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 SK “우리가 남이가”

이 전 회장, 고 최종현 회장과 각별, 3세도 이어져
삼성 차세대 단말기와 SK네트워크 협력 강화될 듯


4세대 통신기술과 관련한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협력관계가 강화될 것인지에 대해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K 최태원 회장이 수원 삼성공장을 전격 방문, 삼성 이재용 전무와 회동을 가진 것. 이 자리에서 삼성측은 ‘넷북’을 위시한 삼성전자의 차세대 단말기 등을 최태원 회장에게 소개했으며 최 회장은 이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SK 역시 롱텀 에볼루션을 차세대 주력 네트워크로 선정한 상태라 이들 양사 수장들간의 논의가 어느 정도 진전됐을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SK텔레콤과 통신부문에서 단말기, 장비할 것 없이 협력관계에 놓여 있다.


삼성은 최근 휴대전화나 넷북 등 차세대 단말기와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LTE(Long Term Evolution) 장비개발에 주력해 왔다.


SK텔레콤 역시 자체 개발 중인 모바일 플랫폼 모블린을 비롯해 앱스토어 등 모바일인터넷 관련 비즈니스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단말기 업체인 삼성전자와의 협력이 꼭 필요한 상황.

그동안 휴대폰 공급 측면에서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스마트폰 ‘T옴니아’를 비롯한 전략 휴대폰을 SK텔레콤측에 단독 또는 우선 공급해 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하반기 전략상품으로 내놓을 스마트폰 ‘T옴니아 2’를 SK텔레콤에 단독 공급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홍보관을 찾아 전시된 제품을 둘러보고 이재용 전무를 만난 최태원 회장은 삼성의 차세대 단말기와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롱텀에버루션 장비와 옴니아2에도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간 동안 진행된 브리핑에서 삼성전자 완제품(DMC) 부문을 총괄하는 최지성 사장이 최태원 회장에게 현황을 설명했으며 이 자리에는 SK텔레콤 정만원 사장도 배석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그동안 LTE 단말은 물론이고 네트워크 장비분야에서 세계기술 표준화 추세에 발맞춰 개발을 진행해 왔다. 따라서 와이브로를 전면에 내세우고는 있지만 실상은 LTE 부문에도 상당한 기술 노하우를 축적해 놓은 상태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에 4세대 이동통신 기술로서 와이브로와 LTE를 병행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최근 LTE를 차세대 주력 네트워크로 선정한 상태이므로 어떻게든 삼성과 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이 만남은 협력 필요성을 놓고 공감대를 만드는 자리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경쟁사인 KT와 LG텔레콤의 단말 소싱력 강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KT는 물론이고 SK텔레콤의 애플 아이폰 도입 추진과 LG전자의 사업자 공세를 눈여겨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LTE와 같은 중장기 비전 외에도 단기적 휴대폰 공급 이슈가 이들간의 회동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이에 대해 삼성과 SK측은 이번 만남이 일상적이었다며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 회장은 이공계 출신이라 평소에 첨단기술이나 신제품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이번 최 회장 일행의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방문이나 삼성전자 경영진과의 만남이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SK 관계자도 “일상적인 만남이었으며 특별한 비즈니스를 위해 삼성전자 경영진을 만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계 차세대 리더, 순위 다퉈

 

한편 올 들어 비슷한 나이 또래의 재계 2,3세 경영인들이 부쩍 경영일선에 나서는 행보가 두드러지면서 이들은 선의의 경쟁자이면서 동시에 동반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 언론이 오피니언 리더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재계에서 가장 주목되는 차세대 리더로 최태원 SK그룹 회장(37%)을 꼽았다. 2위는 28%의 지지를 얻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이다.


이재용 전무는 아직까지 경영능력을 검증받지 못한 반면 최태원 회장은 일정 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최회장은 취임 이래 사업구조를 내수에서 수출로 전환하여 글로벌 그룹으로의 성장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1998년 8조3,000억원에 불과했던 그룹의 총 수출액을 지난해 말 26조원으로 3배 가량 늘렸으며 그룹자산도 1998년 32조원에서 지난해 7월말 72조원으로 40조원 가량 증가시켰다.


