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아니죠~ 'TOPOKKI' 맞습니다!

 

 

대한민국의 음식 외교관, 떡볶이가 간다!
된장떡볶이, 스파이시토마토치즈떡볶이...퓨전떡볶이의 세계화

     


 

농림수산식품부가 '떡볶이 산업 육성계획'을 수립해 5년간 생산개발, 수출, 홍보 분야 등 3개 분야에 140억 원을 투입·육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해 말부터 떡볶이를 쌀 소비 활성화와 한식 세계화를 선도하는 대표 품목으로 정했다.
남는 쌀의 소비와 의무 수입쌀(MMA)의 처리를 위해서는 되도록 많은 쌀을 소비해야한다는 데 떡볶이가 선정된 것이다. 

떡볶이는 흔하다. 값이 싼 거리의 포장마차부터 분식집, 고급레스토랑, 호텔까지 어디에나 있다.
떡볶이는 누구나 좋아한다. 어린아이부터 나이든 노인까지 떡볶이 집을 찾는다. 최근엔 외국인들도 좋아한다. 서울 남대문 시장이나 부산의 떡볶이 집을 가면 한국 사람처럼 즐겨먹는 외국인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다. 얼마전부터 떡볶이를 보는 눈도 달라졌다. 서울 강남의 고급 레스토랑 메뉴판에 등재되고, 떡볶이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카페도 등장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변변한 음식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값이 너무 싼 탓이기도 하고, "주 무대가 길거리"란 꼬리표 때문이기도하다.  비위생적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학교 위생구역 안에서는 길거리 떡볶이가 추방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 있는 떡볶이가 세계적인 명품 음식으로 거듭나 한국을 대표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과정이 필요할까.

<뉴스포스트>는 ‘국민 간식’ 떡볶이의 세계화 가능성을 조명해 보고자 국내 최초로 지난 11일 문을 연 떡볶이 연구소의 초대 떡볶이 연구소 이상효 소장(48· 중앙대식품가공학과 박사)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설립취지는


우리나라의 농식자재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정부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만들게 되었다. 우리나라 전통 한식의 세계화는 그 처리과정이 복잡하여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하는 것이 어렵고 까다롭다. 때문에 표준화 시키는 작업이 필요한데 떡볶이는 떡과 소스만으로 만들 수 있어 조리과정이 간단하고 표준화 작업이 쉬우며 소스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현지화 할 수 있어 세계인의 입맛을 맞추는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 

 

그렇다면 떡볶이 연구소는 정부산하 부설 연구소인가.


정부 정책에 따라 시행된 계획이지만 실질적으로 한국쌀가공식품협회의 제안으로 설립화 되었다. 하지만 정부의 예산 140억중 약 40억이 떡볶이의 R'nD 사업에 책정됐고 그중 8억의 자본금을 가지고 올해 2월 연구소를 설립하게 되었다. 제안부터 설립까지 6개월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추진되었으며 따라서 순수하게 민간자본이라 할 수는 없지만 연구비 예산은 정부 지원이 충분히 가능하다.

 

떡볶이 연구소 소장이면서 (주)라이스텍(RICETECH)의 대표이기도 한데.


나는 한국식품연구원으로 20년이 넘게 쌀에 관한 연구를 했고 90년대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무균포장밥 ‘햇반’과 ‘식혜’ ‘쌀국수’ 등의 상품화에 기여했다. 그러한 연구성과를 토대로 쌀 관련 벤처기업인 라이스텍을 설립했고 현재 라이스텍은 한국쌀가공협회 회원사로서 '씻어나온 쌀‘과 다양한 쌀관련 발효제품을 개발중에 있다.

 

떡볶이의 국내 변신 정도는 어디까지 왔나.


떡볶이는 길거리 음식의 대명사로 여전히 위생과 품질면에서 낙후되어 있지만 요새는 까페형식의 음식점으로 전문 프랜차이즈 형태화 되어있고 메뉴도 퓨전화, 신세대화 되고 있다. 하지만 서민음식인 떡볶이의 명품화, 세계화를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메뉴의 개발과 더불어 떡볶이의 캐릭터를 만들어 애니메이션화 하는 등 스토리와 재미가 있는 떡볶이 관련 문화컨텐츠의 개발도 필요하다.

 

수출산업으로서 경쟁력이 있나.


쌀 자체로만 본다면 외국의 저렴한 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소스와 결합하면 부가 가치가 10배는 증가한다. 따라서 떡볶이가 거리의 음식을 탈피해 명품요리화 된다면 충분히 현재보다 경쟁력 있는 상품화가 되어 수출할 수 있다.

