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동네 수퍼 진출에 영세상인 ‘ 비명’

 

 

대형자본 골목 파고들자, 자영업자 눈물 호소
영세상인 보호 위해 정부와 의회의 노력 필요


 신세계 이마트가 SSM(Super Super Market)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13일 이마트는 동작구 상도동과 대방동, 송파구 가락동에 ‘이마트 에브리데이’ 점포를 내겠다고 발표했다. 슈퍼마켓 자영업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의 김경배 회장은 “대기업이 동네골목까지 진출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선진국의 유사한 사례를 살펴보고 대기업과 영세 수퍼마켓간 상생의 길은 없는지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봤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SSM사업이 주목을 끌고 있다.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가 SSM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이마트는 “동작구 상도동과 대방동, 송파구 가락동에 점포를 내서 ‘이마트 에브리데이’라는 이름으로 개장하겠다”고 전했다.
 이미 슈퍼마켓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경쟁업체는 이러한 발표를 어느 정도 예상한 분위기였다. 올해 초 신세계 유통연구소는 슈퍼마켓의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11.8%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GS슈퍼·롯데슈퍼 등의 슈퍼마켓 매출이 지난해 최대 50%까지 늘어난 것도 이마트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면 지난 3년간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성장률은 하락 추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해서 거리가 멀고 대량구매를 하게 되는 대형마트보다는 가까운 거리에서 소량구매를 할 수 있는 소규모매장으로 소비성향이 바뀌고 있는 점이 슈퍼마켓 매출 증가의 배경이다.
 대형마트 매출 1위 업체로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자체브랜드(PL)상품과 유통망을 보유한 이마트가 슈퍼마켓 사업에 진출한다면 동네상권에 큰 변화가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기업 슈퍼마켓 하나가 들어서면 반경 1km 이내의 일반 상점은 물론이고 채소가게, 정육점 등까지 초토화된다는 분석도 있어 동네상권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존 슈퍼마켓 자영업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김경배 회장은 “대기업 슈퍼마켓 하나가 하루 약 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면 100만원 전후의 소상공인 매장 20~30개가 문을 닫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정부가 추가경정예산까지 세워가며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대기업들이 골목 상권까지 싹쓸이하겠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처사”라고 분노했다.

 

 

 

 

유통시장 전면 개방 후 중소 점포 급감


 1996년 유통시장 전면 개방 이후 중소점포와 재래시장이 감소하고 대규모 점포는 급증하는 등 국내 유통산업의 구조가 바뀌었다. 특히 대형마트의 점포수와 매출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09년 말 4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대형 유통업체는 3000㎡ 이상 대형마트 입점에 대한 규제 논란을 피하기 위해 등록제의 제한이 없는 SSM의 형태로 동네 골목상권까지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SSM은 주로 1차 식품 및 생필품 등을 취급함으로서 중소매장 및 재래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와 관련 22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대형유통점 규제와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대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를 주최한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은 ‘대규모점포사업활동조정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의 주요내용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매장을 준대규모점포(SSM)로 규정하고 대규모점포의 적용범위를 “준대규모점포”까지 확대 ▲지자체장 소속하에 해당지역 중소 유통업자 및 주민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점포사업활동조정심의원회(이하 심의위원회) 설치 ▲종전에 개설이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던 “등록제”를 제한을 두고 허가하거나 아예 개설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는 “허가제”로 변경, 이때 심의위원회 심의 의무화 ▲인근지역 중소유통업의 균형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품목 제한 ▲중소유통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한 의무휴일일수 및 영업시간 제한 ▲명령 위반에 대한 영업정지 및 과태료, 개설허가 취소 등의 벌칙조항 신설 등이 있다.
 이 이원은 “대형할인점의 무차별적 시장잠식으로 기존의 재래시장, 지역 영세상권, 동네 소규모점포, 아파트 상가 등이 쓰나미 맞듯이 연쇄적으로 붕괴하고 있다”며 대형유통업체 규제에 관한 이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현재 SSM의 수는 GS슈퍼마켓 108개, 롯데슈퍼(한화슈퍼 포함) 115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136개 등 이른바 빅3업체의 점포가 359개이며 전국적으로 총 480여개에 달한다. 이마트마저 시장에 참여한다면 앞으로 업체 간 출점 경쟁이 심화돼 지금보다 훨씬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김경배 회장은 “SSM이 급속도로 증가한 반면 지난 3개월간 54만개의 소상공인 점포가 문을 닫는 등 경영상황이 최악”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대형마트에서 24시간동안 두부나 콩나물이 판매되는 곳은 아마 우리나라뿐일 것”이라며 현정책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또한 “17대 국회에서도 12개의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WTO 규정에 위배되는 규제로 인식되었고 정부에서도 반대의견 제시로 더 이상 논의 없이 협의가 종료되었다”며 이번 특별법은 반드시 제정될 것을 촉구하였다. 특별법의 WTO 규정 위반여부에 대해서도 “WTO 서비스협정은 회원국의 국가정책적 목표(national policy objective) 달성을 위한 자국 내 서비스공급 규제 및 신규 규제 도입 권리를 인정한다”며 “국내 규제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공평한 방식으로 시행되고 국내·외 기업에 대한 차별이 없다면 규제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답변했다. 다음 주 김 회장은 전국상인연합회 등 소상공인 단체, 시민단체 등과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각 정당에 대해서 “특별법에 관한 당론화를 촉구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내달 중으로 집단시위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근식 전국상인연합회 대형마트상생위원장도 이마트의 SSM진출 발표에 대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실종된 것”이라며 “현재 SSM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도 검토할 것”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또 “전일 매출액을 본사로 올려 보내 지역경제의 부를 고갈시키고 지역생산자의 판로를 위축시킨다. 고용자의 80% 이상이 저임금을 받는 불안정한 비정규직이다”라며 SSM의 지역경제 활성화 및 고용창출 효과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소상공인 및 재래시장의 생존권 문제