최 회장은 또 지난해 지주사 전환과 함께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를 확립하여 투명경영을 실현한 것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취임 10돌을 맞아 울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예고없이 참석한 임직원들을 향해 큰 절을 올려 전·현직 임직원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최 회장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 SK그룹은 분식회계 건으로 최태원 회장이 구속되고, SK네트웍스는 채권단공동관리 워크아웃을 받는 등 절대절명의 위기를 겪었다. 이후에도 어려움은 계속됐다.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최 회장의 리더십은 또 한 차례 위기에 직면했다. 외국투기자본인 소버린은 ‘1조5,000억원대의 분식회계’로 주주에게 피해를 끼쳤다며 최 회장의 도덕성을 물고 늘어지며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표대결까지 가면서 SK그룹은 40년 역사상 최대 위기를 맞았고 가업을 지켜야 하는 최 회장의 리더십은 시험대에 올랐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SK분식회계와 소버린 사태로 인해 힘들고 어려운 시기가 왔을 때 그룹의 회장으로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걱정됐지만 전·현직 임직원 여러분 모두의 도움 덕분이라 생각하는 마음에 절을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글로벌 행보도 두드러진다.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는 ‘한국의 밤’ 행사를 개최했고 중국 보아오포럼에서 한국 기업인으로 유일하게 참여하여 민간경제외교를 펼쳤다. 또 지난해 말에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를 단독 후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60대 이상 회장이 대부분인 국내 경영풍토에서 몸을 낮춰왔던 40대 후반의 최 회장이 최근 영향력을 키우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삼성 이재용 전무는 아직까지 부친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할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해외 순환근무’를 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글로벌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올 들어서는 매월 한 차례씩 해외시장을 돌고 있는 등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를 제외한 전역을 이미 돌았다. 국내외 거물급 인사들과의 만남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초에는 태국 방콕의 만찬장에서 콜린 파월 전 미국무장관을 만났으며 앨 고어 부통령과도 국내에서 단독 회동했다. 두 사람은 배석자 없이 1시간 정도 글로벌 금융위기 대처 방안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올 2월에는 미국으로 넘어가 팀 쿡 애플 최고 책임자를 만났다. 팀 쿡은 와병중인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를 대신해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또 랠프 델라 베가 AT&T 모바일 부문 CEO도 만나고 국제 스포츠계 거물인 피터 위버로스 미국 올림픽위원회 위원장도 만났다. 러시아 등 독립국가연합 출장길에는 최지성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 부문 사장과 현지 거래처를 방문하고 임직원들과 면담했다. 일본 출장시에는 이윤우 부회장과 함께 소니사와 도시바, KDDI 등 주요 협력업체와 ‘닌텐도’사를 방문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 전무는 특히 해외 출장 때 차세대 성장 동력을 갖춘 첨단 기술을 눈여겨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고베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업체인 아사히글라스와 고베 근처 도쿠시마의 LED업체인 니치아화학 등을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7월 7일부터 12일까지는 미국 아이다호에서 열린 선밸리 컨퍼런스에 참석하여  AT&T, MS, HP, 소니 등 주요 글로벌기업 대표들과 함께 글로벌 시장 트렌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무는 2002년부터 삼성 대표로 선밸리 컨프런스에 참여해 왔다. 삼성 관계자는 “이 전무가 선밸리 컨퍼런스에 참가하는 주요 글로벌 기업 대표들과 잇따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승지원(承志園)은 요즘…

 

최태원 회장의 삼성전자 공장 방문의 의미는 한마디로 ‘협력 강화’를 뜻한다. 사적인 만남이었다면 회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만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재벌 총수를 포함한 VIP와의 사적 만남 장소는 거의 ‘승지원’에서 이루어진다. 과거에도 국내 재벌그룹 총수들은 종종 승지원을 찾아가 이건희 회장과 현안을 논의했다.


한남동 하이야트 호텔에서 도보로 7~8분 거리에 위치한 승지원은 대지 300평, 건평 100평에 본관과 부속 건물 등 총 2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승지원은 이병철 선대 회장이 살았던 집으로 1987년 이 회장 사후에 이건희 회장이 물려받아 현재의 형태로 개조했으며, 선친의 유지를 잇는다는 뜻에서 옥호도 ‘승지원(承志園)’으로 이름지었다.


1층 한옥 건물로 된 본관은 이 회장의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쓰이고 양옥 형태의 부속 건물은 상주 요원들의 근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한옥 건물은 경복궁 복원을 주도했던 국내 최고 궁궐 건축가인 신응수 대목장이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수년 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교외에 있는 빌 게이츠의 저택을 모델로 삼아 승지원을 리모델링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외형상 전통한옥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건물 내부에는 삼성의 기술력이 종합된 최첨단 디지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외부인사가 개인정보를 담은 핀을 옷깃에 꽂고 들어서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과 향기가 흘러나온다.


또 지하 집무실에는 각종 위성통신장비와 팩시밀리 등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고 홈네트워크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 저명인사들을 맞는데 지장이 없다.


이 회장은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 일렉트릭 회장(2001년)과 주바치 료지 소니 사장(2005년), 제임스 호튼 미국 코닝 회장(2006년) 등 글로벌 CEO들과 IOC 위원 등 국빈대우를 받는 주요 귀빈들을 이곳에서 맞았다.

 

 삼성인들 사이에서는 승지원을 ‘삼성의 메카’로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그룹의 주요한 의사 결정이 이곳에서 이뤄져온 때문이다. 이런 승지원이 요즘 조용하다. 이는 이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탓도 있지만 삼성특검을 전후해 굵직한 재판이 걸려 있어 외부의 불필요한 이목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희>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