 

떡볶이연구소의 개발정책 방향은.


 R'nD의 3가지 방향이 있다. 세계권역별 소스의 현지화로 ‘세계화를 위한 R'nD' 와 떡볶이를 통한 우리 농산물의 식자재 연계 진출방안인 ’사업화를 위한  R'nD‘ 그리고 이를 통해 문화와 예술의 식문화까지도 수출할 수 있는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한  R'nD‘ 가 있다.

 

현재 외국인의 떡볶이 인식은 어떤가.


실제 일본의 경우 이미 전통 궁중떡볶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반응이 가장 뜨겁다. 이미 유명 업체가 한국인 대리인을 통해 떡볶이 프랜차이즈의 직접적인 계약조건 등을 문의해오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점점 인식이 좋아지고 있는 추세이며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현지적응화 노력을 꾸준히 해야한다.

 

떡볶이의 미래상을 정리해본다면.


우리나라 궁중음식으로 출발한 떡볶이에는 슬로푸드의 철학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보편화 되어있다 보니 그 정체성을 많이 잃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무조건적인 퓨전이 아니라 정체성을 살리며 외국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스파게티하면 이탈리아, 떡볶이 하면 한국이 떠오를 수 있게 살려 나가야 한다.

 

이번 2009 떡볶이 페스티벌을 통해서 얻은 성과가 있다면.


이번 페스티벌에 두 종류의 떡볶이를 시연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치즈떡을 이용한 스파이시 토마토 소스 떡볶이와 고구마떡과 호박떡을 이용한 된장크림소스 떡볶이를 선보였는데 둘다 반응이 좋아서 많은 호응을 얻었다. 지금은 다양한 소스와 매운맛의 표준화 작업 등에 노력하고 있다.  ‘햄버거와 콜라’ 같이 떡볶이와 함께 마시는 완전 새로운 타입의 음료도 소개되었다. 이 음료는 일반 판매용이 아닌 프랜차이즈 업소용으로 만들어져 떡볶이와 함께 세계인의 입맛을 공략하게 된다. 페스티발 성공 이후 몰려드는 취재요청과 폭발적인 관심에 상당히 고무되어 있다. 국민적 관심과 함께 정부 정책까지 떡볶이 연구소와 맞아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떡볶이는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좀더 구체적인 떡볶이 연구소의 홍보 마케팅 전략이 있다면.


우선 떡볶이의 새이름을 네이밍해서 브랜드화 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떡볶이’ 이지만 외국사람들이 발음할 때 에는 ‘TOPOKKI’ 가 된다. 또한 웹사전에 등록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고 떡볶이 캐릭터를 개발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작업도 구상 중에 있다. 문화컨텐츠와 결합시켜서 홍보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떡볶이 연구소는 전국에 있는 쌀가공협회 산하 556개의 회원사에 대해서 인증사업을 실시하고 마케팅 사업의 키베이스를 제공한다.
현재 완제품 보다는 식재료 개념으로서의 떡볶이가 수출에 유망한 상태다.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첫 단계로 주요 거점 도시에 안테나 샵(주요고객층의 동향이나 트렌드 변화 등을 감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가게)을 오픈해 프랜차이즈를 통한 떡볶이 세계화의 전초기지로 삼을 계획이다. 3년간 사업계획에 따르면 5만 곳의 떡볶이 프랜차이즈가 목표다. 이미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이 1호점으로 낙점됐다. 극동의 유럽이라 불리는 블라디보스톡을 통해 떡볶이에 대한 유럽시장의 반응과 공략 포인트를 분석하는 것이다.현지 요식업 관계자들도 테이크아웃 형태의 떡볶이 프랜차이즈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최종 단계만 남아있다.  늦어도 6월 안에는 진출 할 계획이다.
2호점은 미국 한인동포들이 밀집해 있는 LA가 될 전망이다. 현지 업체들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며 곧 떡볶이 연구소를 방문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판촉의 일환으로는 5월 LA에서 열리는 공연중에 참가, 시연할 예정이고 8월에 열리는 네덜란드 요리축제에도 참가해 떡볶이를 꾸준히 알릴 생각이다. 국내 행사로는 5월 7일날 열리는 '주한외국인대사부인 주최 바자회'에서의 부스판매도 예정돼 있다.

“떡볶이는 한식 세계화의 첨병이다. 떡볶이를 통해 한식 세계화의 교두보를 확보하면 국내산 농산물의 해외시장 진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태국의 경우 왕실이 직접 나서 태국음식의 세계화를 추진한 결과 2000년 5500개이던 해외 태국 음식점이 2008년 1만1000개 이상 늘어났다. 그 결과 농산물 수출이 7년 사이 세배나 증가했다.”

