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동지가 내일은 적

 

-LG그룹“인수계획 없지만 자료는 검토 중” 
-GS건설, “20%가 LG 물량이라 무시 못해”
 




▲ 구본무 회장

GS그룹과 LG그룹 안팎에서 미묘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2004년 GS 허씨와 LG 구씨가 계열분리하면서 맺은 신사협정이 깨지는 파열음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 특히 건설업 부문에서 무한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GS, LS, LIG 등 범 LG가문이 잇따라 건설업에 진출한 데 비해 LG그룹은 아직 변변한 건설사를 갖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대우건설과 관련해 LG의 인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만약 LG가 대우건설을 인수하게 되면 GS 건설과의 맞대결은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신사협정이 지난 7월 1일로 끝났기 때문에 서로가 이해관계를 넘어 이제는 경쟁관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GS가의 신사협정을 먼저 파기한 쪽은 GS그룹이다.
GS그룹이 무역업체인 쌍용을 최근 인수하면서 LG와 GS간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LG그룹의 불편한 심기가 과연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가 관심거리다.


그룹내에 주력 건설사가 없는 LG로서는 대우건설 인수로 인해 시너지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20일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LG측이 대우건설 인수관련 자료를 이미 받아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해 그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최근 LG쪽에서 대우건설 관련 기본적인 자료들을 요청해 이를 제공했다”면서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대우건설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LG 측 반응은 한마디로 “아니오”다.

 

LG그룹 대우건설 인수설 파다

<뉴스포스트>와 통화한  LG홍보실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구본무 회장은 제3차 민관합동회의 직후 대우건설과 하이닉스 인수 계획에 대해 ‘그럴 자금이 없다. 주력사업만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LG가 대우건설을 인수하지 않더라도 자회사인 서브원을 통해 건설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서브원의 사업 정관에는 건설업이 포함돼 있다.

 

 서브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건설업 진출을 고심하고는 있지만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 중”이라며 “지금도 LG그룹내 공장, 사무실, 건물 등에 대한 리모델링 사업을 하거나 대리점 인테리어 공사 등의 소규모 사업은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서브원이 감리 등의 업무를 시작하면서 이와 관련된 컨설팅을 몇 차례 받았는데 그게 와전돼서 건설업 진출 얘기가 나온 것”이라며 “건설업체 인수나 건설사업 진출은 검토조차 한적 없다”고 부인했다.



▲ GS 허창수 회장

하지만 LG그룹은 ‘건설’과 관련된 인터넷 도메인도 미리 확보해 두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LG그룹은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건설업(Engineering&Constuction)’을 나타낼 때 쓰는 영문 ‘ec’와 ‘enc’를 조합해 만든 인터넷 도메인 2개와 한글 도메인 1개를 갖고 있다.


이중 가장 오래된 것은 지난 1999년 만들어진 도메인 ‘lgenc.co.kr’로 지난 2007년 4월 소유권이 갱신돼 오는 10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다른 하나는 ‘lgec.com’로 지난 3월 갱신을 완료해 2010년까지 소유권을 확보한 상태다. 한글 도메인은 ‘lg건설.kr’로 지난 2007년 4월 소유권이 갱신돼 오는 11월 사용 만료를 앞두고 있다.


LG 관계자는 “LG건설 관련 도메인을 갖고 있는 것은 실제로 사용하려 하기 보다는 나중에 비싼 값에 소유권을 되팔기 위해 미리 도메인을 확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브랜드 관리차원에서 도메인의 소유권을 미리 확보해 둔 것일 뿐 다른 목적이나 의미는 없다”며 “현재 소유권이 확보된 도메인의 권리를 포기할 이유가 딱히 없어 그냥 갖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LG그룹 공사의 상당 부분을 맡아온 GS건설측도 상황 파악에 나섰다.


GS건설 관계자는 “구 회장이 공개적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는데 실제  LG의 움직임은 의외”라며 당혹감을 표시했다.


만약 LG그룹의 건설업 진출소식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GS그룹의 계열사인 GS건설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GS건설은 2008년 매출액 6조8,000억원 가운데 20% 가량인 1조2,000억원을 LG그룹 계열사 물량으로 확보했다. 하지만 GS건설은 아직까진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LIG건설이 반도체 공장을 지을 수 있겠느냐”면서 “규모나 시공능력 면에서 아직 차이가 크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LG와 GS는 건설, 종합상사 등 기존 사업영역 외에도 태양광, 2차전지 등 신수종 사업에서도 대결을 피해나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LG화학, GS칼텍스 등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2차전지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사업분야를 집중 육성하면서 사업영역이 중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LIG·LS 등 방계 그룹도 건설업 진출

 



▲ LG창업주 구인회 회장

LG그룹의 방계 가문인 구본상씨가 진출한 LIG건영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LIG손해보험 최대주주이기도 한 구본상씨가 2006년 5월 중견건설사인 건영을 인수한 것이다. LIG건영은 새 아파트 브랜드인 LIGA를 선보이고 해외시장에도 진출한 데 이어 최근 LIG건설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종합건설업체로의 도약의지를 분명히 하고 나섰다.


