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길들이기” VS “정당한 법집행”

 

 

수사 초점은  PD수첩 제작진의 의도적 왜곡 여부
공익적 주제에 명예훼손죄 적용가능한가 논란도

      

PD수첩 수사는 지난해 4월 방송 이후 농림수산식품부가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의뢰하면서 시작됐으며 당시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같은 해 7월말 PD수첩의 보도가 대부분 왜곡됐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의 발생 원인이 광우병을 비롯해 60가지에 달하는데도 제작진이 `다우너 소는 광우병 걸린 소이고 미국의 아레사 빈슨 씨가 이런 소의 고기를 먹어 사망했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등 상당 부분 왜곡ㆍ편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작진의 소환 불응과 검찰 내부 이견 등으로 수사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가 주임 검사인 임수빈(47·사법시험 29회)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사표를 내고 수사팀이 바뀌면서 사실상 재수사가 시작됐으며 이메일 압수수색에 이어 제작진의 체포까지 이뤄졌다.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25일 서울 마포대교 남단 부근에서 부인과 함께 자신의 승용차에 타고 있던 이 PD를 체포했다. 또한 검찰은 이 피디와 함께 주요 소환 대상자인 김보슬 피디에 대해서도 신병 확보에 나선 상태다.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검찰의 ‘PD수첩 수사’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검찰이 수사하는 PD수첩 제작진의 혐의는 크게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 두 가지다.

▲ 지난해 4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발병 우려를 담은 PD수첩 방송으로 촉발된 촛불집회가 6월 절정에 이르자 쇠고기 수입 협상 주무 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는 이 프로그램의 왜곡 보도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 이후 올해 초 쇠고기 수입업체인 A사가 "PD수첩 보도로 가맹점 10여곳과 거래가 끊겼다"며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검찰은 이를 인지사건으로 분류해 수사 착수의 근거로 삼았다.

▲ 이달 3일에는 정운천 전 농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정책관이 PD수첩 PD 4명과 작가 2명을 지목해 명예훼손 혐의로 정식으로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명예훼손 적용 놓고 법조계 찬반 양론

 

검찰은 그러나 PD수첩 보도로 정 전 장관 등 개인의 명예가 훼손되고 A사가 영업 면에서 실제로 손해를 보는 결과가 초래됐는지보다는 PD수첩 제작진의 제작 의도와 과정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타인의 명예가 훼손되는 결과를 낳았느냐'가 쟁점인 사인(私人)간의 명예훼손 사건과 달리 언론의 사회감시와 비판기능을 고려할 때 이들 제작진이 고의로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명예를 훼손할 의도는 중요하지 않고 PD수첩 제작진이 어떤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의도적으로 다르게 보도했다면 `범의'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검찰 수사는 이를 밝히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PD수첩에서 인간 광우병 의심 증세로 사망한 것으로 보도된 아레사 빈슨 어머니의 인터뷰와 번역 자막이 다른 점, 빈슨의 주치의로 인터뷰한 의사가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아들의 명함을 제작진에게 준 점 등을 확인해야 할 대목으로 예를 들었다.

이런 수사 흐름상 검찰은 PD수첩 제작진의 직접 조사와 이들이 줄곧 제출하기를 거부해 온 촬영 원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보도된 내용과 원본의 차이점이 발견된다면 이 과정에서 제작진이 이를 알고서도 고의로 다르게 왜곡했는지를 가려내겠다는 것.

그러나 이를 반대로 보면 PD수첩의 제작 전 과정을 복기한 결과 제작진이 자신이 방송한 내용을 사실로 믿을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었다거나 별다른 의도적 왜곡 또는 편집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형사처벌은 어려울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그럴 경우 수사기관이 체포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수단을 동원했다는 선례를 남기면서 언론의 공익을 위한 비판 기능을 위축시켰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 탄압 논란도 정치적 쟁점화

 

이번 MBC  PD수첩 사태의 쟁점은 ‘언론탄압’ 이다.

