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확장 두고 여기저기서 '잡음'

[뉴스포스트=안유리나 기자]

한국마사회(사장 현명관) 대전지사가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월평동 마권장외발매장이 확장을 두고 난관에 봉착했다. 지역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인근 지역 주민들은 마권장외발매장 때문에 도박 중독에 빠지는 지역민들이 늘고 있고 해당 지역의 생활권이 침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 이목이 집중된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국마사회 측은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며 반박하고 나서 양측의 갈등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뉴스포스트는 한국마사회서 추진하고 있는 마권장외발매장 논란에 대해 집중조명했다. 
 
대전시 월평동 인근에는 최근 마권장외발매장 확장을 놓고 지역주민들과 마사회 간의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
 
인근 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불거져왔던 마권장외발매장 확장에 대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라며 “마사회 측은 마권장외발매장 확장 계획은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곳에서 기자가 만난 주민 김모씨는 “1997년 처음 월평동에 마권장외발매장이 생겼을 당시만 해도 IMF로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시민들이 도박 중독에 빠져 허덕였고 오히려 주변 상가 경기는 암울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처럼 월평동 일대에는 마권장외발매장이 들어선 이후 이곳을 찾던 주민들의 발길이 크게 감소했다.
 
이 때문에 주변상권은 설립 당초의 계획과는 달리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인근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지난 1997년 이곳에 처음 마권장외발매장, 즉 화상으로 경마를 보며 배팅을 하는 '화상경마장'이 들어섰을 당시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방세수 증대'라는 달콤한 유혹을 앞세워 계룡건설사옥에 입주, 1-6층을 사용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계룡건설이 해당 사옥을 이전하면서 마사회가 이 건물 전체를 매입해 7-12층까지를 추가로 마권장외발매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마사회 측은 '대전지사 리모델링 환경개선'이라는 계획을 통해 확장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공사는 오는 3월부터  시작해, 12월에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면서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지역주민, 그리고 정치권에서까지 발끈하고 나서고 있다. 특히, 지역경제활성화를 기대하며 '마권장외발매장'의 입점에 긍정적이었던 주변 상인들까지 반대입장을 내놓고 있어 더욱더 이목이 집중된다. 
 
인근상권협의회에서는 “'마권장외발매장'이 금·토·일 주말 3일만 운영되고, 도박중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 때문에 주변상권을 거의 이용하지 않아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인근 상인들은 “주변에 '성인오락실'과 '유흥주점', '유사성행위 업소' 등이 난립하면서 거주환경은 물론, 상업시설 운영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인들 뿐만 아니라 대전지역 시민단체들 역시 이번 월평동 마권장외발매장이 확장에 반기를 들고 일어섰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측은 “월평동에 마권장외발매장이 확장되는 것은 시민들이 도박 중독에 빠지는 것을 넋놓고 지켜보는 짓”이라며 “한국마사회는 이제라도 마권장외발매장 확장계획을 전면 백지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자치시민연대의 김정동 연대기획팀장은 “마권장외발매장 이용자의 도박중독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정부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매년 발간하는 보고서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마권장외발매장이 도박중독에 빠질 확률도 일반 경마장에 비해 두 배나 높고, 이로 인한 도박중독 문제의 심각함을 경고하고 있지만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유혹으로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그 마저도 경기활성화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가고 지역자본을 역외로 유출시키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시민을 도박중독에 빠뜨리고 사회경제적 문제를 일으키면서 번 돈으로 세금을 많이 냈다고 자랑하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한국마사회 측에서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라며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측면으로 확장 계획을 발표했지만 대전의 경우 더 심각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참여시민연대 측에 따르면 월평동 마권장외발매장은 이용자 1인 배팅액이 1일 평균 62만원을 넘어 2010년에 비해 2배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인당 전국 평균 배팅액인 40만원에 비해 월등히 높은 금액으로 배팅액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도박중독에 가까워지는 징후로 밖에 볼 수 없는 것.
 
김 팀장은 “마권장외발매장을 지금보다 두배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고도 시민들의 반발에 입장정원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별 문제없다는 마사회의 답변도 어처구니가 없다. 마권장외발매장을 확장하는 이유가 시설개선을 통해 이용객과 매출을 늘리려는 목적임에도 정원을 운운하며 문제없다는 식으로 넘어가려는 건 대전시민을 우롱하는 행위이다. 지난 2003년 월평동 마권장외발매소를 이용한 이용객수가 60만3천명으로 1일 평균 5천명이 넘었다는 점과 정원은 마사회에서 언제든지 임의로 바꿀 수 있음을 감안하면 정원관련 논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공기업 35개 이상의 유치효과나 지방세수 178억을 운운하며 여론을 호도하려는 시도에 분노를 느낄 지경이다. 공기업 유치의 목적은 세수보다 인구증가와 지역경기활성화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파급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마권장외발매장으로 인해 1년에 대전시민이 탕진하는 금액만 2012년 기준 675억이다”고 덧붙였다.
 
월평동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일 월평1동 발전협의회는 마권장외발매장 확장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에 나선 이경종 월평1동 발전협의회 회장은 "마사회가 들어오면 월평동 지역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전국에서 도박중독자들이 모여들다 보니 지역은 피폐해지고 갈수록 환경이 악화되기만 하고 있다"며 "따라서 마사회는 이번 기회에 시설을 확장할게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가중되자 마사회 측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한국마사회 측은 최근 논란이 되고 시설 확장에 대해 입장 정원을 늘리지 않고, 관람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국마사회 대전지점 측은“현재 계획중인 확장은 입장 정원(3388명)을 늘리는 게 아니다. 지정좌석실 확충을 통해 고객 관람 환경을 대폭 개선하고 객장의 고급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해 9월 주민들의 반대로 개장이 보류됐던 서울 용산 마권장외발매소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이 다시 추진돼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하 7층 지상 18층 규모로 지어진 새 건물은 인근 학교들에서도 쉽게 눈에 띈다. 이를 두고 인근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용산 화상경마장과 인근의 남정초등학교는 불과 400m가량 떨어져 있다.
 
이곳에 초등학교 4학년 학부모 박모씨는 “주민들의 의견도 무시한채 도박장을 설립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마사회 측은 아이들의 교육때문이라도 화상경마장은 절대로 개장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마사회 측은 “주민들이 주장하는 것 처럼 학교와 근접해 있지 않다”라며 “이미 지역 단체를 통해 합의 한 사항이다. 외국에서는 배팅 문화가 활성화 돼 있다. 이번 개장을 통해 헬스 등의 다양한 문화도 함께 생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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