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로켓 발사로 본 한국 미사일 주권 논란

 

사정거리 700~1,000km는 돼야 전쟁 억제 효과
주변국 자극 않으려면 300 km가 적정, 주장도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난 5일 세 번째 로켓을 발사했다. 이 로켓을 두고 북한은 우주공간에서의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 한 실험 통신 위성 ‘광명성 2호’라고 하지만, 미국·일본 등은 ‘광명성 2호의 탈을 쓴 대포동 2호’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사일 사거리 안에 들어 있는 일본과 미국의 대응도 거세게 일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한미 미사일협정’에서 제한하고 있는 탄도미사일 사정거리 300km를 최대 1,000km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한미 미사일협정’의 문제점과 우리 군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실태를 취재했다.


 

한때 ‘한미미사일양해각서’ 폐지 여론

 

 



▲ 백곰(현무1)

 


우리나라가 개발한 최초 장거리 지대지미사일은 ‘백곰(현무1)’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1979년에 개발한 미사일이다.

 

우리나라가 백곰 미사일 개발에 성공하자, 미국은 박정희 대통령에게 ‘사정거리 180km, 탄두중량 500kg 이상의 미사일은 개발하지 않는다’는 양해각서 체결을 요구했다. 그래야 우리나라 미사일 개발에 지원하겠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다 1993년, 북한이 사거리를 500km로 늘인 노동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하자 한국에서는 ‘한미 미사일양해각서’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때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사정거리 300km, 탄두중량 500kg까지의 미사일 개발을 허용하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 MTCR는 개발한 미사일을 수출하지 못하고, 사정거리 300km 탄두중량 500kg까지 미사일 개발 기술을 수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미국을 상대로 미사일 각서 폐지와 MTCR 가입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였고, 2001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은 이를 성사시켰다.


한편 MTCR은, 핵탄두의 최소 중량이 500kg이기 때문에 순항미사일 탄두중량을 500kg 이하로 규정하고 있지만 사거리에는 제약이 없다. 본래 순항미사일이 파괴할 수 있는 사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과연은 MTCR 가입 후 순항미사일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독수리(현무3)’를 만들기 시작했다.

 

 최초의 독수리는 사거리 500km, 탄두중량 500kg을 목표로 제작되었다.

 

한반도는 서울에서 제주까지의 직선거리가 400여km에 불과할 정도로 좁다.

 

 때문에 이 미사일은 서해 상공에서 수십 차례 회전비행하는 것으로 500여km를 채우고, 이어 목표물을 때리는 형태로 시험 비행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순항미사일 중심으로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순항미사일은 정확도가 높고 발사까지 시간이 짧게 걸린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유도탄 형태이기 때문에 중간에 목표를 정할 수도 있고, 심지어 날아가는 도중에 자폭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사거리가 비교적 짧고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단점이 있어, 요격당할 위험이 있다.


반면 북한이 개발하는 것은 탄도미사일로, 포물선을 그리며 목표물을 향하는 미사일이다. 이것은 속도가 빨라 요격이 어렵고, 상대적으로 많은 화약과 핵탄두까지 장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대기권 밖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한 나라를 건너 다른 나라를 공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료 주입부터 발사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발사가 오래 걸리고, 한번 발사하면 목표를 수정할 수 없으며, 정확도도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사정거리 확보로 침략 막아야”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우리도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늘려야 한다는 찬성론자는 “사정거리 300km의 미사일로는 중국이 동북공정이라는 역사침략에 이어 북한을 강점하는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이를 저지할 수 없다”며 한미 미사일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일본의 독도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미사일 사정거리 확보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독도해전이 벌어질 경우,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군사력을 갖고 있는 일본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잠수함의 수나, 한국군을 일본열도로 이동시킬 수송선, 미사일의 사정거리 및 보유량, 항공기의 수 등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가 열세라는 것.


이와 관련 국방시민연대(DCN, Defense Citizen Network) 조현상 편집장은 “중국이 동북공정으로 북한을 차지하려고 하는 것인데, 그러면 우리와 중국의 대립은 불가피하다. 또한 일본은 그들의 군사력을 믿고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현실로 봐서 우리는 미구에 더 강력한 군사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미사일 협정에 대해서도 지난 7일 김동성 한나라당 의원은 “현재 우리 미사일 전력은 총을 든 사람(북한)에 칼로 맞서는 격”이라고 주장하며 한미 미사일 협정 개정이 시급함을 주장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 또한 “한미 미사일협정에 대한 제약을 풀어 미사일 주권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우 국방연구원 국방현안연구위원장은 지난 9일 라디오를 통해 “북한이 이번에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준 만큼, 우리도 공격능력을 보완해서 억제해야 한다”고 밝히며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넣기 위해, 사정거리는 750km 정도가 적정하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군비경쟁으로 가는 것은 위험”


이상희 국방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확보하는 문제는 한미 군사동맹 관계와 MTCR 회원국으로서 미사일 운반체의 비확산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사일 등을 비확산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삼는 미국은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정거리 연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가 독자적으로 탄도미사일 개발에 나설 경우 미국과의 마찰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미사일 사정거리는 300km가 적정하다는 입장도 있다.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방송을 통해 “우리나라 미사일 능력은 북한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를 겨냥해서 미사일 사정거리를 늘린다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북한과 똑같이 해보겠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황진하 한나라당 제2정조위원장 또한 지난 6일 한 라디오를 통해 “한미 미사일 협정 개정 문제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한 바 있다.