 

 


 대전경실련 이광진 사무처장은 “이 문제는 해묵은 논쟁”이라며 “정부관료는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으며 법안에 대해서도 무관심하고 소극적이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또한 “SSM이 과도한 경쟁을 한다면 중소상인의 몰락으로 실업대란이 이어질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지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사태로 인해 결국 소비자도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특별법에 대한 제정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16일 지자체인 부산시가 대기업 SSM의 무차별적인 진출을 규제하기 위해 '부산시 대규모점포 지역협력 촉진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산은 2000년 21개였던 SSM이 60개로 늘어난 상태다. 부산시가 시행할 조례의 내용은 ▲지역주민 고용 ▲지역 생산제품 일정비율 이상 구입·판매 ▲복지 및 인재양성 등 공익사업 참여를 통한 이익의 지역사회 환원 ▲청소 등 용역서비스업 위탁 시 지역업체 우선 선정 등 지역 기여에 관한 것이며 이 조항의 이행 실적을 민관협의체인 '유통업 상생발전협의회'를 통해 언론에 공개한다. 또한 대규모 유통업체의 교통유발부담금을 강화하고 도시계획 조례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시는 입법예고 등을 거쳐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역 기여‘에 대한 의무만으로는 SSM 진출을 규제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국회 입법 이후 강제성 있는 법집행이 뒷받침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이윤보 교수는 “SSM에 대한 규제는 중소상인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므로 경제논리만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 및 의회에서 접근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진단했다.

 


 

선진국의 대형마트 규제 어떻게?

 

일본의 사례


 1974년 대규모소매점포법(대점법)을 제정하여 도심에 300평 이상의 점포를 내려면 지역 중소상인의 허가를 받도록 했고 영업일수, 매장면적, 폐점시간 등을 제한했다. 하지만 90년대 초부터 불황을 겪는 과정에서 중소소매업 등 영세 자영업군이 내수 진작에 도움이 안 된다고 인식을 했으며 미국 유통기업의 규제 완화 요구로 1998년 대점법을 폐지했다. 이후 ‘대형점 대 중소점’에서 ‘중심시가지 대 교외’의 문제가 대두되어 2000년 신3법(대규모소매점포입지법, 중심시가지활성화법, 개정도시계획법)을 마련하였다. 이로써 규제는 완화하는 대신 경쟁력 있는 중소상인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수 있게 되었다. 대규모소매점포입지법을 통해 매장 면적 1천㎡ 이상의 대규모점포 개설 시 신고하도록 하고 그 절차를 규정하였다. 지방자치단체는 교통혼잡, 소음, 배기가스 등의 기준을 포함한 교통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해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한다. 또한 중소상인에게 상가 현대화, 경영자문, 물류시스템 개선사업 등을 지원하여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상인조합을 중심으로 공동 마일리지, 선불카드, POS(Point of sales)시스템, 공동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2006년 개정된 3법에서는 교외 규제의 강화, 중심시가지는 규제 완화를 통해 중심시가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즉 연면적 1만㎡이 넘는 대형점포의 교외 진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도시계획법 개정안을 확정하여 상업지역이나 근린상업지역, 준공업지역에 한정해 허용하였다. 대점법 폐지로 인하여 영업시간은 시장 및 마케팅 상황에 따라 자율 결정하고 있으며 다만 소음방지법에 의해 소음 방지를 위한 영업시간 제한은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기존의 경제적 규제에서 사회적 규제로 전환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사례


 미국은 조닝(Zoning)제도를 통해 출점 제한을 결정한다. 조닝제도란 교통 혼잡이나 소음 방지 등의 각종 환경보전을 목적으로 상업시설에 한해 부지와 건물의 용도와 부지 내의 건물의 위치·규모 등 개발과 토지 이용에 관한 전반적인 규제를 포함하는 제도이다. 이것은 1926년 미국 오하이오 주(州)의 유크리트 토지이용규제를 연방최고법원에서 합헌 판결함으로써 미국 전역에 확산되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각 주에 따라 상이하다. 어떤 주에서는 일본의 대규모소매점포법과 유사한 정도의 개발 및 출점을 규제하기도 한다. 조닝제도에 위반되지 않는 경우 자유로운 출점이 가능하며 운영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는 심사·조정기관을 통해 적용 제외, 고지, 특별허가 및 법적구속력을 결정한다.
 미국은 지방자치의 전통이 강해 특정 영업행위에 대한 각종 규제가 대부분 주 단위에서 입법·시행되고 있으며 연방정부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행해지는 규제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는 주 단위보다는 시·군 단위의 기초 자치단체(Local Municipality)에 의해 도입·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일부 지방도시에서 중소상인들의 상권 보호, 교통 체증 및 범죄 증가 등의 우려에 따라 대규모 유통단지의 진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자주 일어나고 있으며 특히 월마트 등의 신규 출점에 관련된 지역 주민과 해당 기업 간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연방정부나 주정부에서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는 할 수 없지만 기초 자치단체 차원에서 경우에 따라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일요일 영업을 제한하는 블루 로(Blue Law)를 시행하고 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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