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해 죽었다던 아들…알고 보니 아버지 손에 죽어

[뉴스포스트=백혜진 기자] 지난 13일 2살 난 아들의 시신을 쓰레기봉투에 넣어 유기한 비정한 아버지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아버지 정모(22)씨는 자신이 게임을 하는 동안 집에 혼자 놔둔 아들이 숨지자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 집에서 1.5㎞ 떨어진 한 빌라 앞 쓰레기장에 유기했다. 인면수심 범죄에 공분을 샀던 정씨는 경찰 조사결과 이후 더욱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아이를 방치해서 죽게 만든 것이 아니라 아버지인 정씨가 손으로 직접 아이를 살해한 것, 정씨는 “PC방 가야하는데 잠을 안자서 불만이 쌓였다”라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PC방에서 게임을 하느라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지난 13일 2살배기 아들을 숨지게 하고 쓰레기봉투에 넣어 유기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아버지 정모(22)씨가 경찰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 한 말이다.

경찰조사서 ‘오락가락’ 진술…결국 “아들 죽였다”

지난 2011년 12월 정씨는 PC방에서 근무하며, 함께 일하다 친해진 A(21)씨와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이후 이둘 사이에는 아이가 생겼다. 이들은 아들을 낳은 뒤 다음 해 혼인신고를 하고 경북 구미에서 터를 잡았다.

행복할 것 같았던 결혼 생활은 금세 무너졌다. 게임 중독에 빠진 정씨는 아이가 생긴 뒤에도 꾸준히 PC방에 출입했고, 대부분의 시간을 온라인 게임을 하느라 집안일을 돌보지 않았다. 심지어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

무책임한 가장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린 A씨는 정씨와 별거를 결심했고, 지난 2월 24일부터 별거에 들어갔다. 이들 사이에 생긴 아이는 정씨가 부모님과 함께 맡아 키우기로 했다. A씨가 정씨에게 별거를 요구하자, 정씨가 내세운 조건이었다.

A씨는 공장에 취직해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했고, 정씨는 아들과 단 둘이 생활을 했다.

그러나 정씨는 애 아빠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생활을 이어갔다. 별거가 시작된 당일부터 집을 PC방과 찜질방을 전전했으며, 생후 28개월에 불과한 아들은 철저히 방치됐다.

3월1일 정씨는 별거 3일 만에 집에 돌아와 아들에게 육개장과 된장찌개 등을 먹이고 다시 집을 나섰다. 정씨는 집을 나선 뒤 일주일간 단 한 번도 집을 찾지 않았다.

정씨는 3월7일 오후, 집에 돌아와 보니 아이의 쓰러진 채로 미동조차 않았다고 진술했다. 아이가 죽은 것. 하지만 정씨는 그대로 다시 집을 나섰고, 이후 24일 동안 집을 비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1일 다시 귀가한 정씨는 시신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자 담요로 시신을 싼 뒤 베란다에 방치했다.

그러던 정씨는 부동산중개소의 자신이 살던 전셋집을 내놨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집을 보러온 사람들이 시신을 목격할 것을 염려해 시체를 유기하기로 했다.

정씨는 결국 아들의 시신을 35일 간 아파트 베란다에 방치한 뒤, 지난 11일 밤 10시 범행을 감행했다. 담요로 싼 아이의 시신을 100ℓ짜리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었고, 집에서 불과 1.5km 떨어진 빌라 앞 쓰레기장에 유기했다.

이 과정에서 별거 중이던 부인 A씨는 정씨에게 전화로 아들의 안부를 물었으나 정씨는 "아는 누나 집에 맡겼다"는 등의 거짓말로 둘러댔다. 하지만 부인의 계속되는 질문에 "동대구역에서 아들과 함께 노숙을 하던 중에 잃어버렸다“고 무마했다. 이에 A씨는 대구동부경찰서에 실종신고를 내 본격적인 조사가 착수됐다.

조사과정에서 지하철역 인근 CCTV를 확인했으나, 정씨나 아들이 찍히지 않아 이를 토대로 경찰이 추궁하자 정씨는 "구미대교에서 아들과 함께 투신자살을 하려 했는데 나만 헤엄쳐서 빠져 나왔다"고 계속해서 진술을 바꿨다.

오락가락하는 모습에 경찰은 정씨를 집중 추궁했고 결국 정씨는 “자신이 아들을 방치해 숨졌고, 쓰레기봉투에 넣어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게임중독, 사이코 패스 의혹…전문가 “반사회성 인격장애”

지난 16일 대구 동부 경찰서에서는 숨진 아이의 아버지인 정씨가 “아이를 자신의 손으로 살해했다”며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밝혔다.

최근 칠곡, 울산, 대전 등 각 지역에서 아동학대 문제가 이슈화된 가운데, 2살난 아이가 게임 중독 아버지의 손에 살해된 것으로 드러나자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당초 알려진 것처럼 한 달이 넘게 집에 방치돼 숨진 게 아니었다. 정 씨는 지난달 7일, 아이에게 된장찌개 등 음식을 먹인 뒤 게임을 하러 나가려 했으나, 아이가 잠을 자지 않자 아이를 질식사시켰다.

살해하기 전에는 아들의 몸을 수차례 때린 것도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정씨는 아들이 잠을 자지 않고 귀찮게 한다는 이유로 배를 3차례 때리고 손바닥으로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했다.

