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까지 기억” …얼마나 찐했기에?

‘공연음란죄’ 적용 놓고 법조계 의견 분분
업주 “신촌 카페에서 힌트, 돈벌것 같았다”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순위 1위를 차지했던 ‘청담동클럽 사진’ 사건 이후, 지난달 30일 고객들이 노골적으로 성행위를 하고 이를 구경하는 ‘테마클럽’이 등장했다는 보도가 봇물을 이루었다. 이와 함께 최근 강남·청담 등 번화가에서 변태적인 유사성행위를 거리낌 없이 하는 클럽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파문을 일으킨 클럽의 업주는 입건됐지만, 경찰은 “실제 연인들이 자발적으로 찾아간 것이기 때문에 처벌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뉴스포스트>는 파문을 일으킨 강남의 음란클럽을 찾아가보았다.

 

문제를 일으킨 업소인 강남의 <클럽디자이어>를 찾아간 것은 지난 1일.  퇴폐업소들이 밀집해 있는 골목에 작은 간판이 보였지만, 영업은 하지 않고 있었다. 업주가 경찰에 입건되면서부터 문을 닫은 것. 혐의는 식품위생법 위반(영업장 면적을 무단으로 넓히고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서 주점영업을 한 혐의)이었다.


지난달 19일에 개업했다는 이 클럽은,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인지 주변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이 클럽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인터넷 누리꾼을 통해 알아보는 게 오히려 더 자세할 정도. 클럽 측은 파문이 된 직후 언론을 통해 “7월부터 다양하게 홍보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확실치 않다.


업게 업주는 경찰 수사에 대해서도 대응 논리를 밝혔다. “개업하기 전 변호사와 법무사 등을 통해 법리 검토를 마쳤다. 아무 대중이나 볼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공연음란죄 적용은 힘들다는 유권 해석을 얻었다.  식품위생법상 영업장 준수사항 관련도 손님이 처벌되어야 업주의 방조가 처벌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음을 밝혔다. 그래서 “경찰이 실제로 단속을 나오면 그대로 응할 생각이고, 법적으로 문제가 되면 오늘 당장이라도 클럽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말했던 것.


주로 연인·부부 등 실제 연인들이 쌍을 지어 찾는다는 이곳에서 고객들은 실제 성행위 등 적나라한 애정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룹섹스나 스와핑(swapping, 서로 상대를 바꿔 성관계를 가지는 것) 등의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이 클럽은 한 성인 사이트 게시판에 홍보 글을 올리며,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에 한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해왔다. 홍보 글은 “미국·유럽·일본 등지에서 성행하는 ‘보이어리즘(voyeurism, 관음)&엑서비셔니즘(exhibitionism, 노출) 클럽’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성에 대한 어떤 금기도 금기시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또한 한 포털사이트의 성인카페에 올린 홍보글에는 “관전과 노출을 위한 오프라인 클럽. 클럽디자이어에서 최고의 추억을 만들어 가세요”라고며 전화번호를 남기는 적극성도 띄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각종 언론에서 이 클럽에 도덕적 문제가 있음이 보도된 후 <클럽디자이어>라는 이름으로 운영돼 왔던 홈페이지는 전면 폐쇄됐다. 볼수 있는 게시물은 ‘공지사항’ 하나. 그 게시물에는 “언론에 소개된 것처럼 난교와 스와핑이 이루어지는 곳이 아닙니다. 섹스와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라며 안심하고 방문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때문에 지금은 삭제되고 없지만 <클럽디자이어> 실태가 언론에 보도되기 전, ‘방문 후기’ 게시판에 있던 글들도 충격을 주고 있다.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몇 가지 충격들이 있는데, 이곳의 방문도 그런 것 같다. 중독성이 너무 강할 것 같아 걱정이다”는 글을 포함해 “옆 테이블 연인들이 애정행각을 지켜보면서 연인과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너무너무 좋은 이색적인 추억이었다” “무덤에까지 기억에 남을 듯 좋은 추억이었다”고 회상하는 글들이 많았던 것. 주말 저녁에 이 클럽을 이용했다는 한 이용자는 “우리 커플을 맞이해준 클럽 관계자가 ‘이곳은 금기를 깨는 곳이니 아무 부담 없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편히 즐기라’고 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커플이 옆 테이블에 앉았는데, 잠시 어색함이 흐르더니 이윽고 아무렇지 않게 애정공세를 펼쳤다. 서로 최고의 수위를 선보이며 즐겼다”며 “서로 구경하면서 즐겼는데 아주 미치고 환장하는 줄 알았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법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커플을 위해 운영자가 손수 남긴 글도 있었다. “그간 3명의 변호사와 1명의 법무사를 만나 본 결과 현재 실정법으로는 특별히 단속할 근거가 없다. 이들은 이곳이 밀폐된 공간인 데다 고용한 종업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제재를 가할 수는 없다고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는 글이 그것.

 

특히 노래방과 비디오방에서의 음란행위와 풍기문란 등과 관련해서는 “이미 대법원이 10년 전에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도 있다”며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음을 적극 해명했다.


