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방석은 헛소문이었나?

 

KBO "환율 탓에 우리도 적자봤다“
선수협 “KBO 23억 경비 못믿겠다”

 

2009 CJ마구마구 프로야구가 시즌 막바지로 들면서 열기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 시즌 WBC(World Baseball Classic)준우승을 발판삼아 역대 최다관중이라는 흥행대박을 눈앞에 두고 있다. 흥행대박의 도화선이 됐던 WBC 준우승이 시즌 막판 포상금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다.

 

 

KBO와 프로야구 선수협회가 포상금을 둘러싸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KBO는 지난 4월10일 이사 간담회에서 ‘대회 수입금에서 경비를 제외한 금액을 포상금으로 지급하겠다’며 기존 대표팀 운영 포상금 규정에 변화를 줬다. 경비가 늘어나면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포상금은 줄어드는 규정인데 이후 KBO가 지출한 내용이 무려 2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회 경비에 대한 논쟁이 커지고 있다. 기존 대표팀 운영 포상금 규정에 따르면 WBC에서 4강 이상 시 10억원, 우승 또는 준우승시에는 별도 제정하기로 돼있다.


최근 KBO는 WBC 준우승을 이끌었던 대표팀 선수들의 포상금으로 1인당 약 32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WBC 준우승으로 ‘돈방석에 오를 것’이라는 수많은 언론 보도와는 거리가 큰 금액이다. 대표팀 선수들과 선수협은 "이해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반발하며, 포상금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권시형 선수협 사무총장은 “전지훈련을 떠나는 하와이행 편도티켓과 하와이 체제비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WBC조직위원회에서 비용을 댔다. 그런데 KBO가 23억원을 썼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라고 KBO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14일 오전 서울에서 대책회의를 열었다. 국내에서 뛰고 있는 당시 WBC 대표팀 멤버 26명 가운데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11명을 제외한 15명의 선수들이 참석했다. 권 사무총장은 "포상금과 관련해 선수들 사이의 재토론을 통해 의견을 취합했고, KBO에 공문을 발송하기로 했다"고 회의 결과를 밝혔다. KBO에 보낼 공문에는 ▲유영구 KBO총재, 강승규 대한야구협회장, 8개구단 사장단 등의 체제비와 멕시코 단체 외유에 들어간 비용 등 KBO의 지출 23억에 대한 납득할 만한 자료 요청 ▲2002년 명문화된 KBO규약 대표팀 관련 규정을 일방적으로 백지화시킨 것에 대한 무효 요구 등이 실렸다.

 

KBO “돈이 붕 떴다” 주장

 

KBO는 이번 포상금을 원칙대로 썼고 선수들에게 많은 비율의 돈이 지급됐음을 밝히고 있다. KBO관계자는 “준우승 상금으로 200만 달러가 KBO에 입금되었고 WBC 수익금의 9%인 100만 달러는 아직 입금되지 않았다. WBC조항에 따르면 상금의 50%만 선수단에 지급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상금 200만 달러의 50%인 100만 달러에서 세금 28만 달러를 제외한 72만 달러를 선수들에게 지급하다 보니 3200만원이 됐다. 코칭스태프 몫도 72만 달러에 들어가야 하지만 선수들에게 더 많은 돈을 주기 위해 코칭스태프에겐 돈을 따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그 외 200만 달러(상금+수익금 9%)는 선수들에게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상금은 원래 협회 몫인데다 하와이 전지훈련을 비롯한 제반 경비로만 23억 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원래 상금이 경비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KBO는 무슨 돈으로 경비를 지급하나. 우리도 빚지고 경비를 지급한 것이다. 출전비와 수익금을 받아도 적자다”라고 밝혔다.

 

 23억원 경비에 대해 “먼저 전지훈련 당시 환율이 1600원 이었고 지금 환율은 1200원이다. 쓸 땐 환율이 높아 쓰는 비용이 많이 들었다. 상금을 받을 땐 나라가 잘 살아 환율이 떨어진 상태에서 돈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적은 돈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돈이 가운데서 붕 뜬 것이다. 선수들은 많이 억울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 부분을 KBO에 항의할 수는 없다”며 “또 하와이에서 쓴 것 뿐 아니라 선수들 비자 받는 비용, 하와이 전지훈련장 답사 비용 등 전지훈련 외에도 많은 곳에 돈이 들었다. 그런 부분 역시 경비로 충당해야 되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선수들 먹는 것을 부실하게 줄 수는 없지 않겠느냐”라고 토로했다. 또 “선수들 대부분이 KBO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 조만간 선수들에게 포상금이 지급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8개 구단 사장단 등의 체제비와 멕시코 단체 외유에 들어간 비용에 대해 관계자는 “8개 구단 사장단은 가기 싫다고 해도 꼭 동행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20명이 넘는 인원이 가서 쓴 총 비용이 2억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멕시코에 다녀온 것을 트집 잡는데 센디에이고에서 멕시코는 국경이 없어 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다. 거기서 점심을 먹었는데 그 비용이 샌디에이고에서 먹는 점심값보다 쌌다. 골프도 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선수협의 요청대로 경비 내역 공개를 하겠냐는 질문에 “우리에겐 내역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 공개할 이유가 없으므로 공개할 필요도 없다. 구단이 요구하면 내역을 공개할 수 있다. 선수들은 구단에 요청해야 내역을 알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선수협 행보 주목

 

선수협의 권시형 사무총장은 일단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선수협의 관계자는 “KBO에 16일까지 답을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KBO의 대답을 듣고 17일 이후에나 언론에 입장을 표명할 것이다. 만약 공문에 대한 KBO의 답변이 없거나 늦어질 경우, 대표팀 선수들이 재차 모여 후속대책을 논의하면서 빠른 시간 내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전했다. KBO의 입장이 확고해 앞으로 두 기관의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선수협이 어떻게 대응할지 선수협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WBC 대표팀 출신으로 선수협의 집행부를 맡고 있는 몇몇 선수들과 접촉을 시도했다. 선수들은 각 구단 관계자들을 통해 포상금 문제에 자신의 의견이 언론에 드러나는 것이 꺼려진다고 밝혔다. 김인식 당시 대표팀 감독은 포상금 문제에 대해 “포상금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자세한 내막을 알게 되면 그 때 얘기 할 것이다. 선수들이 이런 문제를 가지고 감독과 의논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KBO의 확고한 태도에 선수협과 선수들이 어떻게 대응할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결국 대표선수들의 향후 행동에 따라 KBO-선수협에서 구단-선수로 전선이 번져, 내상은 더 커질 수 있다. 진흙탕 속 형국으로 치달아 WBC 준우승 영광에 얼룩이 질 수 있다. 그렇다고 직접 건질 실익은 보이지 않는다. 이번 시즌 흥행대박으로 한국야구가 도약하고 있는 이 때 KBO, 선수협, 대표팀 선수간 갈등이 소탐대실이 되지 않을지 많은 야구팬들은 우려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