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업체 ‘막말·가혹행위·부당노동’ 의혹...임원 연봉100억 호사

▲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공익제보 직원 해고, 직원 임금 떠넘기기 의혹
동반성장 3년연속 꼴찌, 임원 4명 연봉 100억 호사
실적 감소 불구, 로열티 급증 본사 퍼주기 급급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지난 4일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대학생들 앞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강조하며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나눔과 기여’의 가치를 실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말과는 달리 국내 대표 유통업체 중 하나인 홈플러스는 나눔과 기여와 관련해 최근 기업들에게 가장 요구되고 있는 ‘상생’이라는 점에서는 여전히 낙제점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동안 줄곧 지적돼 왔던 열악한 비정규직 근로환경 문제와 수없이 사회적 논란이 돼 왔던 ‘갑질 횡포’ 구설에 휩싸이면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오명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직원들은 아직도 거리에서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고 입점업체 등 을의 위치에 있는 이들의 피해 호소도 계속되면서 이승한 회장과 도성환 사장 등 경영진들의 도덕성과 경영능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언론을 통해 대구 성서점에서 근무했던 한 입점업체 직원의 기가막힌 이야기가 전해졌다.

홈플러스 대구 성서점은 대구시민들이 지역에서도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곳 하나로 꼽을 만큼 대구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이 곳에서 홈플러스 직원이 입점업체 직원을 상대로 수시로 냉동창고에 감금하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협박을 가하는 등 인격모독과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계속되는 ‘횡포’ 입점직원 눈물만

대구 홈플러스 성서점에 입점한 A업체 소속 판매직원이었던 이모(56.여)씨가 홈플러스로부터 취업방해와 강제노동, 부당노동행위 등을 당했다며 대구서부 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이투데이> 9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11년 근무 당시 수산물 파트 선임 K씨(32.남)로부터 가혹행위와 욕설, 소속업체의 입점 취소 협박 등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씨가 털어놓은 K씨의 냉동창고 감금 행위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씨에 따르면 K씨는 항상 입점업체 직원들에게 직영업무(홈플러스 매장업무) 우선 원칙을 강조, 지시한 일을 다하지 못할 경우 이씨를 수산물을 보관해 놓은 냉동창고에 감금해 왔다는 것이다.

냉동창고에서 K씨는 이씨에게 치욕적인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비슷한 가혹 행위가 다른 입점업체 직원 뿐 아니라 아르바이트 학생에게도 이루어졌다 것이 이씨의 주장이다.

이 씨는 입점업체 일만으로도 바쁘지만 냉동창고 감금을 모면하기 위해 출근 두시간 전부터 일과를 시작했고 직영일을 마치지 못하면 퇴근이 1~2시간 늦어지는 건 일수였다.

자연스럽게 노동시간은 계약된 것보다 3~4시간이 넘어섰다.

K씨의 특정 직원에게 습관적으로 모욕적인 막말과 반말을 일삼았다고 전해졌다.

홈플러스 직원들의 일 또한 입점업체 직원들의 몫이였다. 김이나 미역 등 수산물 유통기한 확인 작업도 모두 입점업체 직원들이 맡아서 해왔다.

심지어 K씨는 ‘오전 7시까지 출근해 2시간 동안 입점업체 일을 하라고 오전 9시부터는 직영 일을 하라’는 지침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직영업무 강제 지시가 홈플러스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심지어 K씨는 홈플러스 입점업체 직원들에게 일주일에 2건씩 훼밀리 카드 계약을 따오라고 강요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카드 계약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이 역시 냉동창고 감금 등 가혹행위가 가해지기도 했다.

결국 이씨는 지난 5월 입점업체 매장이 철수되면서 직장을 잃었다. 재취업을 위해 동네 작은 마트에서 일하기로 확답을 들었지만 며칠 후 다시 안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를 알고보니 점장이 홈플러스 출신이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홈플러스가 취업 방해를 했다며 이전 가혹행위와 함께 대구서부 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이 씨의 주장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뉴스포스트>와의 전화통화에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홈플러스 측은 “진정서를 제출한 입점업체 직원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수 없어 피해 주장을 들을 수 없었지만 성서점에 확인해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홈플러스 측은 “노동부에 진정서가 들어가 있는 만큼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 사진=뉴시스
성희롱 제보 직원, 도리어 해고

이와 유사한 홈플러스의 ‘갑 횡포’ 논란은 불과 얼마 전에도 불거진 바 있다. 대구 성서점과 그리 멀지 않은 대구 칠곡점에서 ‘성희롱 민원’을 제기한 매장직원을 해고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2월 홈플러스가 간부직원의 성희롱 등 내부 비리를 제보한 임대매장 직원을 강제해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홈플러스 등에 따르면 대구 칠곡점이 임대를 준 여성의류매장에 1년여 간 근무한 C(45·여)씨는 8일자로 퇴직했다. 매장 대표가 평소 근무태도를 문제삼으며 해고를 통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C씨 측은 억울해 했다. 관리 책임자인 홈플러스 간부직원의 지속적인 성희롱 등을 참지못해 명절 직전에 문제를 제기했고 그 과정에서 보복성으로 강제해고를 당했다는 것.

C씨는 의류매장을 관리하는 홈플러스 정직원인 S(43) 과장이 수차례에 걸쳐 C씨 등 자신이 관할하는 매장의 60여 명 직원들에게 반말과 욕설뿐 아니라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C씨는 간부직원의 성희롱과 욕설이 계속됐지만 해고 등 불이익을 우려해 속앓이만 하다 가족에게 그런 내용을 하소연했다.

