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못하는 것, 브로커가 해결”

 

 

대구고용지원센터 통역원 상습적 ‘뒷돈’ 요구
경기 불황과 맞물려 이주 노동자 더 열악해져


지난달 말,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 통역요원이 이주노동자들로부터 취업 알선비 명목으로 돈을 챙겼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고용지원센터는 노동부 산하의 전국망 일자리 네트워크로, 그동안 이주노동자들의 취업을 도와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준 게 바로 통역요원이다. 하지만 <뉴스포스트> 취재 결과, 취업 알선비 문제는 비단 이번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고용지원센터는 물론, 일반 직업소개소나 알림방에서 알선하는 경우에도 암암리에 ‘뒷돈’이 거래되고 있었던 것. 그 실상을 취재했다.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는 지난해 1월 베트남 출신의 한국인 한 명을 통역원으로 고용했다. 통역원은 한국어와 지리를 잘 알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베트남어 통역원이 한 명이었다는 것. 그러다보니 베트남어 통역을 ‘독점’하게 되면서 이주노동자들에게 상습적으로 돈을 요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 통역요원은 20만 원에서 최고 50만 원까지 알선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해왔으며, 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돌연 사표를 낸 뒤 현재 베트남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지원센터 전반의 문제


고용 과정에서 알선비 요구는 비단 대구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주노동자인권센터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고용지원센터 전반적인 문제다. 현재 알선비 문제에 대한 보고들은 많이 올라오고 있는 반면, 직접적인 발언을 통해 해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문제를 완전한 ‘사기’로 보기 힘들다고도 말했다. “한 쪽에 손해를 입히면서, 한 쪽이 일방적으로 이익을 남기는 것이라면 엄연한 사기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통역요원을 이용하는 이주노동자들도 그들이 있어야 편하다. 양쪽이 모두 원하고,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기로 보기는 힘들 것 같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브로커를 통해서 100번 번호표를 1번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 그러면서 “그런 거래들은 암암리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얼마나 사례가 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지금까지 그런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은 없었다”며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도 전했다.
또한 이것은 ‘고용’에 한정된 문제가 아님을 명확히 했다. 국제결혼 등 우리나라에서 정착하기 위한 외국인 관련 문제라면, 충분히 암암리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 외국인 채용지원 관계자는 “모든 고용지원센터에서 통역요원을 두고 있지 않다. 보통 사업주가 센터로 와서 등록을 하기 때문에 굳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인이 직접 와서 등록한다고 해도 대부분 한국어를 잘 한다”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련 정책 미비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상 이런 문제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정부가 제도적으로 보완해줘야 하는 것들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브로커가 극성을 부리는 건 당연하다”는 것.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현재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전혀 보장해주지 않는다. 이동을 하더라도 두 달 안에 하지 못하면 ‘미등록자’가 되어 비자가 없어지기 때문에, 이주노동자 입장에서는 취업 장소가 어딘지, 어떤 대우를 받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일단 두 달 안에 취업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브로커들 또한 대부분 정규직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예산이 안 되기 때문에 통역요원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근무를 하더라도 대부분 요일제로 근무한다. 그러다보니 일에 충실하지 못하게 되고, 일정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경제적인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또한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감시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에 유혹되는 건 당연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오는 것은 교육이나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인 만큼, 문제가 어떤 식으로 나타나든 간에 경제적인 문제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고도 전했다.

 

경기 불황과 맞물려 더 심화


하지만 최근에는 경기불황과 맞서 이런 문제들이 더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경기불황 때문에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취업난을 겪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로인해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되고, 전반적인 임금 하락이 실시되고 있어 더 큰 문제다. 그런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두 달 안에 취업 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최대임금법 제도를 바꾸려는 움직임 또한 한 몫 한다고 했다. “60대 이상의 노인과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임금을 조정하려고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에게는 현재 식대와 기숙사 비를 따로 지불하고 있는데, 그 비용들을 임금 안에 포함시켜 일괄적으로 공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노골적으로 이주노동자를 차별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관계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하지만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불법체류자로 등록되어 있는 외국인 20만 명에게 체류자격을 줘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은 체류자격을 달라고 정부에 요구해 왔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발도 그 못지않게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들은 대부분 합법화를 해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이번 문제와 관련 “이런 제도가 바뀌지 않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계속적인 탄압이 이루어진다면 인종문제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주노동자 A씨 사연
“제발 사람 대접 해주세요”

             

한국에 온 지 1년 반 정도 됐다는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 A씨는 가장 힘든 점이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이라며, 한국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문제들은 언어가 통한다며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는 “비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없어 돈을 못 버는 것”과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아무리 힘든 일을 시켜도 다 할 수 있는데, 제발 사람 대접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 했다. 다음은 A씨의 발언.
“일자리를 구하러 고용지원센터에 와도 해결되는 건 없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필리핀이나 베트남에서 온 이주노동자를 쓰고,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사람 등은 잘 고용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민족을 쓰면 싸움 등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 할 수 없이 벼룩시장이나 알림방 같은 곳에 가서 알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고용되면 불법이라면서 정부에서 막는다.
브로커가 없으면 고용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고용지원센터에 비치되어 있는 안내문도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정도밖에 없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스탄 사람들이 더 많이 오는 데 그들은 하나도 배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용지원센터 직원에게 제안했더니, “한국에 왔으면서 한국어 안 배우고 뭐 했냐”며 오히려 화를 내더라. 하지만 나는 한국어 배우기 위해 온 게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 온 것이다.
한국어나 영어를 모르기 때문에 스스로 문서를 작성하지도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 일을 하려면 어떤 회사인지도 알아야 하고, 회사에 내 소개도 해야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브로커가 도와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래서 그들이 큰 액수를 요구하더라도 문제 삼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회사에 고용되면 2~3일 정도의 한국어 교육을 받지만, 그건 효율성이 하나도 없다. 고작 “안녕하세요” “수고했습니다” 정도의 말 밖에 배우지 않는다. 3일이 아니라 적어도 3개월 정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애로점을 털어놓은 A씨는 왜 불법체류를 할 수밖에 없는지 속사정도 말했다.

소제 돈 벌 수 있다면 불법체류자도 감수

“한국으로 일하러 오기 위해 가족들도 포기하고 300만 원에서 400만 원 정도 큰돈이 들었다. 불법으로라도 남아서 그만큼의 돈을 벌수밖에 없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한 명은,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손가락 하나가 절단됐다. 병원비가 100만 원 들었는데, 회사에서 그 돈을 내줬다. 회사에서 내준 것으로 알았는데, 나중 3개월 동안 월급에서 제하더라. 게다가 치료하는 한 달 동안은 일을 하지 못해서 월급도 못 받았다. 이것을 문제 삼으면 일을 못 하게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해서 그냥 넘어갔다. 인권센터는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권센터에 오면 해결되는 게 더 많다.

소제 :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도 문제”
한국 사람들은 미국이나 영국?독일 등 잘 사는 나라는 올려다보면서, 한국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깔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결혼한 내 친구에게 어느 날 전화가 왔다. 자신이 한국말이 서툴기 때문에 남편에게 말할 수 없으니, 비교적 한국말을 잘하는 내가 대신 말해달라고 했다. 친구가 전해달라던 내용은 “내가 살던 나라에도 텔레비전이나 리모컨이 있고, 나는 수저를 사용해서 밥 먹는 방법을 안다. 화장실을 어떻게 사용하는 지도 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아무리 힘들게 산다고 해도,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대접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슬플 때가 종종 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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