러한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었다.
엄밀히 말해 2005년 당시 미국은 자국 은행에 BDA와의 거래를 우려하는 방식으로 해당 은행의 숨통을 조이게 되고, 마카오 당국이 직접 BDA에 북한 자금을 동결하는 방식으로 그 동안 북한이 외부사회와, 더 구체적으로는 외부 범죄 조직과 이어지던 통로를 완전히 차단하게 됐다. 더욱이 이 같은 조치를 따른 해외 다수 은행과의 거래가 막히게 되면서 북한에 대한 본격적인 자금 압박 조치가 단행되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가 북한이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되고, 경제공황 상태에 빠지게 되는 계기를 맞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2007년 6자회담을 통해 가진 2.13합의로 동결된 자금 2,500만 달러 전액을 해제조치하면서 다소 완화된다. 당시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BDA에 동결된 조선의 모든 자산이 전면 해제되면 영변 핵 활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미국이 핵문제 등 외교적으로 유리한 담판을 이끌어내기 위해 북한의 자금을 동결한 것이라고 유추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북한이 여러 가지 조항에 합의하면서까지 BDA동결 자금의 해제 조치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불법자금으로 지정된 BDA자금이 당시 북한 정부에 있어 어느 정도의 위치를 점하고 있었는지를 간접적으로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

 

북한범죄 성장 일로

 

데이비브 애셔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선임자문관 또한 2005년 노틸러스 연구소에 발표한 ‘범죄국가 북한’에서 북한은 ‘전 세계에서 위조지폐와 무기 밀매를 국가의 외교·경제 전략으로 채택한 유일한 국가’ 즉 ‘마피아 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범죄 행위는 일부 집단이나 범죄 조직에 국한되지 않고 외교적인 영향력과 정부의 보호 및 육성 하에 체계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데에 문제점이 있었다.
2005년 북한의 무역적자는 18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식량 지원과 해외 원조금을 감안해도 재일교포 송금마저 끊긴 상황에서 10억 달러가량의 ‘빈 부분’은 불법 자금으로 충당됐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같은 해 CRS의 라파엘 펄, 딕 낸토 연구원이 제출한 보고서는 북한이 위험도가 큰 마약 밀거래 대신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적으면서 수지가 맞는 가짜담배와 의약품의 대량생산에 치중하는 한편, 일부 범죄활동에 있어 삼합회 등 중국의 범죄조직이 깊숙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을 제시하고 있다.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시된 ‘미래보고서’는 (북한의) 조직범죄가 유엔 마약통제나 범죄예방기구 같은 국제기구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성장일로에 있으며, 국제사회의 문제로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경을 넘어 활동하고 있는 이들 조직범죄 단체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형사재판소(ICC)와 유사한 금융형사기구를 창설하는 등 전 세계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애셔 전 선임자문관은 “북한이 위조지폐와 가짜 담배 등을 통해 버는 외화수입은 총수출 금액의 35~40%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북한은 마약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여 충격을 더했다. 그 동안 암암리에 북한의 범죄활동에 대한 추정이 있었으나 이처럼 구체적으로 문제가 지적된 적이 없었기 때문.
CRS보고서는 “상품 위조나 저작권 침해 등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있지만 북한의 특별한 점은 국가 차원의 (개입 혹은) 지원이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불법 활동 수입원이 대량살상무기 획득을 위한 자금으로 이용되고 있는지가 이 문제의 핵심 이슈”라고 강조했다.
초국적인 북한 범죄활동의 특징은 최근 세계화 흐름에 몸을 내맡기고 있는 조직범죄단, 이른 바 마피아의 경향과도 맥을 같이 한다.
<국경없는 조폭 맥마피아>의 저자 미샤 글레니는 2004년부터 3년 간에 걸친 전 세계 조직범죄단 조사활동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기승을 떨치고 있는 신종 마피아의 형태인 ‘맥마피아’가 이미 조폭 수준을 벗어나 초국가적 거대기업으로 진화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음은 물론 낮아진 국경의 문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통제 불능 상태의 국제범죄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일본 범죄조직과 연계

 