이 클럽의 문을 연 30대 후반의 업주 김모 씨는 처음 <클럽디자이너> 고발 기사를 접한 후 “이런 곳도 다 있구나”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세히 읽다보니 우리 클럽 기사인 걸 알게 됐다. 기사는 과장된 부분이 많다”고 밝히며 부킹과 동석 등을 막고 있어서 절대 음란행위가 있을 리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그러나 기사화된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퇴근한 후 있었던 일이어서 뭐라 말할 수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커플테마클럽’을 구상한 것에 있어서도 “서울 홍대와 신촌 근처에 어깨 높이의 커튼이 설치된 커플클럽을 보고 사업적으로 다가갔다”고 밝혔다. 커튼과 칸막이 등을 없애고 엿보기와 보여주기 등 관음을 가능하게 만들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공연음란죄 해당 안돼


그러나 경찰은 “담당 경찰서에 단속을 위한 법리 검토를 하도록 지시했으나현행법상 연인 간 성행위에 대해 공연음란죄나 성매매방지특별법 등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인허가 관련법이나 식품위생법 등 다른 법 조항을 검토해 단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 것.


업주가 종업원을 고용해서 성매매 시킨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성매매특별법을 적용할 수 없고, 공연성 없이 특정인을 상대로 벌이는 음란행위이기 때문에 공연음란죄를 적용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는 “판단하기 난감한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완전한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공연음란죄로 손님을 처벌하기 어렵고 ‘과다노출’ 정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현행법과 별개로 장소를 제공한 업주 처벌 조항을 신설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연세대 법대 전지연 교수는 “밀폐된 공간이라도 10여명이 볼 수 있다면 공연으로 봐야한다. 다른 손님들이 성행위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공연음란죄는 보는 사람의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후 이와 같은 유사성행위를 부추겼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의 집중단속으로 성매매집결지는 어느 정도 근절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성매매 음성화를 부추겼다는 뜻이다. 성매매 당사자 처벌에 중점을 두었던 기존 법과 달리, 강요에 의한 피해 여성의 사법적 책임을 덜어주고 알선 업주와 성매수자 처벌수위를 높인 것이 성매매특별법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클럽디자이어>와 같은 변형된 방법으로 유사성행위를 유도하는 업체가 많다. 보도방 업자들이 대리운전을 가장해 성매매 하거나 야외자동차극장, 인터넷, 보도방, 티켓 다방, 휴게텔, 나체쇼를 일삼는 식이다.


이와 관련 경찰 범죄예방 관계자는 “경찰이 정부의 근절대책이 나올 때 마다 되풀이되는 ‘보여주기 식’ 성매매집결지 단속보다 더욱 세밀하고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앞으로 집장촌 윤락여성의 자활위주의 정책에 집중하고 대신 주택가까지 파고든 변형 성매매 업소와 유흥업소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병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법원의 유사성행위 사범에 대한 법리해석 기준도 명확해져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유는 성매매특별법이 구강·항문 등 그 밖의 신체일부도 도구로 규정해 유사성행위 규율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일부지법에서 손을 이용한 서비스 제공을 유사성행위로 간주할 경우 가벼운 신체접촉마저 유사성행위로 확대 해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동안 이러한 유사성행위 문제에 관심 갖고 있었다는 이모(26·남) 씨는 “경찰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이 난감해 해야 할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법의 흠결과 판례의 태도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입법권자들과 판사들이라는 뜻으로 “입법권자인 국회의원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판사들은 공연성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공연성의 재해석 없이 처벌하기 위해서는 특정인들을 상대로 음란행위를 한다 해도 그 행위가 지속적으로 행해지고 그 특정인이 계속 증가한다면 ‘특정 소수인’으로 볼 수 없다는 증가이론이라도 만들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클럽디자이너> 처벌 수위 주목
2000년 고속도로 성기노출 남성 ‘유죄’
    

대법원의 ‘공연음란죄’에 대한 가장 최근 판례는 2006년 요구르트 제품 홍보 이벤트 사건. S우유사가 인사동 한 화랑에서 시민과 기자 수십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먹어도 되고 몸에 발라도 되는 요구르트’ 홍보를 위해 알몸의 여성 누드모델 3명을 출연, 분무기로 요구르트를 몸에 서로 뿌리고 관람객에게 요구르트를 던져주는 등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음란한 행위’를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하며 성적 흥분을 유발·수치심을 자극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그 행위가 반드시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성적인 의도를 표출한 것이 아니라도 음란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2000년 고속도로에서 승용차를 부수며 행패를 부리다 이를 제지하는 경찰관에 대항해 다수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알몸으로 성기를 노출한 남성, 1996년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녀 연기자가 완전 나체 상태로 성교나 자위행위 장면을 보여준 연극 관계자에게도 유죄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음란성은 행위자의 주관적 의사가 아닌 행위 자체로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대법원의 판례를 이번 사안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지 여부는 아직 논란이 되고 있다. ‘공연음란죄’ 관련 형법은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5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여기서 ‘공연’은 불특정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 부부나 연인 간이라도 타인의 눈에 띄는 장소에서의 행위는 공연한 음란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사건이 법정까지 가게 된다면 공연성 판단의 유무죄를 논하는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이와 함께 ‘성매매특별법’과 ‘풍속영업 규제’에 관한 법률도 음란클럽에 대한 단속· 처벌을 위한 법적 근거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클럽디자이어>에서는 회원들 간 성매매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판단될 경우 성매매특별법 적용은 어렵다는 시각이다.


또한 풍속영업 규제에 관한 법률 또한 ‘풍속영업소에서 음란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알선 또는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조항을 적용하려면, 먼저 <클럽디자이어>가 식품접객업소나 숙박업소 등에 속하는지의 여부부터 판단해야 한다.


한편, 최근 음란성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이 과거와 다른 것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대법원은 올 3월 여종업원에게 성적 행위를 시킨 유흥주점 운영자에게 유죄로 판결 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하면서 “음란이란 개념은 사회와 시대적 변화에 따라 유동적이고 개인의 사생활이나 행복추구권과 깊이 연관된 문제로 국가의 형벌권이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에 적절한 분야가 아니다”라고 판시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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