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빅5 중 최고 재산가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재직시 10억 증가 ‘눈길’
충북 옥천땅 명의신탁 사실 드러나 해명하기도

 

신영철 신임 대법관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있어 ‘야간 옥외집회’ 금지조항 위헌제청 건에 대한 사전개입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불과 대법관 임명 제청이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달 가졌던 인사청문회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번 사태를 두고 “사건 전후과정이 명백한데 무엇을 더 조사하느냐”며 “이제 남은 것은 그가 왜 그랬는가를 밝히는 것 뿐”이라고 탄식했다.

 

 신영철 대법관이 특정 재판을 전담하고 있는 판사들에 이메일과 전화통화를 통해 압력을 가했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번 의혹은 시기적으로 대법관 임명제청을 앞두고 벌어진 일인 만큼 그 발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회는 지난 달 6일부터 10일까지 각 상임위별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이 중 10일 청문회에 나선 신영철 당시 대법관지명자는 강호순 사건과 관련해 “대법관은 최종적으로 법을 해석하고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진다”며 “대법관이 된다면 우리사회의 다양한 시각을 포용하는 재판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영철 대법관지명자는 같은 달 12일 국회의 임명동의를 거쳐 대법관에 임명됐다. 하지만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임명제청 직전에 일어났던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매체를 타고 공개되기 시작했다.


MBC는 2월 23일 형사단독 판사들이 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재임하던 지난해 7월 14일 몰아주기 사건 배당에 반발한 형사단독 판사 10여 명에 항의를 받았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이 첨예한 관심사로 거론되던 촛불관련 사건이었다는 점이다. 이덕우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이에 대해 “모든 재판이 아니라 아주 특정한 재판, 촛불재판을 한 방향으로 몰고 가려 했다”며 “명백한 헌법위반이고 위법한 행위이다”라고 비판했다.


이후 사건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몰아주기 배당이 문제로 거론된 직후 이달 5일 KBS는 신영철 대법관이 촛불재판 판결을 독촉하는 이메일을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문제가 확산되자 대법원은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르면 내주 초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엇갈리는 법조계 시각

 

신영철 대법관 파문에 대한 법조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신영철 대법관의 외압 파문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 법조계 인사는 “(외압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이제 조사해야 할 것은 왜 그렇게 했나 밖에 남지 않았다”고 자조 섞인 결론을 내놓았다.

 

 신영철 대법관의 행동이 법조인의 양심을 떠나 이미 그 내용상 위법소지가 충분히 있고, 문제는 그가 왜 그렇게 했는가 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갑배 변호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사건이 접수된 순서대로 배당하는 것이지 자의적으로 배당하는 경우 재판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예규에 의했다 하더라도 헌법상 법관독립을 침해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몰아주기에서 시작된 이번사건은 명백히 압력이다”라며 “결코 의혹이라고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신영철 대법관 논란에 대한 법조계 내부의 반발은 거세다.


지난 8일 서울남부지부 김형연 판사가 법원내부통신망에 남긴 ‘신영철 대법관님의 용퇴를 호소하며’라는 제하의 글에 따르면 “적용법조항에 대해 다른 법원의 위헌제청이 있어 헌법재판소에 사건이 계류 중인 때에는 굳이 중복해 위헌제청을 하지 않고 당해 사건의 진행을 사실상 중지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 사건을 처리해 온 것이 법원의 실무 관행”이라며 야간집시법에 관한 위헌제청이 있는 가운데 판결에 압력을 행사한 신 대법관의 행태를 비판했다.

 

 김 판사는 이어 “법원장의 언행으로 재판에 실제로 영향을 받을 판사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판사들이 그 정도의 발언에 영향을 받는다면 판사라고 할 수 없다’는 대법관님의 주장은 그것이 재판에 대한 간섭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지봉 교수 또한 “현행 10등급의 관료화 된 조직 하에서 1년에 한 번 ‘적응력’ 등 애매모호한 점수를 매겨 승급에 직접 반영하는 법원장이 친히 수차례 집요하게 메일을 보낸 사건”이라고 이번 파문을 요약한 후 “이메일이라는 물증까지 있으니 이는 명백히 탄핵사유에 해당하는데 스스로 용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법조계가 이처럼 반발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데에는 이번 사태가 사법부의 신뢰도와 권위를 떨어트리는 심각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이용훈 대법원장은 지난 1월 신영철 당시 서웅중앙지법원장을 대법관 후보로 대통령에 임명제청하면서 “전문적 법률지식과 합리적 판단력, 인품 등 대법관이 갖춰야 할 기본 자질과  건강, 국민을 위한 봉사 자세 등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충남 공주 출신으로 대전고를 거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신 대법관은 18회 사시 출신으로 이후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대법원장 비서실장, 서웅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수원지법원장 등 ‘엘리트코스’를 거쳐왔다.다소 관료적이라는 비판이 일기는 했으나 업무능력 면에서는 평가를 인정받아 왔다.

