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백혜진 기자] 최근 장기 경제불황과 극단적 이기주의 심화로 노인층의 자살률이 크게 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1~2013년 언론에 보도된 생계형 사건.사고 167건을 분석해 '복지 사각지대의 생계형 사건.사고 유형과 원인' 보고서를 냈다.

167건중 79.7%는 살인.살인미수.자살이고, 그 당사자는 33.5%가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취약한 노인층을 보호해주는 정책 마련과  그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가 절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설 연휴 전국 곳곳에서 터진 노인 자살사건 사례를 통해 그 심각성을 짚어본다.

#설 연휴 첫날인 지난달 30일, 대구에서 60대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대구 남구의 한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A(69)씨와 A씨 부인(64)의 시신은 명절을 맞아 집을 찾은 이들의 딸 부부에 의해 발견돼 참혹함을 더했다. 발견 당시 A씨 부부는 이불을 덮고 나란히 누운 상태였으며, 근처에는 타버린 연탄불이 시신을 지키고 있었다. 또한 수첩에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메모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평소 지병 등으로 신변을 비관했다는 가족들 진술 등을 토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지난 3일 강원에서 차량 화재가 발생해 80대 남성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강원 홍천군 남면의 한 공터에 주차된 차량에 내부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목격한 주민이 119에 신고했다. 119구조대에 따르면 유목정리의 재선충 감시 초소 옆 공터에 주차된 김모(81·경기)씨 소유의 프라이드 차량 내부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본 주민의 신고로 출동했으며 화재를 진화하던 중 차안에서 김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발견당시 차량 내부에서 시너 냄새가 많이 났으며 김씨가 평소 지병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 등으로 미루어 스스로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평균 연령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노인들의 자살 사건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복지 사각지대의 생계형 사건·사고 유형과 원인’ 보고서에 따르면, 생계형 사건?사고 중 79.7%는 살인·살인미수·자살이고, 그 중 33.5%는 65세 이상 노인이 당사자였다.

사례의 전체적 경향을 보면, 절망적 상황에 놓인 노인 빈곤층에서 자살하거나 배우자 등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았다.

생계형 사건사고 167건을 분석한 결과 사건·사고의 원인은 생계비 문제(35.9%)가 가장 많았으며, 실업 및 사업 실패(22.8%), 돌봄과 간병 부담(21.0%), 의료비 문제(20.4%)가 뒤를 이었다. 생계비 문제는 모든 연령에 걸쳐 나타났으나 실업 및 사업 실패는 18∼64세, 돌봄·간병·의료비 문제는 65세 이상에 집중됐다.

보고서에서는 “대부분은 생활고를 기본으로 하고, 돌봄과 간병, 근로여건의 악화, 끝이 없는 부담과 고통에서 비롯하여 무기력을 거쳐, 그리고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례의 공적지원의 불충분성도 문제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는 극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보의 부족으로 가능한 서비스를 지원받지 못하는 사례 등 제도적 접근이 가능한 사례를 들어 독거노인을 위한 정책의 허술함을 짚기도 했다.

보고서는 “빈곤층의 생계형 사건·사고와 노인 문제는 가족들에게 가장 큰 부담을 준다는 점이 문제”라며 “가족부양의 강제와 부양의무자의 굴레에서 벗어나 정부와 지역사회가 정책적으로 접근해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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