북한의 이 같은 범죄행위는 중국, 일본 등의 조직범죄와 연루되면서 범 아시아적으로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애셔 연구원은 이에 대한 근거로 북한이 북한과 중국 사이의 국경도시 지린성을 경유해 중국에 대규모 마약 밀수 행위를 하고 있던 점을 지적했다. 이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98∼2002년 사이에 일본에서 압수된 북한산 마약만 1,500㎏에 달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북한은 90년대 미 조폐국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성능을 보유한 정밀 고속 조폐기구를 구입해 ‘슈퍼노트’로 알려진 달러 위폐를 찍기 시작했다. 미 정보기관은 북한이 2003년 한 해에만 이 기계를 통한 위폐 제작으로 자그마치 1억 달러에 달하는 불법 수익을 거둬들였다. 2005년 마카오 은행의 자금 동결 건에 있어서도 수사 과정에서 불법자금 이동 경로에 중국이 깊이 관여한 바 있다. 슈퍼노트의 유통경로에 중간과정으로 중국이 있었던 것. 중국은 이 외에도 정책적으로 북한의 위폐범들에 대한 원조와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혐의에 꾸준히 시달리고 있다.
2005년 경제 봉쇄 조치 이후 북한이 뚜렷하게 범죄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정황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사단법인 열린북한 하태경 대표는 “현재 북한은 달러를 벌어들일 통로가 많지 없다. 개혁개방은 김정일 정권 스스로 거부하고 있다. 불법거래는 미국의 봉쇄로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협박해 돈을 뜯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국민여론이 들끓고 있는 일본은 ‘납치자 문제’ 때문에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한다. 하 대표는 이어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으로 ‘신마피아 전략’을 손꼽는다. 위험부담이 큰 불법자금 조달 행위보다는 주변국들로부터 외교전략을 통한 자금 조달을 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불법자금 조달이든, 외교적 활동을 통해 얻는 공식적인 자금 조달이든 간에 현재 북으로 들어가는 달러의 규모가 턱없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북한이 여전히 핵을 손에 쥔 채 최근에는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까지 단행되면서 다시금 북한 발 범죄행위가 발생할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이런 상황에서 북한 정권이 붕괴했을 때 이전 체제에서 정부 주도 하에, 혹은 정부 지원 하에 이뤄졌던 불법 자금 조달 루트가 북한 지도층 인사들로 나누어져 지하로 가라앉는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국경없는 조폭, 맥마피아>에 따르면 맥마피아가 등장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토대는 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련체제의 변화로 주요 재화에 대한 기본 개념이 달라지면서 기회를 포착한 소수 자본가와 구 보안기구 관리들이 유착해 신생 정부와의 거래를 바탕으로 조직범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거론되는 체첸 마피아의 경우 동유럽과 발칸반도, 중앙아시아를 거쳐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중국까지 이르고 있다. 이들은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따른 자유로운 자본 이동을 발판으로 세력을 키워왔다. 현재로서는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의 북한 사회가 자의든 타의든 정권 붕괴 이후 세계적인 범죄 조직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북한 정부가 핵무기나 불법 위조지폐 제작 등에 있어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파급력은 가히 폭발적이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최근 발의된 북한 인권법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이 지난 7월 4일 대표 발의한 ‘북한인권법안’과 같은 달 21일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이 발의한 ‘북한인권증진법안’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반대로 현재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북한은 남측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북한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17일 ‘북남관계를 파국에로 몰아가는 범죄 집단’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북한인권법안’이 대북 전단살포 정부지원, 북한인권대사 설치, 북한인권실태 조사 및 보고, 북한 주민들에 대한 정보전달 등의 조항을 두고 “북남관계를 전면 파탄시키고 정세를 최악의 극단적인 사태로 몰아가려 한다”고 비난했다.

 

연대별로 본 美-北 갈등 역사

2004년 부시 미국대통령 북한 정권 '악의 축'으로  규정
2005년 미국정부, 북한 해외자금 동결조치
2006년 북한 핵,미사일 발사 실험
2007년 미 북한 2.13 합의 금융자산 동결해제
2008년 7월 북한 핵 사일로 철거
2008년 10월 미국,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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