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은 김 대표 어디에 있나?

 


- 체포 영장 발부된 김 대표 미국 도피 모색
- 대가성 접대와 향응 행태 차제에 뿌리 뽑아야
 

 

 

고 장자연 소속사였던 더 컨텐츠 엔터테인먼트사 김 대표의 정·재계·언론계 인사를 망라한 로비 실체가 드러나면서 연예 기획사들의 ‘성 상납’ 로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신인 여자 연예인들이 방송사 관계자나 사회유력 인사들을 술자리에서 접대해 왔다는 추측은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연예인을 로비의 노리개감으로 삼는 비정상적 관행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이번 기회에 부적절한 관계는 없어져야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그동안 미적거리다 지난 30일부터 본격수사에 돌입한 분당경찰서는 장자연 사건의 문건유출과 관련된 언론인들을 시작으로 부적적한 접대행위를 강요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리스트에 오른 유력인사들의 소환조사가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가와 수사 대상자 소환이 언제부터 본격화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뉴스포스트>는 장자연 수사에 얽힌 이모저모를 취재했다.

 

 

장자연 유족은 지난 3월 17일 중앙일간지 대표, 금융계 고위인사, IT업체 대표 등 유력인사 3명을 ‘성매매 특별법’으로 고소했다.
성매매 혐의가 적용되려면 성 관계의 대가성과 행위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성관계 사실 뿐 아니라 성관계의 대가로 이들이 장자연이나 장자연 회사에 ‘유형 또는 무형의 금전적 이득’을 제공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
그런데 변호사의 법률자문을 받은 유족들이 이들을 강요죄나 배임수재가 아니라 성매매로 고소한 것을 보면 이들이 성 접대의 대가로 장씨 소속사측에 금전적 이득을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100억 원대의 부동산 자산가로 성 상납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가 40억 원대의 삼성동 40-9번지 3층짜리 건물은 지난해 7월부터 모 금융회사에 30억 원의 근 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상태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1층과 3층이 전·월세 매물로 나왔지만 대출금이 너무 많아 세가 잘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수사를 담당한 경기경찰청 이명균 강력계장은 31일 “장씨 소속사 사무실과 회계법인 압수수색을 통해 매출전표와 법인카드 사용내역 등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경찰은 문건에 오른 10여명의 신원을 사진첩으로 제작해 향응이 이뤄진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7곳을 찾아 종업원들을 상대로 이들의 출입여부를 일일이 확인했으며 강요죄 공범행위로 출석을 요구할 방침이다.
김 대표 소유의 삼성동 건물 3층에서 채취된 4개의 남성 DNA와 1개의 여성 DNA에 대한 검사결과는 4월 초면 나올 예정이다. 그러나 경찰은 이 DNA 자료가 출입자 확인에 대한 기초자료로 사용될 뿐, 동석만으로 범죄 혐의를 증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대상자가 확정되면 이들이 김 대표에게 장씨를 접대 자리에 데려오도록 교사했는지, 강제로 데려오는 줄 알면서도 방조했는지를 확인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한편 동석의 기초가 되는 DNA 자료가 모두 1층 와인바가 아닌 삼성동 건물 3층에서 검출된 것으로 보아 김 대표가 3층을 접대 장소로 은밀하게 쓰였다는 점이 더욱 현실성을 갖게 됐다.
김 대표의 삼성동 3층 건물은 지난 2006년 7월에 김 대표가 매입하여 2006년 2월경 1층에 바(Bar) '거기엔'을 오픈했다. 이 건물은 웬만한 호텔 스위트룸보다 더 호화롭게 만들어졌는데, 문제의 3층 스위트룸은 약 40~50평 크기이다. 수입 가구와 자재로 모던하면서도 세련되게 꾸며졌으며 이곳에서 김 대표가 방송, 언론사 및 대기업 관계자들에게 로비하는 장소로 사용했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 컨텐츠 엔터테인먼트사의 전 직원은 “3층 주방 뒤로는 넓은 크기의 샤워실이 있으며 샤워실 전체가 불투명 유리로 되어 있다. 은은한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샤워실 안의 움직임이 감지되며 그 맞은편에는 침실이 있다. 침실 한가운데는 킹사이즈보다 더 큰 침대가 놓여져 있고, 룸 앞에는 넓은 테라스가 있고 바베큐를 할 수 있는 시설이 따로 마련돼 있어 자주 고기 파티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거의 매일 손님을 불러 김 대표 소유의 1층 와인바에서 술접대를 했다. 3층에서도 자주 파티를 했다. 장자연도 김 대표의 부름에 1층과 3층을 자주 오고 갔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대표의 밀실 로비 어디까지

 

