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설 모락모락 …LG家 대통 잇나

 

-구광모씨 (주) LG 4대 주주 올라 재계 주목
-LG그룹 관계자 “경영권 승계는 시기상조”


 



▲ 구광모
LG 家 4대 장손인 구광모(31)씨의 (주)LG 주식 대거 매입이 재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 LG그룹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는 것도 아닌데 단순히 지분을 늘렸다고 해서 경영권 승계의 연장선상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구광모씨는 몇 년 사이 (주)LG 지분을 급속도로 늘려오고 있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포석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편 구본무 회장이 구광모씨를 양자로 입적한지 4년이 흘렀음에도 아직 공식적인 후계 발표를 하지 않고 있어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3월 13일 구본무 회장은 (주)LG 주식 15만주를 매입했고 구본무 회장의 아들 구광모씨는 14만8,000주를 매입했다.
이들 부자의 지분매입은 구 회장의 여동생인 구미정씨의 지분 매각을 통해 이루어졌다.  같은 날인 3월 13일 구미정씨는 구 회장 부자가 사들인 주식 수와 똑같은 29만8,000주를 매도했다.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된 후 2004년 이후 구광모 씨의 (주)LG지분은 이같은 방식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케이블럭스’라 불리는 이같은 거래방식은 주로 친족들간에 가격 제한 폭을 미리 정해 놓고 가격을 합의한 가운데 대량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방식이다.


광모씨는 지난 2007년에도 장내거래를 통해 (주)LG주식 8만2,000주를 매입한 바 있다. 광모씨가 주식을 매입한 같은 날, 광모씨와 5촌간인 이혜정씨와 이욱진씨 남매가 각각 4만9,000주와 3만3,000주를 장내 매도한 것을 구광모씨가 그대로 매입했다.


이 거래를 통해 광모씨의 지분율은 당시 4.36%에서 4.58%로 늘어났다.

 

 

2004년 구본무 회장 양자로 입적

 



▲ 구본무 회장

2004년 당시 구광모씨의 지분율은 불과 1.63%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6월 10일 기준으로 구본무 회장은 1,828만6,169주인 10.6%로 늘어났고 구광모 씨 역시 지난해 말 790만5,715주를 보유해 4.58%였던 지분이 올해엔 805만3,715주 4.67%로 늘어난 상태다. 불과 4년만에 구광모씨의 지분율이 세 배나 오른 것이다. 구본무 회장의 지분율 10.6%,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의 지분 7.58%,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지분율 5.01%에 이어 4대 주주 자리에 올라선 것. 여기에 생부인 구본능 회장의 지분율 5.02%를 합치면 9.69%까지 늘어나 구본무 회장 다음의 2대 주주 위치까지 격상된다. 그리고 삼촌인 구본준 부회장보다는 2% 가량 앞서 있게 된다. 이에 대해 LG 관계자는 “개인 차원에서 매도한 것을 경영권 방어차원에서 매수한 것일 뿐이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구광모씨는 2004년 11월 가족회의를 통해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됐다. 구본무 회장은 슬하에 연경, 연수 두 딸이 있으나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LG가의 전통에 따라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 광모씨를 양자로 입양했다. 구본무씨의 친 아들인 구원모씨는 1994년 고등학생이었을 때 해외유학 중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광모씨의 직책은 현재 LG전자 과장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나 정의선 기아차 사장처럼 공식적으로 그룹 후계자로 지목된 것은 아니며 아직까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한 번도 없다.


광모씨는 고교 졸업 이듬해 곧바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구씨가 다닌 곳은 뉴욕주 로체스터시티의 로체스터 공과대학교였다. 그곳에서 정보통신학을 전공한 광모씨는 국내 IT솔루션 회사에서 3년간 산업특례 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이후 구씨는 LG에서 1년 정도 근무하다가 지난해 MBA 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포스트> 와 전화 통화한 LG 관계자는 “귀국 시기는 아직 미정”이라고 답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후계자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자질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경영전반에 대한 이론적인 토대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본무 회장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재계 관계자는 “섣불리 경영 전반에 나섰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삼성 이재용 전무나 현대차 정의선 사장의 경우에도 초기에 자질 논란을 빚은 바 있지 않은가. 따라서 서둘러 후계자로 선정되는 것보다 그룹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LG 총수 일가 합심해 구광모 지분 몰아주기

 

한편 구광모씨의 주식보유액은 5,165억8,000만원으로 재벌2세 주식 부호 중 5위에 랭크됐다.
재계 관계자들은 구광모씨의 가장 큰 수입원이 주식배당금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주)LG지분 4.67% 외에도 LG상사 지분 1.52%, LG이노텍 지분 0.35%를 보유하고 있다. 2008년에는 (주)LG와 LG상사의 지분을 보유해 얻은 배당금만 해도 59억원에 달한다.


특히 LG이노텍은 구광모씨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회사로서 지난해 7월 24일 상장됐을 때 종가는 4만4,200원이었지만 올해 2월 19일에는 6만5,000원으로 주가가 뛰어올라 상당한 평가차익을 구광모씨에게 남겨 줬다. LG이노텍은 매출액의 60% 이상이 LG전자와의 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회사이다.