결국 명절을 며칠 앞둔 지난달 25일 C씨 가족이 익명으로 홈플러스본사에 전화로 관련내용을 제보하고 진상조사와 함께 징계 등 조치를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자신의 해고 통지였다.

C씨의 매장주가 ‘C씨가 혼자 욕설을 하는 것을 보고 불쾌했다는 민원이 고객홈페이지에 올랐다’며 평소 근무태도를 문제삼았다.

하지만 C씨는 “매장대표는 당초 처음 면담에서 홈플러스 직원이 시간을 정해주며 퇴직을 안시키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해 어쩔수 없었다고 말했다"며 홈플러스의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C씨는 무엇보다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방지에 앞장서야 될 사람들이 민감한 내용을 제보한 민원인의 신상을 보호하기는 커녕 이해당사자에게 신분을 밝힌 점에 분노하고 있다.

특히 “민감한 성희롱 건에 대해 정작 당사자 조사는 한번도 하지 않고 겨우 몇 명의 회사직원만 형식적으로 조사했다는 게 말이 되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에도 홈플러스 측은 “문제가 된 발언은 서비스교육을 할 때 사례를 들면서 한 것”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또 “임대매장의 해고문제는 법적으로 홈플러스측이 아무런 권한이 없어 전혀 별개의 내용”이라고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납품업체에 대한 갑 횡포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가 품질관리를 이유로 납품업체에 관리직원을 파견하고, 월급 일부를 납품업체 측에 부담케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4월부터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신선 식품 업체에 품질 관리직원을 파견하고 있다.

물류센터에서 해오던 품질관리를 앞으로는 납품업체에서 직접 하겠다며, 전체 400여 납품업체 중 20곳을 선정해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회사 경영을 감시당하는 셈이지만, 납품업체들은 홈플러스의 결정이라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홈플러스는 파견직원의 한 달 급여 200만 원 중 절반을 파견 나간 납품업체에서 부담하도록 한 의혹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직원의 인건비를 파견업체에 부담시키는 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상황이다.

▲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홈플러스 비정규직 ‘절박한 호소’

입점업체들의 부당노동 행위 의혹이 제기되는 사이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거리로 나와 ‘생활권 보장’을 외치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북수원 홈플러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활임금 보장과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민노총 서비스연맹 홈플러스 노조는 이날 “홈플러스 영업이익은 몇 년 동안 수십 배 증가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100만원도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난달 회사 설립 이후 진행된 첫 임금교섭에서 사측이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아 결렬됐다”며 “회사는 사정이 어렵다고만 하는데 지난해 임원 4명의 연봉은 100억원에 이른다”고 꼬집었다.

또 “그런데도 사측은 동종업계와 비슷한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는 논리를 펴면서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상은 비슷한 매출을 올리는 이마트에 비해 20% 적은 인력을 투입하는 등 강도 높은 노동을 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노조 부위원장에 따르면 홈플러스 2만여명의 노동자 중 75%에 해당하는 1만5000여명이 1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 비정규직이다.

또 근로자들의 복지문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직원들이 병가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며 “사측에서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정해 병가를 제한하거나, 연차로 대체할 것을 유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홈플러스 노조는 이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 절차가 끝나는 대로 전국 단위의 파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홈플러스 노조는 서울과 인천, 부산 등 전국 7곳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 현실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근로환경을 두고 벌여온 홈플러스 노사간 갈등은 올 초에도 불거진 바 있다. 올해 초 홈플러스 노조의 0.5시간 계약제 폐지 총파업을 선언했다.

당시 노조는 홈플러스가 30분 단위로 계약을 하면서 연장 수당 없이 8시간 넘게 일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매년 133억 원 규모의 임금 체불이 발생해 왔으며 그 부수입은 오너의 주머니로 들어갔을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후 노사가 0.5시간 계약제 폐지에 합의하면서 갈등은 가라앉았으나 홈플러스의 노사간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경영 실적 부진에도 본사 퍼주기 ‘심각’

이승한 회장과 도성환 사장 등 경영진이 ‘상생’을 부르짖고 있지만 말과 다른 행태가 이어지면서 홈플러스는 정부로부터 3년 연속 동반성장지수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도성환 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려나가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해놓고는 해외에선 “향후 10년간 국내에서 5000개 매장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해 ‘상생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상생과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실적 또한 곤두박질 치고 있다.

올해 2월 결산법인인 홈플러스는 지난 결산기(2013년 3월~2014년 2월)에 매출액 7조3255억원, 영업이익 2510억원, 순이익 463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기보다 3.38%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23.77% 줄었다. 순이익 역시 5.38% 감소했다.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은 2년 연속 20% 이상 감소했다. 지난 2012년 3월부터 2013년 2월까지의 결산기에도 영업이익이 22.39% 줄었다. 2년새 영업이익이 무려 40%나 줄어든 셈이다.
회사측은 의무 휴무 등 영업규제 영향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경쟁사인 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2.04%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실적은 악화되고 있는데 영국 테스코 본사에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는 급증했다. 홈플러스는 올해 2월 기준 감사보고서에서 테스코에 616억1700만원의 로열티를 지불했다. 전기에 30억1300만원을 지불한 것을 감안하면 약 20배 늘어난 것이다.

회사측은 “기존에 한국 홈플러스의 매출액 대비 로열티가 0.05% 정도로 1~2% 정도인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낮았다”며 “이에 영국 국세청이 테스코에 문제 제기를 하면서 로열티가 정상화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도 대표가 취임과 로열티 상승 시기가 맞물리면서 더욱 논란이 불거졌다.

계속되는 갑질 횡포,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비정규직 직원에 대한 열악한 근무환경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내부 투자에 대한 노력보다는 해외 본사에 이익을 먼저 챙기는 듯한 행태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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