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페 <천지산악회>

 

매년 ‘청소 산행’ 통해 자연사랑 실천
봄, 가을  두 번 초보 교육 산행 실시

  

 

본격적인 가을산행의 계절이 돌아왔다. 주말 아침이면 지하철역에서 커다란 가방과 화려한 색의 등산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올 가을엔 비온 날이 적어 단풍이 더욱 곱게 물들 거라고 하니 등산객들의 걸음은 더욱 바빠질 예정이다. 그러나 초보 산악인들은 선뜻 산행을 나가기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장비구입부터 교통, 경비, 어느 산을 갈 것인지 결정하는 것조차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은 있으나 선뜻 등산객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는 이런 초보 등산객에게 초보 교육 산행을 실시하는 인터넷 카페가 있다. 바로 네이버 카페 <천지산악회>이다.

 


<천지산악회>는 2004년 2월에 개설되었다. 현재 회원은 3,300여명. 이종성씨가 2대 매니저로 활동 중이다. 천지산악회를 오픈한 계기는 초보 등산객을 위한 카페의 필요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산악회는 운영진이 모든 산행 및 일정을 주관하고 이끌지만 초보가 따라다니기에는 사실상 어려움이 많다. 이러한 어려움을 ‘직접 해결하고 초보끼리 산행을 할 수 없을까’ 라는 고민 끝에 만들어진 카페가 바로 <천지산악회>이다.

 

<천지산악회>는 자율 카페이므로 정모 같은 것은 따로 하지 않는다. 모든 산행은 회원이 주관하며 회원끼리 모여서 산행을 즐긴다. 다만 운영진은 등산객이 더럽힌 산하를 깨끗이 청소하는 산행을 매년 주관한다.
매니저 이종성씨는 활동하면서 가장 기뻤던 때로 청소산행을 꼽았다. 가랑비가 흩뿌리는 상황에서도 청소산행을 하겠다고 우비까지 챙겨 입고 나오는 수많은 회원을 보면서 ‘참 좋은 카페에서 좋은 분들과 함께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 곳의 공지 글 마지막은 항상 기타 사항으로 ‘천지인산악회는 1회용품 사용을 자제합니다’라는 문구가 끝을 맺는다. 카페글을 통해서도 회원들이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비는 현장에서 갹출


매년 봄, 가을에는 초보 교육 산행이 이뤄진다. 2004년 오픈 한 이래 벌써 5회를 넘었으며  10주 연속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제 막 등산에 입문하는 초보 등산객이 쉽게 산을 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회원 중에는 아직 산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한 왕초보도 있고 매주 며칠씩 산에 오르는 프로급도 많이 있지만 이 카페의 기본은 초보자들이 우선이다. 대부분의 산행이 초보 위주로 꾸려가고 산행 속도도 가장 늦는 사람 위주로 등산을 하는 경우가 많다.


<천지산악회>는 특히 회원들 간의 우애가 돈독하다. 한 회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산행을 물어보니 “작년 겨울 가장 추웠을 때 설악산 공룡능선에 도전했다가 강풍과 혹한으로 실패한 산행이 있었다. 처음으로 중도 포기한 산행이었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 보다 힘든 산행에 함께 해 줬던 회원들이 기억에 남는다. 어느 산을 갔느냐보다는 누구와 어떻게 가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회원은 그 이유를 “봉사하는 산행대장 덕”이라고 말한다. <천지산악회>의 산행대장은 혜택이 전혀 없다. 그 흔한 회비 면제조차도 없다. 그런데도 일일이 전화 해가며 회원들을 위해 공지 올리고 산행을 리딩하는 대장 덕에 회원들은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매니저 이종성씨에게 등산의 매력을 묻자 “배낭 하나 둘러메고 훌쩍 떠나 일상생활에 지친 몸의 활력을 되찾고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정신을 가질 수 있는 가장 멋진 취미라고 자부한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는 등산은 그 어떤 스포츠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안전하게 건강을 가꾸고 지킬 수 있는 것이다”며 “등산을 할 때는 기본적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품어야 한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으며 꽃 한 송이 풀 한포기조차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기본을 갖추어야 한다. 그 후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등산의 참 맛을 알게 된다”라고 말했다. 한 회원은 “높은 산을 오를 수 있다거나 얼마나 빨리 완주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회원들에게는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연령제한 없어 가족 분위기

 

 

인터넷에서 산악회 카페 찾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다보니 다른 카페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이곳에 들르는 경우도 많다고. 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천지산악회>가 독특하게 운영된다는 것이다. 규제를 하지 않는데도 질서가 유지되며 회원간의 나이차가 많은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가족 같은 분위기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점이다. 대부분의 산악회는 2030이니 4050이니 또래끼리만 하거나 또래는 아니지만 연령을 제한하는 카페가 많은데 이곳은 누구라도 본인이 원하면 함께 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회원수가 3만 명이건 4만 명이건 회원수는 신경 쓰지 않고 서너 명만의 회원으로도 즐겁게 산행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것도 장점 중의 하나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자율산행을 기본으로 공지자의 주관하에 선입금을 받지 않는 점이다. 경비는 현장에서 갹출하여 조달하며 산행 후, 회비에 대한 결산은 ‘산행 결산방’ 게시판에 공지하는 형식이다. 공지자는 최소경비로 산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작은 금액이라 할지라도 <천지산악회>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종성 매니저는 이 말을 남겼다. “몇 년이 지난 뒤라도 초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회원들이 맘 놓고 안전하게 산행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지금처럼 초보들이 쉽게 등산을 접할 수 있도록 계속 도울 것이며 환경을 지키는 지킴이로서의 역할도 성실히 수행할 것이다.”
산을 즐기는 대상이 아닌 자연의 일부로 여기며 아끼고 보호하는 데 앞장서는 등산인들의 모임 <천지산악회>. 올 가을에는 이곳 회원들과 함께 산행을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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