이후 정씨는 아들의 시신을 집 안에 방치하고 여관 등에서 생활했다. 20여 일 뒤인 지난달 31일 쯤 집에 들어온 정 씨는 부패한 아이의 시신을 이불로 싸 베란다에 뒀다가 지난 11일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유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정황은 아이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위에서 50cc 정도의 음식물이 확인되자 경찰이 정씨를 추궁했고 정씨는 결국 범행 일체를 자백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부검 결과와 정 씨의 자백을 토대로 정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칠곡·울산 등 아동학대치사 사건이 큰 이슈가 된 가운데 사건에도 숨진 아동을 학대한 흔적이 있는지 부검을 통해 면밀히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씨가 아들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이 찍힌 CCTV 화면이 보도되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신이 들어간 쓰레기봉투를 비닐백에 담은 정씨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머리를 매만진다거나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을 유지해가는 모습에서 일말의 죄책감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씨는 사건 수사 초기에 거짓 진술을 하는 등 계속해서 자기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여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찰의 추궁에 결국 자신의 범행을 자백한 모습이라든지, 자신의 잘못을 현재 반성하고 있는 태도를 미뤄 봤을 때, “사이코 패스로 단정 짓기에는 어렵다”고 추측했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한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의 표창원 소장은 “CCTV 앞에서의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한 것은 CCTV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의심받지 않기 위해 한 행동일 수 있다”며, “의심받을 수 있겠다는 불안감, 두려움, 이런 것의 발로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씨는 이번 사건 외에도 절도 등의 전과 3범으로 알려져 있어 반사회성 인격장애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게임하러 가야 하는데”라는 진술로 인해 직접적인 살해 동기가 ‘게임중독이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 ‘게임 과몰입 상태’로 진단했다.

표 소장은 “아기가 운다는 것이 직접적인 분노를 촉발시킨 요인으로 보인다”며, 아이가 우는 상태에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살해를 저지른 행동 이면에는 게임과는 상관없이 본인 스스로가 아동기 학대를 당했거나 자신에 대한 열등감, 사회 부적응, 분노, 불만, 이런 것들이 상당히 강하게 잠재된 상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동학대의 그늘 ‘잘못된 父情’ 곳곳에서 드러나

최근에는 아버지가 15살 난 친딸이 가정불화를 이유로 가출하자, 1m의 목검과 주먹으로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버지 강모(39)씨는 올해 1월 초 전남 강진에서 천안으로 이사 오면서 새 아내를 집으로 맞아들였고 그 이후로 딸은 자주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강씨는 2월 15일 가출한 딸을 천안역에서 데려온 뒤 천안시 봉명동 집에서 오전 5시부터 2시간 동안 훈계하다가 격분해 목검과 주먹으로 반복해 때렸다.

그러나 강 씨는 경찰에서 “딸이 욕실 세면대에 물을 채워 머리를 집어넣는 등 자해해 일단 재웠다”며 “오전 10시경 몸이 차가워져 동네 주민 차를 얻어 타고 병원으로 갔다”고 거짓진술했다.

당시 경찰은 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강씨가 “딸을 때리긴 했지만 훈육 수준이었고, 생명에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며 범행을 부인했고 다른 증거가 불충분해 기각됐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 결과를 받아본 결과, 딸이 폭행으로 인해 근육 등에서 광범위하게 출혈이 발생한 사실이 확인되며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조사 결과 딸은 종아리 허벅지 등이 시커멓게 멍들고 엉덩이의 일부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때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머리와 얼굴, 가슴, 복부 등의 상처와 멍은 주먹으로 맞아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딸은 병원 도착 당시 이미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1시간 만에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표 소장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인식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에 대해 자녀가 잘못을 한다면 교육을 위해서 ‘몽동이로 때려도 된다’는 인식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모습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보건 복지부 설립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 80%가 친부모 인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또한, 상황이나 여건 등 준비가 되지 않은 부모의 증가도 원인으로 꼽혔다. 더욱 큰 문제는 부모가 아동 시절에 학대당한 경험을 했던 경우 또는 알코올 중독이나 다른 정신적 장애 등을 앓고 있는 경우도 원인으로 뒤를 이었다.

최근 아동학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며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처벌이 약하기 때문에 아동학대가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 자체가 약하다는 것이다. 아동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에도 ‘상해치사’ 혹은 ‘폭행치사’라는 명칭으로 양형 기준이 낮다보니, 가중처벌을 해봐야 12년에 불구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아동학대 처벌이 강화되어야한다는 여론이 더욱 커지며 아동학대 신고 의무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관련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예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지난 15일 서울 청계천로 여성가족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조윤선 장관과 아동학대 전문가 간담회에서 이호균 한국아동권리모니터링센터 전 센터장은 “제도는 어느 정도 마련이 됐는데 실제 변화로 이어져야 하는 게 관건”이라며 “전문인력 배치나 인프라 확대 같은 시스템 보강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인식의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표 소장은 “처벌이 강하다하더라도 계속해서 아동 학대를 하는 경우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처벌을 40% 정도라고 봤을 때, 나머지 60% 정도는 예방이라고 봐야 되겠다”라며, “많은 부모들에 대한 예방 교육, 그리고 가벼운 학대를 한 부모에 대해서 재학대를 방지할 수 있는 교육, 그리고 신고 의무자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이런 부분들에 대한 사회적 투자도 매우 중요하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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