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LG COO 조준호는 누구

40대 대표이사, 차세대 LG 이끌 다크호스
회장실 재직 시 총수 눈에 들어 승승장구

 


구본무(63) LG 회장은 대기업 회장답지 않게 소박한 성격이다. 그의 용인법도 튀지 않는 인사로 유명하다. 평소 성격 그대로다. 작년 LG는 그룹의 쌍두마차격인 LG전자와 LG화학의 실적이 탁월했고 전무직이 부활되면서 승진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됐었다. 지난달 19일 발표된 인사도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괄목할 만한 파격이 있었다. 조준호(49) ㈜LG 부사장이 ㈜LG 대표이사에 선임된 것이다. 그는 구 회장, 강유식(60) 부회장과 함께 공동대표체제로 ㈜LG를 이끌게 된다. 40대가 이 자리에 오른 건 LG 그룹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뉴스 포스트>는 젊은 조 부사장의 발탁 배경과 향후 예상 행보를 취재해봤다.

 


(주)LG(회장 구본무)가 그룹 컨트롤 타워인 지주회사의 전면 쇄신에 나섰다. 지난달 13일 ㈜LG 이병남 부사장(인사팀장)을 LG인화원장(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조준호 LG전자 북미 담당 부사장을 ㈜LG로 전보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조 부사장이 ‘중용’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4대그룹 가운데 지주회사나 핵심 계열사(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SK텔레콤 등)에 부사장급으로 대표이사에 오른 인물이 없기 때문에 그의 발탁이 재계에 준 충격은 대단했다.

 


조 부사장은 1959년 생으로 휘문고와 서울대경제학과, 시카고대 마케팅 석사 학위를 받고 존슨앤드존슨을 거쳐 1986년 LG전자에 입사했다. 1996년 그룹 구조조정본부 상무를 거쳐 2002년 LG전자 정보통신 전략담당 부사장과 지난 2004년 LG전자 정보통신 사업본부 북미사업부장을 지냈다.
1996년 구조조정본부 상무로 LG의 구조조정 과정에 깊이 관여했고 LG전자 정보통신 북미사업부장을 맡을 당시 LG 휴대폰의 미국 시장 안착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2002년에는 권영수 현 LG디스플레이 사장, 이영하 LG전자 사장 등과 함께 ㈜LG 경영총괄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44세로 사장에 올라 최연소 부사장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조 부사장 여동생인 조미진씨도 지난해 7월 20년간 몸담았던 모토롤라에서 LG디스플레이 상무로 영입돼 LG 내 남매 임원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초 그룹 지주회사인 (주)LG 경영총괄담당으로 자리를 옮겨 LG 사업포트폴리오 조정과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매진해왔다.
특히 지난 1996년에 LG그룹 회장실 재직 시절부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내며 구본무 회장에게 총애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경험을 좀더 쌓고 예전 구조조정본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친정 격인 지주회사에 복귀한 모양새로 보인다.
40대인 조 부사장은 전략기획과 마케팅통으로 강력한 추진력이 강점이라고 전해진다. 조 부사장은 탁월한 전략·기획 역량은 물론이고, 그룹 내부서도 “일이 취미인 사람”으로 불릴 만큼 ‘일벌레’로도 유명하다. 그룹 내부의 전폭적인 신뢰에 힘입어 올 초 지주회사 경영총괄 담당 부사장으로 발탁되면서 명실상부한 차기 리더급으로 떠올랐다.
조 부사장은 그룹 내 업무 부문 간 의견 조율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미국에서 공부하고, 미주 법인에 오래 근무한 덕분에 글로벌 시야까지 갖춰 LG그룹을 이끌 차세대 핵심 인재로도 손꼽힌다. 이번 발령은 그를 그룹 내 명실상부한 차기 리더로 굳히는데 마침표를 찍은 듯하다.
구본무 LG 회장, 강유식 부회장과 함께 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의 공동 대표이사(COO)에 오른 조준호 부사장은 LG그룹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LG 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경영총괄 책임자로서 그 직분에 맞게 대표이사직을 맡았을 뿐 특별한 의미가 없다"며 그간 세간에 알려진 유명세를 경계하듯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과 강유식 부회장이 그대로 역할을 하고 그 아래에서 조 대표가 보좌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것이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LG 그룹 내부에서는 조 대표가 장차 LG 그룹 개혁과 안정의 '전위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LG 텔레콤의 한 직원은 "대표이사라는 직책은 명예직이 아니라 회사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리"라며 "단순히 COO가 됐다고 해서 대표이사직을 맡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계열사 관계자는 "강유식 부회장 이후 구 회장을 보필할 비서진의 재구축을 위한 사전포석으로 해석 된다"며 "과도기적인 체제 운영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조 대표가 COO라는 단순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LG그룹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구 회장의 복안을 실행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조 부사장은 앞으로 ㈜LG에서 신사업, 전자ㆍ화학ㆍ통신 등 계열사를 관리하는 경영관리를 담당하게 된다. 신설된 자리다. 핵심 사업에 대한 중장기 전략 방안을 만들라는 구 회장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오랜 미국 근무 등으로 글로벌 시각을 갖춘 조 부사장에게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인수합병(M&A) 추진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 회장도 젊은 조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LG의 핵심인 ‘인사-재경-경영관리팀’을 부사장에서 상무급으로 다 낮췄다. 인사팀장은 LGCNS에서 온 이명관 상무, 재경팀장은 기존 차동석 상무가 맡는다. 남영우 부사장이 맡던 통신서비스팀(경영관리)은 김선태 전 LG데이콤 상무가 담당키로 했다.
작년과 올해 전자, 화학 등 주요 계열사 수장의 교체가 단기성과 회복용이라면 이번 지주회사 인사는 장기전략 마련을 위한 포석인 셈.
재계 관계자는 “젊고 역동적인 지주회사를 만들어 사업추진력을 높이기 위한 구 회장의 생각으로 해석된다”며 “인사쇄신으로 올해 성과를 이어가고 장기적으로 LG의 사업 확대 및 차세대 경영을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기 속에도 롯데가 M&A를 다시 시작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는 등 경쟁사가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로 텔레콤 등 여러 인수합병 기회를 흘려버린 LG로서는 변화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밖에서는 젊은 조 대표의 발탁을 구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30)씨로의 경영권 승계와 연결 짓는 말도 들린다. ㈜LG 지분을 꾸준히 모아 가고 있는 구광모씨가 향후 그룹경영 전면에 나설 때를 대비한 사전 포석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인 셈. 지금 LG 그룹의 다음 행보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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