LG그룹은 LG패션, E1, LB, 범한, 아워홈, 엑사이엔씨, 예스코, 한국SMT, 희성그룹 등 방대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 중 상당수의 계열사들은 LG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특히 구광모씨의 생부인 구본능씨가 경영하는 희성그룹은 주력 기업인 희성전자가 주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구 LG필립스LCD)에 납품하면서 매출을 올리고 있는 회사이다. 희성그룹의 매출은 3조원을 넘지만 출자총액제한 대상에 포함된 적은 한 번도 없다.


한편 2007년 8월 구광모씨가 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의 지분 5만5,000주를 추가 매입할 당시 소요된 자금이 희성전자 주식을 팔아 마련한 자금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비상장사인 희성전자 주식을 사준 사람들은 LG에서 분리해 나간 허씨 일가로 밝혀졌다.


구광모씨가 보유 지분 전량인 15%를 매각했고 이 지분을 허정수 GS네오텍 사장이 10%,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이 5%씩 각각 매입한 것. 매매대금은 최소 852억6,000여만원에서 최대 1,321억5,000만원 사이로 추산됐다.


일각에서는 허씨들이 경영권을 얻을 수도 있는 것도 아니고 비상장사여서 환매하기도 어려운 희성전자 주식을 선뜻 매입해준 배경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희성전자의 2004년~2007년까지 기말 배당금을 보면 액면가의 50∼100%를 배당받았으며 중간 배당금도 최대 600%(2004년)까지 지급되는 등 배당 성향이 매우 높아 허씨 일가에게도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었던 거래로 보고 있다.

 

 

구본준 부회장과의 역학관계도 변수

 



▲ 구본준 부회장

LG가 후계구도와 관련, 구본무 회장의 동생 구본준 부회장과 구광모 씨와의 역학관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LG그룹 주변에서는 구광모씨가 아직 30대 초반의 나이라 그룹경영의 중심에 서 있는 구본준 부회장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나돈다.


현재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은 구본무 회장에 이어 LG의 2대 주주로서 1,307만9,448주인 7.5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분 상승률만을 보면 구광모씨 입양 시점인 4년 전과 비교해 볼 때 구본준 부회장의 지분율은 4년 전 6.64%에서 불과 1%밖에 늘지 않아 대조를 이루는 상황이다.


하지만 구본준 회장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나 넷째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이 일찌감치 분가한 것과 달리 아버지 구자경 명예회장 밑에서 꾸준히 그룹의 핵심경영을 맡아 왔다. 그는 미국 시카고대 대학원에서 MBA를 마쳤으며 미국 AT&T와 한국개발연구원을 거쳤다. 1986년 금성반도체에 입사한 이후 20년간 LG전자와 LG화학, LG필립스LCD 등 전자·화학분야에서 재직하면서 실무 경험을 쌓아 왔다. 지난 2006년 12월에는 LG필립스 LCD의 실적부진 때문에 대표 이사직을 내놓아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99년 10월 LG필립스LCD의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된 그는 2005년 대형 LCD 시장점유율 22.0%로 세계 1위를 기록하며 회사를 세계 IT업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시키는 등 승승장구 해왔다. 그러나 경쟁사들의 설비 증설과 대형 LCD TV시장의 부진으로 코너에 몰리기도 했다. LCD패널 판가 하락이 당초 예상을 넘어섰고, 수요는 예상보다 부진해 결국 대표이사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몰린 것.


LG디스플레이는 2006년 4분기 매출액이 전분기 대비 19.5% 감소해 1,56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일각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적자가 구광모씨의 후계 구도를 굳힌 계기가 됐다는 얘기도 있다.

 

 

후계체제 위해 미리 세대 교체 단행

 

한편 구본무 회장은 지난 연말 조준호 LG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발탁하는 등 과감한 세대교체형 인사를 단행했다.   


조 부사장은 강유식 LG대표이사 부회장과 남용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등 세대교체를 이룰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구 회장의 '가정교사'로 불리는 강 부회장이나 구자경 명예회장의 비서를 지낸 남 부회장을 견제하면서 구광모 체제에 대비할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조 부사장은 (주)LG를 비롯해 LG이노텍과 LG CNS, LG생명과학 등 계열사의 사내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LG이노텍은 구본무-광모 부자 등 총수일가 일원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LG마이크론과의 합병작업이 진행 중이다. 또 LG CNS 역시 증권가에서 상장 소문이 끊이지 않는 회사로 (주)LG가 지분 82.67%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들 회사들의 합병이나 상장작업을 통해 구본무 회장 일가와 (주)LG와 LG전자에 큰 차익을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계는 구광모씨의 지주사 지분율 상승 속도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것을 놓고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일환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승계작업에 당장 가속을 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 내에서도 구광모씨가 유학을 끝내고 돌아오는 시점이 후계자로 첫 발걸음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벌2세 주식 부호 1위 신동빈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가장 많은 주식지분을 보유한 재벌 2세로 꼽혔다.


재벌닷컴이 지난 6월 5일 상장사 대주주의 주식지분 가치를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신동빈 부회장이 1월 2일 상장사 종가 기준 대비 11.1%가 증가한 1조1,383억2,000만원으로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인물로 나타났다.


2위는 신 부회장의 형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1조945억원으로 동생의 뒤를 이었다. 이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이 1조121억7,000만원으로 3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구광모 LG전자 과장이 각각 7,292억1,000만원, 5,165억8,000만원으로 그 다음이다. 또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연초보다 21.1%가 증가한 4,781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가치가 1조원 이상인 재벌 2세는 3명이며 1,000억원 이상은 30명으로 집계됐다.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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