신영철 대법관이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부터였다. 지난해 초에는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에서 추천한 4명의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양창수 대법관에게 밀린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흠결이 없었던 당시 대법관 후보에서 밀렸던 신영철 후보가 이번에야말로 대법관 자리를 거머쥐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통령 임명이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대법관에 임명을 앞둔 시점에서 민감한 시국사안인 촛불집회 관련 사건의 선고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 불안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한편 신영철 대법관의 재산 문제도 일말의 의혹이 없지 않다. 신영철 대법관은 지난 달 10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농지 편법거래 의혹이 그것이다.


인사청문회 자료를 보면 신영철 대법관지명자가 1988년 3월 충북 옥천읍 소재의 토지를 구입해 명의신탁 형태로 보유해 오다 1992년 본인 명의로 등기를 한 후 이를 다시 이 씨에 되팔아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을 샀으나 이에 대해 신 당시 대법관지명자는 “모친의 묘자리로 사둔 땅을 가까운 곳에 묘를 쓰며 불필요해져 팔게 됐다”고 해명했다.

 

 “34억 2,709만 원으로 기록된 재산공개 내용이 공직자 치고는 지나치게 많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머님을 모시기 위해 다소 무리하게 구입한 큰 평수의 강남 소재 아파트가 가격이 많이 올라 그렇게 됐다”며 “공주와 대전의 토지를 제외하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와 예금은 독자적으로 조성한 재산”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공직자윤리위시스템에 의해 등재된 신영철 대법관지명자의 재산은 강남구 대치동의 22억 원대 아파트를 포함해 대전과 충남에 각각 6억 원, 1억 원에 달하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배우자와 신 후보자 본인이 약 4억 원에 이르는 예금을 포함해 약 34억 원에 달하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신 대법관지명자가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재산변동내역공개를 보면 신 대법관의 재산이 10억 가량 증가해 36억에 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재산증가율은 당시 재산변동내역 신고 대상 중에서도 7위를 차지한 수치로 신 대법관지명자는 이 같은 부분에 대해 “아파트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해 가능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인사청문회에서는 재산내역 외에도 이른 바 ‘촛불재판’ 몰아주기 배당에 관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인사청문회에 나선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신영철 대법관지명자에게 “얼마 전 형사7단독 박재영 판사가 돌연 사직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며 일부 판사들에 대한 압박 여부를 질문하자 “형사사건은 형사수석부장이 컴퓨터 배당에 의해 배당을 하고 있고 저는 포괄적인 배당권을 가진 사람일 뿐”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대법관 임명 직후 해당 판사들에 이메일과 전화를 보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이미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문제로 제기된 부분이었으므로 당시 이에 대한 진상이 명확히 규명됐다면 아쉬움이 남는 것도 이 대목이다.

 


 


<촛불재판 개입, 법원의 위기인가?>

- 민주당 우윤근 의원 주최 토론회
- 이국운 교수 "대한민국 보수는 누구?"

 

지난 12일 민주당 우윤근 의원실은 최근 불거진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관련 재판 외압 의혹과 관련해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한동대학교 법학부 이국운 교수는 "최근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의혹은 시민들로 하여금 '지금 이 나라 대한민국의 보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헌법학자로서 나는 이런 언론과 정치인들이 대표적인 '보수'로 군림하고 또 그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세태에 대해 깊은 자괴감을 느낀다"고 심경을 표출했다.


경실련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갑배 변호사 또한 "선고연기, 보석, 위헌제청 중 뭐가 되더라도 이는 재판을 하고 있는 법관의 고유권한인데, 이것이 법원장이나 다른 판사에 위임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토론회를 주최한 우윤근 민주당 제1정책조정위원회 의장은 최근 해당 사건에 대한 한나라당의 무성의한 태도를 지적하며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여야가 어디있나"라고 성토했다.

 

 이어 우 의원은 "사법부의 독립은 가장 보수적인 것"이라며 신영철 대법관 파문을 좌파편향주의로 몰아가려는 시각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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