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게임 아이템 거래 실태



▲ 블리자드(Blizzard Entertainment)사에서 제작된 온라인 RPG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작년 한해만 아이템 거래 1조원대 육박
청소년보호위원회 “2차 범죄 연결 우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6일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 운영자가 청소년보호위원회와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낸 청소년 유해 매체물 결정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게임 아이템 거래가 환금성을 가질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노력을 해야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행성을 조장할 우려가 충분하다”며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번 법원 판결에 청소년 보호 관련 단체는 환영하는 뜻을 밝혔다. 이에 네티즌들은 대다수가 이번 판결에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으나, 몇 몇의 네티즌들은 아이템 거래 사이트 시스템 상 청소년들이 꾸준히 이용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흠냐아’라는 네티즌은 “어차피 성인은 된다는 말인데, 부모님 주민등록번호로 이용하면 막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게임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 문제의 심각성과 실태를 진단했다.

 


지난해 청소년보호위원회는 게임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에 대해 개별적으로 소송해 청소년 유해 매체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후 사이트 운영자들은 URL을 바꿔가며 계속해서 청소년들이 게임 아이템을 거래해 환금을 할 수 있도록 조장했다. 이에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 전체를 소송했다. 이에 사이트 업체들은 “아이템 중개 사이트가 청소년의 게임 몰입에 기여하거나 이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아이템을 거래하려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사행성이 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재량권을 남용했다”며 맞소송을 냈다. 이에 서울행정법원은 청소년들이 무분별한 아이템 거래로 물질만능주의에 빠지는 데 중개 사이트들의 책임이 크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뉴스포스트>와 통화한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청소년들이 게임머니나 아이템을 이용해 환금을 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게임이 목적이 아닌 현금거래에 집착 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거래자체를 제한하도록 소송했다”며 “현금거래에 집착하게 되면 더 오랜 시간 게임만 하게 되고 이는 게임중독과 맞물려 더 큰 사회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아이템 거래를 하고 있을까. 청소년보호위원회에 따르면, 한 중개 사이트의 지난해 거래 금액은 8,620억원이며 매출액은 444억원으로 알려졌다. 1,147만명의 회원 중 105만명(9%)에 이른다고 밝혀졌다. 이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아이템 거래에 노출되어 있음을 뜻한다.
은퇴한 야구선수 이상훈(39)은 얼마 전 야구게임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현금거래로 30만원에 팔린다는 것을 알게 돼 게임 업체에 초상권 침해 주장을 한 사례가 있었다. 어떤 아이템은 3,000만원에 팔린 사례도 있다. 한 네티즌은 “실제로 게임 거래를 돈을 엄청 모은 사람들이 많다. 나도 게임 아이템으로 돈을 벌고 싶다.”라고 밝혔다.
게임 아이템은 통상적으로 5~10만원 안팎에 유통되지만, 가치가 높은 아이템은 정해진 금액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템 거래 도중 사기행각을 벌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사기의 유형도 갖가지다. 포털 사이트에는 아이템 거래 도중 사기를 맞았다는 글들이 무수히 올라와 있다. ‘psy5882’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게임 아이템 거래를 하다 사기를 당해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했는데, 그런 것은 범죄 축에도 못 든다며 별로 신경도 쓰지 않더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게임 아이템 중개 사이트의 청소년 유해 매체물 결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된다고 지적한다. 청소년 보호 위원회는 “성인들의 경우, 아이템 거래는 합법적이다. 청소년들이 부모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계속 아이템거래를 하고 있다. 이를 근절시키려면 성인인증 체계까지 변화를 줘야 하는데 금융권과도 연결돼 쉽지 않다.”고 애로를 털어놓았다.

 


 

“나도 아이템 사기 쳐봤다.”
고교생 조 모군 토로

<뉴스포스트>는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 이용 경험이 많은 수도권의 한 고등학생을 통해 아이템 거래 실태를 알아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를 언제부터 이용했나.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올해 봄까지 2년간 이용했다.”


-아이템을 어떤 식으로 거래했나.
“아이템이나 아이디를 사거나 팔았다. 부모님께 받은 용돈으로 7만원이나 10만원 가량의 아이디를 사서 캐릭터를 더 강하게 키운 다음 더 비싼 가격으로 팔았다.”

-가장 비싸게 판 아이디는 얼마인가.
“10만원에 산 아이디를 25만원까지 팔아봤다. 그동안 얻은 아이템이나 게임머니도 꾸준히 현금거래로 팔았다. 게임을 통해 80만 원 정도 번 것 같다.”

-원래 돈을 벌 목적으로 게임을 시작했나.
“아니다. 애초에 돈을 벌 생각은 없었다. 게임을 하다 보니 친구들을 통해 현금 거래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돈을 몇 번 쉽게 버니까 목적이 게임에서 돈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팔기 위해 얼마나 게임을 했는가.
“하루에 2~3시간은 꾸준히 게임을 했다. 주말엔 10시간을 한 적도 있다. 아이디를 사서 팔 때까지 1년 정도 걸렸다.”

-공공연히 사기행각이 벌어진다고 하는데 사기 경험이 있는가.
“내가 그런 케이스다. 25만원의 아이디를 팔 때 사기를 해봤다. 수법은 일단 25만원에 아이디를 판 뒤 게임 사이트에 연락해 ‘아이디를 해킹 당했다’고 전한다. 다음 내 주민등록등본을 보내면 쉽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게 되고 비밀번호를 바꾸면 다시 그 아이디로 게임을 할 수 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진 않았는가.
“범법 행위인 것을 알았기 때문에 무서웠다. 죄책감도 들긴 하지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주변 친구들도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를 이용하나.
“게임을 하는 친구들은 거의 다 중개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

-부모님 돈으로 아이템을 산적이 있는가.
“나는 없는데 주변에 돈이 많은 친구들은 핸드폰 결제로 50만원까지 아이템을 사는 것을 봤다.”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가 청소년 유해 매체물이 됐는데 청소년들이 계속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작년까지는 내가 만든 아이디로 모두 거래를 했었는데 올해부터는 내 아이디로 할 수 없는 곳도 있다. 그러면 부모님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이용하던가 아니면 아는 형들이나 친구들이 부모님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만든 아이디를 이용하면 된다. 내 경험으로는 아이템 거래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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