LIG측은 “1999년 LG그룹에서 분리했기 때문에 같은 업종에서 경쟁하지 않는다는 약정의 구속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LG그룹에서 발주하는 물량을 놓고 GS와 언제든지 경쟁할 수 있다는 얘기다. <뉴스포스트>와 통화한 LG관계자는 “LIG는 이미 우리 그룹이 아니다”며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구본상 대표는 보험영업만으로는 수익모델 창출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건설사 진출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구본상 대표는 LG 고 구인회 창업주의 첫째 동생인 고 구철회씨의 장손이다. 부친인 구자원 전 LIG손보 명예회장은 LIG손보 2대 주주이며 구자훈 LIG손보 회장은 구 대표의 삼촌이다. 구본무 LG 회장은 구본상 대표의 6촌형이다.


LS그룹도 한성피씨건설을 신설하며 건설업에 새롭게 진출했다.
LS그룹이 건설회사를 만든 이유는 ‘신규사업’ 개척을 위한 것이다. LS그룹은 2003년 LG에서 계열분리된 직후 LG전선 그룹이었다. 2005년 3월에 LS그룹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LS전선, LS산전, LS니꼬동제련, E1, 예스코 등 전선 및 에너지 전문그룹으로 건설부문과는 거리가 먼 회사였지만 건설사를 새롭게 만든 것이다.


지난 4월초 한성이 물적 분할을 통해 한성피씨건설이라는 건설회사를 신설했다.
한성은 2003년에 법정관리를 마친 후 LS그룹의 구태회 명예회장의 4남인 구자철 회장이 인수했던 부동산 시행업체다. LS그룹 계열의 예스코가 구자철 회장으로부터 보유 주식 65%를 인수하면서 업계에 알려졌다.


한성피씨건설은 충남 아산에 지점을 두고 해외건설 및 주택건설업까지 사업목적으로 기재하는 등 종합건설회사의 초기 형태로 출범했으나 소규모 건설업체로 출발한 뒤 불과 4개월만에 그룹 지원으로 자본금을 수백억원대로 키우고 있다. 한성이 한성피씨건설 유상증자에 100억원을 납입하는가 하면 그룹 자체적으로도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한편 LS그룹의 건설업 진출은 사업범위가 GS건설 및 LIG건설과 겹쳐 우려를 더하고 있다. LG그룹 입장에서 보면 계열사들의 중복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LS그룹 관계자는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구씨, 허씨 ‘가문의 신사협정’ 깨지나

 

창업 1세대인 구인회 회장과 허만정씨에서 시작된 두 그룹의 인연은 오랜 세월 함께 해 왔다.


형제나 친구간이라고 해도 동업을 하면 결국 의를 상하게 되거나 갈라지게 마련인데 구씨 가문과 허씨 가문은 이같은 세인의 편견을 과감히 깨뜨렸다. 동업자의 길을 반세기 넘게 함께 한 것이다.


이같은 끈끈한 동업자 정신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9년부터이다.  2004년 7월 1일. 이 두 가문은 마침내 창업주들이 투자한 지분율에 따라 구씨 65%, 허씨 35%의 비율로 재산분배 및 계열분리를 하고 57년 동안의 동업관계를 청산했다.


이때 LG는 LG디스플레이, LG텔레콤, LG전자, LG파워콤, LG화학, LG데이콤 등 정보기술사업에 주력하기로 하고 GS는 GS건설, GS칼텍스, GS홈쇼핑 등 에너지·유통 서비스 회사로 전문성을 키우기로 약속했다.


물론 두 그룹이 맺은 협정이라는 것 자체가 문서로 명문화된 것은 아니다. 구 회장과 허 회장 일가가 지난 반세기 동안의 동업과정에서 쌓아놓은 ‘신뢰’를 바탕으로 해서 한 약속 내지 묵계에 불과한 것이다. 정확히 신사협정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지지 않아 단정 짓기는 어렵다. 대내외적으로 알려진 5년일 경우 신사협정 기한은 지난 7월 1일로 이미 끝나 이제 서로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됐다.


최근 흘러나오는 신사협정 파기설에 대해 두 그룹 모두 이를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LG와 GS가 스스로 사업영역을 옥죄는 현재의 신사협정을 언젠가는 파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동업정신이 과거보다 느슨해질 수밖에 없고 기업이 글로벌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문 주력분야에서의 특화된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사업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인 만큼 영역간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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