고 장자연씨의 소속사 김 대표는 언론계와 금융계 유력인사 등 각계 각층의 주요 인물들과 만나며 인맥을 구축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모 인터넷 신문 관계자는  “김 대표의 2008년 4월 스케줄표에 따르면 작년 4월 8일에는 전 정부 고위 공직자이면서 모 투자회사의 대표인 B씨와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나와 있다. B씨는 고 장자연 유족들이 경찰에 수사를 요청한 인물로 지목되는 IT업체 대표 C씨를 김 대표에게 소개한 인물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대표 회사의 전 직원과의 면담 결과 장자연이 지난해 4·5월에 제주도행이 잦았다고 말해 장자연의 동행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을 소환한다고 해서 이들이 소환에 응할 사람들도 아니고 경찰의 수사증거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06년에도 소속 연예인에게 술 접대 등을 강요하다가 소송을 당한 것으로 4월 1일 밝혀졌다. 서울중앙지법 조정조서에 따르면, 2006년 초 연예인 B씨는 술 접대 강요와 폭행, 계약금 미지급 등의 이유로 김 대표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소송을 청구했다.
B씨는 “김 대표 회사 1층의 와인바에서 술을 따르고 손님을 접대할 것을 강요받았으며 감금된 상태에서 폭행위협을 당한 적이 있다고 법원에서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은 같은 해 11월 김 대표와 B씨가 민·형사상의 고소·고발 등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전속계약을 해지하는데 합의했다. 이밖에도 김 대표는 다른 연예인과도 수 십 건의 민·형사 소송을 벌여  ‘소송의 달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장자연 역시 전 소속사 김 대표로부터 협박당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장자연은 자살하기 며칠 전 지인과의 휴대전화 통화에서 김 대표와의 갈등으로 인해 심한 두려움을 털어놨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당시 장씨가 ‘죽음’을 떠올릴 만큼 두려움의 정도가 컸던 점을 중시, 자살 동기와의 연관성에 주목해 수사하고 있다. 장씨는 자살 며칠 전인 3월초 수일에 걸쳐 6건의 통화내역을 녹음해 놓았다. 6건은 수분에서 10분 분량으로 이 가운데 4건은 소속사와의 갈등을 담고 있다. 장씨는 이 통화에서 “김 대표가 차량 등 지원을 모두 끊고 욕설도 서슴치 않았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의 신병 확보에 관심이 모아지자 30일 종로 경찰서는 외교통상부로 김 대표에 대한 여권반납 명령을 요청했다. 일본에서 귀국하지 않는 김 대표를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만들어 그의 귀국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김 대표가 소유했던 더 컨텐츠 엔터테인먼트사의 지분을 올리브 나인이 50%를 보유하고 있고, 이 올리브 나인을 2006년에 KT가 220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족과 KT와의 소송이 진행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조심스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KT의 한 관계자는  “올리브나인은 계열사 중 하나일 뿐으로 자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관련 인사들에 대한 혐의가 어느 정도 밝혀지더라도 법적 처벌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아직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장자연 본인이 부적절한 접대행위를 강요받은 상황에 대해 진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소환된 인물들이 끝까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할 경우 사법부가 술집 종업원들의 진술만을 토대로 이들을 처벌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경찰이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증거는 김씨와 장씨, 해당 인사들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함께 있었다는 것 이상이 될 수 없다. 성매매 혐의적용에 대해서는 ‘대가성’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우선 ‘성매매’가 있었는지의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주장이다. 

 

연예계와 정치권의 자성의 목소리 높아

 

한편 ‘장자연 리스트’를 계기로 연예계와 정치권에서 성상납 등 연예계의 관행과 비리를 근절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2002년에도 민주당 의원 성상납 사건 당시에도 기획사가 유력자들에게 선을 대고 성상납을 통해 출연 기회를 보장받으려고 하는 신인 탤런트들의 슬픈 현실이 있었다”면서 한국사회의 모럴해저드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을동 의원은  “지난해 국회의원 된 후 초반에 추진하려고 했던 연예인과 기획사간 표준계약서 관련 입법 공청회를 조만간 개최해 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자의 문화체육관광부 등록을 의무화하고, 계약서에 불공정한 조항이 있을 경우 장관이 직접 시정을 권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연예매니지먼트사업법 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공정위도 연예기획사를 대상으로 무상출연 강요, 과도한 사생활 침해, 본인 동의 없는 계약 이전 등 불공정한 조항이 없는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고 장자연의 죽음은 명목상으로는 자살이지만 실제로는 부조리한 사회구조가 그를 죽음으로 밀어낸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타살이나 다름없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그간 암암리에 자행됐던 여배우의 성 상납과 술 접대 등 연예계의 오랜 고질병과 신인배우에 대한 불합리한 대우들을 뜯어 고치려는 노력들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김 대표 처세술
“이해관계 있으면 높은 사람들에게 애교도 잘 부려”

 

“김 대표는 이해관계가 있으면 높은 사람들에게 애교도 부리고 정말 잘한다. 유력인사들이 안 넘어갈 수가 없다.”  
고 장자연씨 소속사 김모 전 대표와 수년간 여러 차례 소송을 벌였던 연예인 C씨의 말이다.
그는 “김 대표는 유력 인사들에게 접근할 때면 누구나 믿을 만한 사람들을 동원해 자신을 소개하는 방법을 쓴다”고 말했다. C씨 자신도 2001년에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력인사로부터 김 대표를 소개받았다고.
그는 또 “김 대표는 말 한마디도 살갑게 하고 작은 선물이라도 꼬박꼬박 챙겨 마음을 사지만 일단 더 나올 게 없거나 문제가 생기면 소송도 불사하며 돌아서 버리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일단 이해관계가 생길 것 같으면 상대방과의 중요한 대화를 항상 녹음하고 문서로 증거를 남겨 놓았다”며 “나중에 갈등이 생기면 내용증명을 보내 상대에게 겁을 주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C씨는 "김 대표 회사 소속 연예인들이 이런 방식으로 당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유력인사들이 술자리에 연예인을 데리고 나오라고 했다기보다 김 대표가 어린 연예인들을 술자리에 데리고 나가 유력인사들의 코를 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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