떡볶이를 통한 한식 세계화. 떡볶이의 세계화를 기치로 내건 떡볶이 연구소 이상효 초대소장의 일성이다. 단순한 떡볶이로 출발하지만, 결국 우리 농산물의 세계시장 진출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이다.

 


 


궁중 떡볶이부터 퓨전떡볶이까지
왕의 음식에서 서민의 간식으로

 

세계인의 메뉴로 발전하고 있는 떡볶이의 변천사를 들여다보자.

 

1800년대 처음 등장

 

문헌상에 처음 떡볶이가 등장한 것은 조선말기인 1800년대 쓰여진 <시의전서>란 조리서에서다.  하지만 이보다 일찍 떡볶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에 왕들이 먹던 궁중떡볶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떡볶이와는 많이 다르다. 빨간 떡볶이가 아니라 흰 떡볶이다. 매운 고추장을 쓰지 않고 간장으로 간을 맞췄다.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원장은 "매운 맛은 사람이 쉽게 흥분하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며 "국가의 정사를 돌보는 임금님의 감정이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수라상에선 가급적 매운 맛을 피하는 게 원칙이었다"고 설명했다.

대신 쇠고기, 생나물, 마른나물 등을 넣어 만들었다. 현재 떡볶이가 탄수화물로만 이루어진 것에 비하면 영양적으로 완벽한 음식이었던 셈이다.

 

1953년 떡볶이의 재탄생

 

현대인이 즐겨먹는 빨간 떡볶이에 대한 문헌상 기록은 찾지 못했다. 단지 ‘신당동 떡볶이 할머니’로 알려진 마복림(89)씨가 1953년 만들기 시작했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복림 할머니가 중국 음식점에서 개업식 공짜 떡을 얻어다가 친정아버지가 드시던 자장면 그릇에 떡을 빠트리게 된다. 자장면 묻은 떡을 먹다가 맛이 좋아 고추장을 생각하게 됐다. 그 아이디어로 지금의 신당동 자리에서 떡볶이 노점상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70년대 어묵이 들어가다

이후 떡볶이는 별다른 발전(?)을 하지 않았다. 처음과 마찬가지로 연탄불에 고추장과 대파를 넣고 끓여서 만들었다. 지금의 포장마차 떡볶이와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기존 재료에 흔히 ‘오뎅’이라고 하는 어묵을 넣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다른 재료가 추가된 것이다. 70년대 후반에는 씹는 맛과 단 맛을 내기위해 양배추도 들어갔다. 신당동에 떡볶이 골목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전국적으로 떡볶이가 퍼져나갔다.

 

80년대 즉석 떡볶이의 탄생

 

내 손으로 만드는 "즉석 떡볶이"가 등장한다. 여기엔 LPG의 보급이 큰 역할을 했다. 1980년 마복림 할머니는 연탄불 대신 처음으로 식탁위에 가스레인지를 설치했다.

손님이 주문하면 냄비에 재료를 담아줘 식탁에서 직접 끓여먹도록 한 것. 즉석 떡볶이로 바뀌면서 추가되는 재료도 늘어났다. 라면에 이어 쫄면, 만두, 계란 등이 하나둘씩 추가되면서 덩달아 값도 올라갔다.

 

2000년대 퓨전 떡볶이의 등장

 

젊은이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떡볶이가 거듭 변신한다. 치즈, 자장, 크림, 피자 등 서구의 갖가지 맛이 가미된다. 덩달아 양식 레스토랑에서 별미 메뉴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길거리에서는 꼬치화해 ‘떡꼬치’란 신 메뉴로 내놓기도 한다. 발빠른 외식업자들은 떡볶이를 자체브랜드로 내놓는다. 소자본 창업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면서 ‘신떡’ 등 떡볶이 체인점이 전국적으로 늘어났다.

 

◇빨간 떡볶이의 원조는?


 "1950년 전까지도 떡은 있었지만 고추장에 버무린 떡볶이는 없었다. 그러나 한국전쟁 직후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하게 됐다. 그래서 떡을 꼬치에 끼워 구워 팔기 시작했다. 장사가 잘 되면서 양념을 추가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에 따라 양념을 넣고 떡을 볶아 팔기 시작했다. 이것이 현재와 같은 떡볶이의 시작이다. 당시 양념은 대파를 크게 썰어 간장에 절여 넣고 맛에 강도를 더하기 위해 고춧가루를 첨가했다. 이후 고추장을 넣었고, 입맛이 변하면서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과 물엿을 넣었다." <서현정 서울대 비교문화 연구소 연구원> 

<최>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