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가케무사에 속았나?

 

신동아측 ‘가짜 미네르바’ 의혹 불거지자 곤혹
기자협회보 “언론의 기본인 신뢰 문제 있다”

 


지난해 12월 월간지 신동아는 ‘인터넷 경제 대통령 미네르바 절필 선언 후 최초 투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기고문과 인터뷰 내용을 실어 큰 파장을 일으켰었다. 그러나 검찰이 미네르바로 지목한 박 씨는 검찰에 긴급 체포된 이후 줄곧 신동아에 글을 기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세인의 관심이 검찰과 신동아가 쏠리고 있다. 신동아가 접촉한 미네르바는 과연 누구인지와 검찰이 검거한 미네르바 외에 다른 인물이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 상황이다.

 

 

신동아에 기고한 미네르바는 기고문을 통해 한국 경제 사상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오고 일본 환투기 세력 공격이 시작되면서 올해까지 불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또한 “한국은 500선, 미국은 5000선이 올해 바닥”이라며 “중국은 1000선이 붕괴될 것이다, 강남 부동산 가격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강북도 추가 하락할 것이다” 등의 비관적 전망을 내놓아 파문을 일으켰었다. 이러한 신동아의 기사는 그 후 미네르바의 경제 분석이 허황되고 오류투성이, 비관론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그러나 검찰에 구속된 미네르바 박 씨는 신동아와의 접촉 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의혹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이후 신동아 편집국에는 미네르바의 12월호 기고문과 인터뷰 내용에 대한 기자들의 문의가 쇄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급속하게 확산되는 의혹을 풀어낼 열쇠는 신동아 측이 쥐고 있지만 신동아 기자들은 언론과의 접촉에서 “편집장으로 대외창구가 일원화돼 있다”고 밝혔고, 송 아무개 편집장은 “신동아 2월호를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며 입을 굳게 다문 상태다.
일각에선 신동아의 ‘인터뷰 조작설’이 제기됐지만 이것은 언론사로서 파장이 너무 크고 송 편집장이 당시 미네르바와 서로 주고받았다는 이메일과 제3자의 계좌지만 원고료를 송금한 계좌번호를 기록으로 갖고 있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기자협회보 14일 보도에 따르면 신동아 관계자는 “우리가 접촉한 사람이 미네르바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도 14일 신동아 안팎에서는 송 편집장이 해명 글 대신 직접 미네르바의 글을 받아서 게재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가설로 힘을 받고 있는 것은 ‘미네르바 집단설’이다. 미네르바 필명을 쓰는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라 여러 명으로 박 씨는 미네르바의 글을 대신 올리는 역할을 한 사람 중의 하나라는 추측이다.
어찌됐던 신동아가 2월호에서 진짜 미네르바라는 관련 증거를 제시할 경우 박 씨를 긴급체포한 검찰이나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은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기자협회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동아가 이번 미네르바 사태로 언론의 기본인 신뢰 문제에 봉착했다”면서 ‘미네르바 신드롬’ 확산에 일조한 신동아가 “여러 억측들에 대한 명쾌한 해명보다는 최대한 시간벌기에 급급, 팩트 확인을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다음은 신동아가 접촉한 미네르바가 가짜일 가능성이다.
그러나 송 편집장은 자신이 접촉한 미네르바가 진짜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송 편집장이 2월호에 싣겠다고 밝힌 글에는 이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송 편집장의 확신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체포한 박 씨는 진짜가 아닐 수 있다. 검찰은 “박씨가 미네르바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미심쩍은 부분이 언론들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제·증권전문가들도 현장 경험 없이 독학으로 써낼 수 있는 글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박 씨가 작성했다는 글을 본 미네르바의 팬들도 논리전개나 통계인용, 문체 등에서 미네르바가 썼던 글들과 차이점이 있다면서 가짜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제2의 미네르바는 없다’고 공언했던 검찰도 최근에는 ‘공범 가능성을 수사 중’이라고 말을 바꿨다.
앞서 정황을 종합해봤을 때 박 씨가 미네르바와 관련된 주변 인물 중 한 사람이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 씨가 일관되게 자신이 미네르바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과 아이피(IP)가 일치한다는 점은 박 씨가 어떤 식으로든 미네르바와 연결돼 있다는 추측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신동아 안팎에서도 박 씨가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모임의 일원이었거나 작성된 글을 인터넷에 대신 올리는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송 편집장이 직접 해명 글을 쓰는 대신 지난 호와 마찬가지로 직접 미네르바의 글을 받아 게재할 것이라는 얘기도 떠돈다. 이에 대해 송 편집장은 “모든 것은 책이 나오면 밝혀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신동아 2월호는 17일 서점에 배포됐다.
이러한 가운데 미네르바가 다음(035720) 토론방 아고라에 올린 게시물 중 신동아에 자신이 아닌 제 3자가 글을 기고했다는 대목이 있어 주목된다.
미네르바는 지난해 12월30일 아고라에 ‘속상하다. 그리고 사과 드린다’란 글에서 신동아와 관련된 언급을 한 바 있다.
미네르바는 이글 마지막 부분에서 "하지 말라니까 내부 참고용으로 만들어 논 걸 잡지사에 가져다가 팔아먹는 놈이 있지 않나. 들쑤시는 놈이 있지 않나"라고 언급하며 내부의 또 다른 인물이 자신이 쓴 글을 잡지사에 기고했다고 말했다.
미네르바는 ‘신동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전까지 신동아 외에는 어느 매체에서도 미네르바의 인터뷰를 게재하지 않았던 터라 여기서 말하는 잡지사는 신동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의 박씨는 신동아에 기고한 사실도 없고 오히려 신동아로 인해 자신의 대한 명예가 손상됐다며 강력한 법적 대응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그 동안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정부와 보수언론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해왔는데 ‘신동아’ 같은 정통 보수언론에 자신의 의견을 밝힐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따라서 박 씨가 신동아에 기고한 적도 없다면, 그가 따로 만들어 놓은 경제전망 자료를 그가 속한 조직의 다른 인물이 신동아에 접촉해 기고했다는 말이 된다. 이렇게 되면 정황상 미네르바가 한명이 아니라 집단이라는 설에 무게가 실린다. 미네르바는 과연 박씨 혼자일까 또 다른 미네르바가 존재하는 것일까. 신동아의 해명과 검찰의 공범 가능성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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