 

 “MTCR이라는 국제 규범을 위반하는 것은 부담이 큰 사안이다. 대신 부족한 부분을 한미 연합전력 증강 등의 방법으로 우선 보완하고, 관련국들과 협조를 통해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평화테트워크 정욱식 대표도 “사거리 300km 미사일로도 함경북도 일부를 빼면 북한 후방 지역까지 사실상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안보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면 300km 사정거리가 적정하다”고 주장했다.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2004년 핵개발과 관련해 한국의 유엔안보리 회부가 논의된 적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북한이 로켓발사를 했다고 해서 국제사회가 한국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허용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사정거리만 보며 호들갑 떠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북한이 개발하는 핵탄두 제조와 연계되고 있다. 핵탄두가 소형화돼 미사일에 탑재되고 이것이 미국 본토까지 투하가 가능하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가 인정받게 돼 우리 정부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박정희 전 대통령

 

 

구상찬 박사가 전하는 ‘백곰’ 개발 비화
“전두환 대통령이 미사일 기술진 씨 말렸다”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이하 국과연) 창설 멤버 구상회(74) 박사. 로켓개발실장이던 구 박사는, 박정희 대통령이 친필로 ‘극비(極秘)’라고 쓰신 쪽지를 받았던 당시를 “황당했다”고 회상했다. 소총 하나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던 시절에 중거리 유도탄을 만들어 내라는 명령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덧셈 뺄셈도 못 하는 아이한테 미적분을 시키신 건데, 얼마나 황당했겠습니까?” 그래도 한 달여 만에 ‘백곰’을 성공시키지 않았냐고 물으니, 겸손한 자세로 답했다.


 “언론에서 확대해서 그렇게 대단하게 비춰지는데, 사실 그건 다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구 박사는 국과연 부소장직을 벗으면서 “기술 주권에 의한 자주국방의 기치를 내걸고 시작한 유도탄 연구·개발이 어떤 이유로도 중단되는 일이 없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2001년 MTRC 가입으로 인해 사실상 유도무기 개발이 어려운 실정이다. <뉴스포스트>는 구박사로부터 ▶최초 한국형 장거리 미사일 ‘백곰’ 개발에 얽힌 뒷얘기와 ▶역대 정권의 미사일 개발 비화를 들었다. 다음은 구 박사가 전한 비하인드 스토리.


“미국, 국방과학연구소 눈엣가시”

 


당시 우리나라 경제수준은 1억불 수출에 1,000불 소득이었으며 무기는 미국이 파는 것만 살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우리보다 10년 정도 무기 기술이 앞서 있던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대응할 수단이 없었다.

 

그래서 박정희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를 만들었다. 자주국방 능력이 있어야겠다는 취지였다. 박대통령은 극비리에 1·2·3 단계 유도탄 개발계획을 세웠다.

 

 미국 원조를 받지 않아도 살 수 있을 만큼 경제가 좋아진 한국의 유도탄 개발로 독자적인 군사력까지 갖게 될까봐 두려웠던 미국은, 국방과학연구소를 없애려고 온갖 노력을 했다.

 

 국과연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편입시키라고 노골적으로 압력을 넣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의지는 강력했다. 이에 미국은 차선책을 폈다. 사거리 제한을 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개발된 것이 백곰 미사일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자 전두환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유도탄 말살을 결정했고,  기술자들을 모두 숙청했다.

 

 만약 80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연구 개발을 지속시켰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강의 미사일 기술 보유국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후 아웅산 사건이 터지자 충격을 받은 전 대통령은 미사일 개발 지시를 내렸다.. 당시 우리나라는 올림픽을 앞두고 있었다. 북한은 올림픽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억지를 부렸다. 올림픽 중에 폭탄이라도 떨어질까 봐 겁났던 전 대통령은, 87년까지 평양을 목표로 한 현무를 개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모든 부품들을 국산으로 대체하면서 현무를 개발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박대통령 서거 후 핍박을 받은 유능한 기술진들이 대거 나라를 떠나거나 직업을 바꾼 때문이다.

 


 

“미사일 거리 늘리는 것은 필요”


미사일협정은 국익 문제와 관련되기 때문에 함부로 말하기가 곤란하다. 유도탄에는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이 있다.

 

 순항미사일은 값도 싸고 정확도도 커서 2,000km 떨어진 목표지점에 정확히 투하할 수 있다. 물론 핵무기를 사용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단점은 1,000km 이상 떨어진 곳에 떨어트리려면, 한 시간 이상을 준비해야만 한다.하지만 탄도미사일은 1,000km 이상 날아가려면 5분~10분 정도 준비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순항유도탄 개발에 시비를 걸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1,500km까지 갈 수 있는 순항미사일 개발까지 끝났다.

 

 2,000km 이상 가면 정확히 떨어질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 하지만 탄도미사일은 10,000km까지 갈 수 있으니까 제제를 하는 것이다. 이 문제 해결은 정치인들 몫이다. 나는 미국이 700~1,000km 미만에서 양보할 가능성이 있고 본다. 서울에서 동경과 북경까지 반경에 들기 때문에 미국에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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