지난 22일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의 긴급체포에 이어 검찰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MBC ‘PD수첩’의 이춘근 PD를 긴급체포하자 야당과 언론단체, MBC 노조, MBC 시사교양국 PD들이 제작 거부를 결의하는 등 MB 정권의 언론탄압이라며 극렬 반발하고 나섰다.
MBC 노조는 26일 성명을 내고 "정권은 언론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비판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라고 했고, 한국 PD연합회(회장 김영희 MBC PD)는 검찰의 이춘근 PD 체포 사태에 대해 성명을 내고 "이성을 상실한 독재정권의 발악이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며 "이춘근 PD를 체포함으로써 이명박 정권은 마침내 전체 언론인을 상대로 전쟁을 도발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형원 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는 “만약 (검찰이) 취재 원본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서거나 문화방송 사옥 안에서 강제구인이 이뤄진다면 노사가 단결해 물리적 힘을 쓰더라도 결사적으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26일 고위정책회의에서 “MBC PD수첩을 무더기 강제 구인하겠다고 한다. 이미 한 PD를 강제구인했다”면서 “언론탄압의 과정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결코 명예훼손의 문제나 파업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민주당은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말한 뒤 “만약 언론탄압이 계속된다면 국민, 시민단체와 함께 야당은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MBC PD에 관련해 수사 당시에 담당 부장검사가 ‘공적 사항을 다룬 보도이고 명예훼손의 피해가 구체적이기 때문에 체포하거나 압수수색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며 “이런 부장검사 말까지 뒤집어 가면서 이 정부는 비판언론, 공정언론에 재갈을 물릴 필요가 있는 것인지 우리 국민과 함께 고민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MBC 시사교양국 PD들도 오늘 새벽 긴급총회를 열어 검찰이 표적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 PD가 풀려날 때까지 제작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일에 열린 제 21회 한국PD대상 시상식에서는  MBC 'PD수첩-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의 김보슬, 이춘근 PD가 '올해의 PD상'을 수상했다.

이번 MBC 피디수첩 사태의 근본적인 논란은 ‘국민의 알권리와 사회불안방지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라는데서 출발한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광우병 논란과 대대적인 촛불시위의 발생...그 논란의 중심에는 피디수첩이 있다. 사회혼란을 불러온 몹쓸 방송과 국민의 알권리를 지킨 좋은 방송...에는 어떤 기준과 차이가 있는가. '언론의 자유라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언론의 자유인가. 언론사업자의 언론의 자유와 일반시민의 언론의 자유는 어떻게 다른가'에 대하여 강한 의문을 제기해 볼 필요가 있다. 광우병 논란에서 시작된 PD수첩사태가 어떻게 종결될지 수사의 귀추가 주목된다.



 

 

26일 국경없는 기자회 파리 본부 아시아 데스크인 뱅상 브러셀씨가  YTN노조원들과 면담을 가졌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본 PD수첩사태>
 “한밤중에 체포는 언론 자유 침해”


 

국경없는 기자회는 세계 전역의 언론 자유 신장과 언론인들의 인권을 보호할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다. 1985년에 설립되었으며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전세계적으로 9개 지부, 130국에 특파원 파견을 하고 있다. 설립 목적은  전세계 언론인들의 인권 보호 및 언론 자유 신장이며 주요활동으로는  세계 각국 언론인들의 연대 및 언론인들의 인권 보호, 투옥된 언론인들의 변호, 세계 언론자유지수 발표등이 있다. 해마다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인 5월 3일에는 한 해 동안의 세계 언론 자유 상황을 평가한 '언론 자유 상황 실태'와 전세계 국가들의 언론 자유도를 국가별로 순위를 매긴 '세계 언론 자유지수'를 발표하는데 2004년 5월 3일 발표한 각국의 언론 자유지수에 따르면, 조사 대상 166개국 가운데 미국이 31위, 일본이 44위, 홍콩이 56위, 타이완이 61위, 싱가포르가 144위, 쿠바가 165위를 차지하였고, 한국은 49위, 북한은 최하위인 166위를 차지하였다.

 

이번 PD수첩사태에 대해 많은 해외 언론단체가 한국 언론자유의 침해라며 우려를 표명한 가운데 국경 없는 기자회는 “정부가 비판적인 언론인에 대해 직접 보복하는 것, 특히 한밤중에 체포하는 건 한국 언론 자유에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국경없는 기자회 파리 본부 아시아 데스크인 뱅상 브러셀씨는 26일 오후 5시15분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15층 노조사무실을 방문해 노 지부장과 함께 체포됐던 노조원들과 면담했다. 그리고 그는 이 자리에서 “MBC PD도 석방돼야 한다. 언론인 구금은 한국의 충격스러운 언론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미 YTN 기자의 체포 소식에 국제사면위원회가 '언론자유 위배'라는 성명을 발표했고 국경없는기자회가 진상조사에 나섰다"며 "이처럼 언론인을 잡아가두는 일은 국제적인 지탄을 초래하는 심각한 민주주의 유린, 언론자유 유린"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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